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 CJ ENM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 CJ ENM

  
영화 <기생충> 속 두 여인, 그러니까 기택(송강호)의 아내 충숙(장혜진)과 박 사장(이선균)의 아내 연교(조여정)는 여느 한국영화 속 캐릭터처럼 그저 누군가의 아내로 소모되지 않는다. 각각 반지하 방의 살림을 책임지는 기둥이자, 이 기생 가족을 저택으로 불러들이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

칸영화제 기간 중 조여정과 장혜진을 만날 수 있었다. 장혜진은 "송강호 선배가 워낙 경험이 많으니 이것저것 알려주셨다"라며 첫 칸 방문 소감부터 전했다. 

봉준호 감독이 이 두 배우를 캐스팅한 건 분명 굵직한 한 수였다. 두 배우 모두 20년 넘게 크고 작은 작품에서 내공을 쌓은 실력파다. 동시에 조여정은 4년 전 <워킹걸> 이후 영화보단 드라마로 대중과 만나고 있었고, 장혜진은 여러 독립 영화에서 조연 혹은 단역으로 출연하고 있었다.

그만큼 관객에게 신선한 면모를 보일 가능성이 컸던 것. 그래서였을까. 칸영화제 측에서 사격 국가대표 출신 장혜진 선수를 배우 정보로 잘못 공개한 해프닝도 있었다. "우리 측 실수가 아니니까..."라며 장혜진은 웃어 보였다.

두 배우의 해석

연교와 충숙 모두 현실성에 깊이 뿌리를 둔 캐릭터다. 세상 물정 모르고 살림만 해 온 연교를 두고 조여정은 "실제로 이와 비슷한 인물들을 알고 있다"며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 후 엄마가 된 사람들인데 제가 오며가며 봐 온 그 특징을 연교에 녹이려 했다"고 귀띔했다.

"제 또래가 대부분 학부모라 연교를 표현함에 있어선 어렵지 않았다. 책(시나리오)을 봤을 때 전형적 부자, 그의 와이프와 다르게 묘사됐다는 게 너무 좋았다. 세상 물정을 모른 채 순진하게 행동하는 연교 같은 사람은 좋고 나쁨으로 나눌 수 없다. 경험 자체가 부족해서 그런 행동들을 하는 거니까. 왜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일화가 있잖나. 그런 느낌을 담으려 했다." (조여정)
 
 영화 <기생충> 팀.

영화 <기생충> 에서 전직 해머던지기 선수 충숙 역을 맡은 배우 장혜진. ⓒ CJ ENM

 
반대로 충숙은 전직 육상 선수다. 정확히는 해머던지기 선수로, 기택을 힘으로도 압도한다. 장혜진은 "봉준호 감독님은 충숙이를 두고 최고가 되고 싶었지만 은메달만 따 온 사람이라 설명하셨다"며 "결혼 후에도 최선을 다해 잘살아보고 싶었는데 의도치 않게 일이 꼬여온 인물"이라 설명했다.
 
"가정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망했다면 (삶을) 포기했을 수도 있겠지만 서서히 망한 경우다. 기택이 여러 일을 했잖나. 하나씩 망한 거지. 그래서 반지하에 살게 된 거다. 영화를 잘 보시면 집안 살림이 구분돼 있다. 좀 살았을 때 살림과 그렇지 않을 때 가재도구들이 곳곳에 쌓여있지. 상황이 그렇게 안 좋아졌는데도 충숙이 기택과 사는 이유는 뭘까 감독님에게 물어봤었다. '끈끈한 사랑이자 오래된 믿음 아닐까요?'라고 답하시더라(웃음)." (장혜진)

하루하루 아르바이트로 벌어먹는 가족. 사기인지 요령인지 모호한 행동을 하며 잇속을 챙기는 기택 가족에서 충숙은 말 그대로 심리적 지지대이기도 하다. 장혜진은 "포스터를 가만 보시면 제가 돌(기우의 친구가 귀한 거라며 선물해 준 것)을 닦는 모습인데, 돌을 닦다가 아들의 헌 가방을 보고 울컥하는 모습을 감독님이 포착해서 영화에 쓰셨다"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 팀.

영화 <기생충> 팀. ⓒ CJ ENM

 
깨알 재미, 숨은 의도

장혜진은 박 사장 역을 한 배우 이선균과 한국예술종합대학교 동기이기도 하다. 무대에서 여러 작품을 하다가 "10년간 연기를 떠났던 때도 있었다"던 그에게 <기생충>은 말 그대로 일대의 기회이기도 했다. 충숙 역을 위해 15kg를 증량했다고. 이 대목에서 조여정은 "현장에서 왠지 언니가 살이 빠져 보이면 어서 더 먹어야 한다고 독려했다"고 거들었다.

"송강호 선배와 호흡하면서 제가 엉덩이를 걷어차는 장면에서 꽤 긴장했다. 강호 선배랑 연습도 했다. 제가 한번 소심하게 걷어차는데 선배가 더 세게! 정확하게 차! 이러셔서 정말 편하게 찼다. 여기저기 다 찼다(웃음). 그 이후론 기택에게 욕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장혜진)

"현장에서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감독님과 많이 얘기했다. 예를 들어 제가 다리를 떠는 것도 즉흥적인 거였다. 언니가 해머를 던지는 장면 역시 그날 낸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사실 그건 해머가 아니라 복숭아(영화에서 복숭아는 주요한 사물로 등장-기자 말)였다." (조여정)


<기생충>을 두고 조여정은 "좀 슬픈 영화"로 정의했다. "시나리오를 볼 때도 그랬고, 영화에서 아무도 미워할 사람이 없다. 나쁜 사람이 없고, 일부러 그러는 사람이 없지 않나. 그래서 왠지 슬프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장혜진에겐 어떻게 다가왔을까. "무엇이 기생이고, 무엇이 공생인지 생각하게 했다"며 그는 "누가 숙주고 누가 기생인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가 묘하게 꼬여 있다. 그런 재미가 있는 영화"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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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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