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스틸컷

영화 <기생충>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이미 '스포일러 주의보'는 발령됐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30일 개봉한 <기생충>에 대한 '스포일러 금지' 글이 넘쳐나는 중이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집중된 언론의 관심과 '봉테일'을 향한 팬들의 한결 같은 충성과, 아울러 "스포일러 당하기 전에 먼저 보러가겠다"는 다짐(?) 글도 수없이 눈에 띈다.

이 같은 관심을 반영하듯, 개봉일 오후 4시 현재 <기생충>의 실시간 예매율은 73%(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까지 치솟았다. 예매 관객수는 무려 52만 명을 돌파한 상황. 마블 영화와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한국영화 텐트폴 작품 못지않은 예매량이라 할 만하다.

표준근로계약서를 중시한 것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는 <기생충>에 멀티플렉스들이 어느 정도 물량의 스크린 수를 배정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스포일러'를 다 피해간 리뷰와 별개로 <기생충>에서 눈에 띄는 이모저모를 모아 봤다.

송강호와 앙상블 연기 펼친 배우들, 그리고 히든 카드

봉준호 감독이 무릎을 꿇고 트로피를 바쳤던 송강호의 연기는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기생충>을 관람한 후라면, 올해 칸 영화제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을 위시한 심사위원진이 왜 송강호를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했는지를 납득하게 될 것이다. 작품마다, 매 신마다 돌변하긴 하지만, 특유의 불안정한 얼굴로 기택의 심리를 전하는 송강호의 눈빛 연기는 여전히 일품이다.

<기생충>은 송강호 외에도 두 가족, 여덞 명의 배우와 입주 도우미 역의 이정은 등이 다채롭게 활약하는 앙상블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박사장 역의 이선균과 연교 역의 조여정은 예상 가능하면서도 언뜻 예상을 뛰어넘는 연기로 극에 녹아든다. 두 배우 모두 봉 감독과는 첫 번째 작업. 특히 조여정은 봉준호 감독 영화 사상 대사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하는 <기생충>에서 분량에 비해 월등히 많은 '대사량'을 자랑한다.

<옥자>에 비해 "분량이 많아 좋았다"는 말로 소셜 미디어 상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어록'을 남긴 기우 역의 배우 최우식은 봉 감독이 떠올린 이 시대 청년상을 대변하는 내레이터로, 영화 속 '분량왕'이라 할 수 있다.

기정 역의 박소담은 한 치도 예상할 수 없는 <기생충> 그 자체처럼, 시크하면서도 '요즘 애들'과 같은 자연스러움을 선보인다. 그리고 제 역할을 다 해내는 두 사람 외에, 봉 감독이 "생활감이 있으면서도 자기만의 결과 힘이 느껴진다"고 말한 광숙 역의 장혜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1기로 이선균과 동기다. 봉준호 감독이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을 보고 눈도장 찍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널리 알린 이정은은 이 영화의 히든카드 중 한 명일 터. 그리고 봉 감독이 꽁꽁 감춰 놓을 수밖에 없었던, 개봉 이전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는 바로 <재꽃>의 박명훈이다. 봉 감독이 <재꽃> 개봉 당시 "세계 최고의 술 취한 연기"라 극찬했던 박명훈 배우는 칸 국제영화제에도 <기생충>팀과 함께 참석, 영화를 관람했다. 

남궁현자의 저택이 세트였다고?
 
'기생충' 송강호, 봉준호의 동반자 배우 송강호가 27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시사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봉준호 감독.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은 가족희비극이다. 30일 개봉.

▲ '기생충' 송강호, 봉준호의 동반자 배우 송강호가 27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시사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봉준호 감독.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은 가족희비극이다. 30일 개봉. ⓒ 이정민


칸에서 귀국한 봉 감독의 언론 라운드 인터뷰에 따르면,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영화 속 그 완벽한 집은 어디에서 골랐냐"고 물었다고 한다. 모던하고 우아한 공간미를 자랑하는, 줄거리의 60%를 차지하며 사건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인 박사장네 집이, '남궁현자' 건축가의 그 집이 오픈 세트라니.

봉 감독이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김기영 감독의 고전을 리메이크한 임상수 감독의 <하녀>와 <도둑들>, 그리고 봉 감독의 <옥자>를 함께 한 이하준 미술 감독은 "유명 건축가가 지었다는 설정 때문에 모던하면서도 우아한 공간으로 오픈 세트를 지었고, 감독님의 주문으로 한 공간 안에 있지만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의 동선을 속속들이 볼 수 없는 코너와 사각이 있게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의 설명을 더 들어 보자.

"재개발 구역 위주로 역사가 깊은 서울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동네를 물색한 끝에 '기택' 가족의 집을 설정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음식물 쓰레기를 동원해 동네와 집에서 나는 냄새까지 구현했으며, 삼겹살의 기름때 등으로 디테일도 더했다. 여기에 기택네 집 곳곳에는 조금 더 사정이 나았을 때와 그보다 더 나았을 때 구입했을 법한 물품들을 곳곳에 배치, 기택네 가족이 걸어왔을 우여곡절을 예측케 한다."

'봉테일'이라는 별명답게, 개봉 전부터 이 기택네 집의 깨알 같은 설정과 소품들은 소셜 미디어 상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 봉 감독과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을 함께 한 '대한민국 대표' 촬영감독 홍경표 감독은 <기생충>이 "인물 중심의 영화"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지난 2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홍 감독은 "프라임 DNA 시리즈 렌즈는 샤프니스가 좋고, 필름 렌즈 느낌이 있는 데다가 화각이 매우 넓다"며 "이 영화는 좁은 방 안에서 찍는 장면이 많다. 보통 24mm 와이드렌즈를 사용하면 배경은 넓어지지만 인물이 그만큼 멀어 보이는 반면, 이 렌즈는 같은 규모의 배경에서 인물이 훨씬 커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기생충>을 관람한 관객이라면, 홍 감독이 강조한 인물 중심이 어떤 느낌인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옥자>에 이어 두 번째로 필름이 아닌 디지털 형식으로 작업한 작품이기도 하다.

봉준호식 '소주한잔'

매일 하얗게 불태우네
없는 근육이 다 타도록
쓸고 밀고 닦고
다시 움켜쥐네
이젠 딱딱한 내 손바닥

아, 아, 아...

차가운 소주가 술잔에 넘치면
손톱 밑에 낀 때가 촉촉해
마른하늘에 비구름
조금씩 밀려와


위는 <기생충>의 OST에 실린 <소주한잔>의 가사 중 일부다. 영화가 끝나더라도 바로 극장을 나서지 마시길.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울려 퍼지는 이 노래는 봉준호 감독이 작사하고, 배우 최우식이 직접 불렀으며, 정재일 음악감독이 작·편곡했다. 생활고 속에도 분투하는 '청년' 기우의 처지가 처연하지만 유머러스한 뉘앙스로 담겼다.

언론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거기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며 "그것이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밴드 긱스 출신인 창의적인 작업을 이어온 정재일 음악감독은 <옥자>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만든데 이어 <기생충>으로 봉 감독과 두 번째 만남을 이어갔다.

손석희 사장이 거기서 왜 나와?
 
 영화 <기생충> 스틸컷

영화 <기생충>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기생충>에 관한 짧은 정보 몇 가지. 최근 <뉴욕타임스>가 <기생충>의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과 감독상·각본상 노미네이션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을 받았는데, 봉 감독은 이미 <마더>(2009)를 통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당시 <마더>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한 한국영화 후보로 올랐으나, 1차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아직 영진위의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등록은 시작되지 않은 시점.

작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알폰소 쿠아란 감독의 <로마>의 예는 <뉴욕타임스>의 장밋빛 전망을 뒷받침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이자 멕시코 영화인 <로마>는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아카데미상에서의 활약은 <기생충>의 해외 배급사가 미국에서 어떻게 마케팅 활동을 펼치느냐 여부도 주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생충>의 해외 배급사는 봉 감독이 <설국열차>때 인연을 맺은 '네온'이다.

<기생충>에서 흥미를 끄는 장면 중 하나는 JTBC 기자들의 등장이다. JTBC 로고와 함께 매일 저녁 <뉴스룸>에 출연하는 기자들이 <기생충> 속 뉴스 장면에 나온다. 대체로 한국영화 속 뉴스 장면의 경우, YTN가 압도적인 출연(?) 횟수 차지하고, 때로는 가상의 방송국이 등장하기도 한다.

연기자가 아닌 실제 기자들이 <기생충>에 출연한 것도 이례적인 광경. 이러한 인연 때문인지, <기생충> 속 엔딩 크레디트에선 감독과 제작자가 감사를 표하는 이들 중 손석희 JTBC 사장의 이름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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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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