프로농구 원주 DB가 확 달라졌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원주 DB는 한동안 리빌딩이 필요할 듯 보였다. 간판스타였던 김주성(40·205㎝)이 이제는 역사의 한편으로 물러난 가운데 'DB 산성'의 한축이었던 윤호영(35·195.6cm) 또한 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와 잦은 부상 등 노쇠화 기미가 뚜렷했다.

이에 이상범 감독은 차세대 간판스타 허웅(26·186cm)을 필두로 서민수, 두경민, 유성호, 한정원, 박지훈 등 쏠쏠한 자원들을 고르게 활용하는 이른바 벌떼 농구를 통해 자체 경쟁력을 높여나갔다. 이러한 폭넓은 기용법은 장기 레이스에서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다. 거기에 2017-2018시즌 최고 단신 외인으로 꼽히던 디온테 버튼(24·192.6cm)이 중심을 잡아주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두경민은 정규리그 MVP에 등극하며 이상범 사단의 최대 수혜자로 등극한다. '우주의 모든 기운이 두경민에게 한꺼번에 쏟아졌다'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DB는 이어진 시즌에서 8위로 추락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김주성 은퇴, 버튼 재계약 실패로 인해 중심축이 사라진 탓이 컸다. 때문에 DB가 과거 DB 산성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한동안 리빌딩은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졌다. DB 팬들 또한 기다림의 시간을 감내하겠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DB는 자연스러운 기다림보다 적극적 변화를 선택했다. 신호탄은 김종규(28·207cm) 영입이었다. 김종규는 국가대표 빅맨답게 이번 FA시장에서 최대어로 분류됐다. 원소속팀 창원 LG는 물론 전주 KCC 등이 욕심을 냈으나 결국 프로농구 사상 최고액인 12억 7900만 원을 꺼내든 DB가 최종적으로 김종규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DB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골 밑의 김종규를 도와 가드진에서 활약해줄 카드로 '매직 키드' 김태술(35·180cm), 김민구(28·191cm)를 영입하며 공격적 변화에 가속도를 붙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희대 3인방이 원주에서 하나로 뭉치게됐다. (출처: 크블매니아/엠스플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희대 3인방이 원주에서 하나로 뭉치게됐다. (출처: 크블매니아/엠스플뉴스)ⓒ 케이비리포트 제공

 
기존 두경민에 김종규, 김민구까지, 다시 뭉친 경희대 빅3
 
이번 DB의 선수 영입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부분은 한팀에서 다시 뭉친 경희대 트리오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이다. 셋은 경희대 시절 대학 무대를 평정하며 일찌감치 최대어 라인으로 분류됐다. 특히 김민구·김종규는 각종 해외대회에서도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냈던지라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와 주전 센터로 프로관계자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은 바 있다. 허재(김민구), 김주성(김종규)의 재림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때문에 2013년에 있었던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모든 팀의 눈은 김민구, 김종규에게 쏠려있었다. '둘 중 하나만 잡아도 10년 농사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이 있었던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열기가 불어 닥쳤다. 이는 DB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쉽게도 DB는 3순위 지명권을 얻는 데 그쳤고 트리오 중 두경민을 지명하는 데 그치고 만다.

물론 두경민은 이후 DB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센스, 패싱게임 등에서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특유의 두둑한 배짱을 바탕으로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슛을 쏘고 돌파를 시도하는 강심장이라는 부분이 최대 장점이다. 이후 그는 2017-2018시즌 정규시즌 MVP에 오르며 1, 2순위 못지않은 커리어를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DB는 김민구, 김종규가 둥지를 옮기게 됨에 따라 2013년 당시 신인 드래프트 1, 2, 3순위를 모두 품에 안을 수 있게 됐다. 김종규는 FA를 통해 영입했으며 김민구는 박지훈(30·193cm)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왔다. DB의 공격적 선수영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삼성에 포워드 정희원(25·191cm)를 내주고 베테랑 1번 김태술을 영입했다. 그야말로 지난 몇 년과는 싹 달라진 라인업이라 할 수 있다.

두경민(내년 1월 8일 제대 예정), 김태술, 김민구, 허웅, 윤호영, 김종규 등 일단 이름값만 놓고 보면 DB의 주 라인업은 우승 후보로 분류되기에 손색이 없다. 그야말로 국가대표 라인업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해당 선수 중 상당수는 부상, 노쇠화 등으로 전성기가 지난 상태다.

김태술, 윤호영은 노장 축에 속하는 선수이며 김민구는 부상으로 인해 국가대표급 플레이어에서 평범한 팀 내 식스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실질적으로 기대치만큼 뛸 수 있는 선수는 허웅, 두경민, 김종규 정도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DB는 충분히 다음 시즌 우승권에 도전해볼 수 있는 전력을 구축했다.

국가대표 빅맨 김종규는 한창때의 김주성에 비하면 기술에서의 부족함이 있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상당 부분 닮아있다. 장신에 기동성·운동능력을 겸비한지라 어떤 유형의 외국인센터와도 유기적 조화가 가능하다. 이로써 DB 왕조를 이끌었던 전통의 '트윈타워'를 다시금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거기에 3(스몰포워드), 4번(파워포워드)에서 모두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윤호영이 골 밑 부담을 털고 행동반경이 자유로워지게 됨에 따라 상황에 따라서는 '트리플 타워'도 가능할 전망이다. 평균 높이에서부터 상대 팀을 숨 막히게 하는 3, 4, 5(센터)번이 기대된다. 더불어 골 밑이 탄탄해지게 됨에 따라 허웅, 두경민이 이끌게 될 앞선 공격력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서로 간 심상치 않은 시너지효과가 주목된다. 
 
 최근 수년간 자존심을 구겼던 김태술은 전성기를 함께했던 옛 은사 이상범 감독과 함께 부활할수 있을까?

최근 수년간 자존심을 구겼던 김태술은 전성기를 함께했던 옛 은사 이상범 감독과 함께 부활할수 있을까?ⓒ 서울 삼성 썬더스

 
김민구·김태술의 센스, DB에 힘 실어줄까?
 
변수는 음주운전 사고 후 기량이 떨어진 김민구와 전성기가 지난 김태술 등이 어느 정도나 해줄 수 있을지다. DB는 빅네임 선수들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탄탄했던 벤치가 상당히 약해진 상태다. 전 선수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던 벌떼 농구에서 주전 위주의 라인업으로 색깔이 바뀌었다. 장기레이스의 특성상 체력, 부상 등의 변수를 무시할 수 없는지라 김민구, 김태술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국내 몇 안 되는 정통 포인트가드인 김태술은 노련한 게임 리딩과 속공 전개는 물론 준수한 외곽 슛까지 겸비한 엘리트 1번이었다. 질풍 같은 속도로 상대 수비를 뚫고 올려놓는 레이업슛과 조금의 빈틈만 보이면 여지없이 적중시켜버리는 미들 뱅크슛은 전가의 보도였다.

하지만 안양 KGC 시절 이후 그는 과거의 슈팅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승부처에서 큰 무기로 작용하던 터프 샷은 커녕 오픈찬스에서조차 성공률이 크게 떨어졌다. 간혹 슛 감이 좋은 날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기복이 심하다.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그는 상대 팀에서 '버리는 수비'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그로 인해 좋았던 패싱 능력마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으며 발도 느려져 젊고 빠른 상대 가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다음 시즌 김태술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슛 감 회복이 중요한 키포인트다. 이러한 부분이 해결된다면 김태술의 존재는 상대팀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설사 슈팅력에서 큰 반등이 없더라도 김태술은 DB 입장에서 필요한 카드라는 분석이다. 다음 시즌은 외국인 선수 제도의 변화로 인해 각 팀별로 장신용병들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시즌 간은 강제로 장단신이 구분되었기에 단신 외국인 선수가 앞선 게임조립 및 공격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금 골 밑에서 활약할 장신 위주로 구성이 바뀜에 따라 토종 가드진의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DB 같은 경우 김종규까지 있는지라 철저히 높이의 우위를 살려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김태술같이 패싱게임에 능한 정통 1번은 쓰임새의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김태술이 장기를 살리기 편한 환경이 DB이며, DB 또한 김태술의 능력이 간절히 필요하다.

김민구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DB에 필요한 자원이다. 부상으로 인해 운동능력은 잃었지만 특유의 센스를 바탕으로 한 게임조립능력에 슈터 역할까지 가능한지라 식스맨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거기에 3500만원이라는 낮은 연봉도 팀 샐러리캡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DB입장에서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는 분석이다. 가성비 자체만 놓고 봤을 때 김민구보다 더 나은 벤치자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DB는 김주성의 전성기 시절 이후 비교적 조용하게 비시즌을 치러왔다. 하지만 최대어 김종규를 영입하고 팀구성 자체에 대폭적인 변화를 주며 다가올 시즌에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원주발 강풍이 몰고 올 나비효과는 리그 판도에 어디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다가올 새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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