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만찬> 포스터

<거리의 만찬> 포스터ⓒ KBS

 
지난해 KBS는 정상화 작업 이후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새 프로그램들 중에서는 경우에 따라 정규 편성되어 시청자 사랑을 받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거리의 만찬>이다.

지난해 7월 파일럿을 거쳐 11월부터 정규 편성된 <거리의 만찬>은 진행자들이 사회적 약자 등 매주 새로운 게스트를 직접 찾아가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포맷이다. 그동안 시사 프로그램 진행은 남성 중심이이었던 데다, 기자나 교수 등 전문가들이 맡았던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거리의 만찬>은 여성 방송인 박미선씨, 양희은씨 등을 진행자로 내세워 다른 시사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꾀했다.

<거리의 만찬>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연구동에서 <거리의 만찬> 제작진 중 한 명인 조현웅 PD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조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남성 아닌 여성 진행자... 말 많이 하기보단 많이 듣기

- 최근 <거리의 만찬>이 소소하게 화제입니다. SNS 등에 '<거리의 만찬>을 보면 수신료 낼 맛 난다'는 반응도 올라와요. 이런 얘기에 보람을 느끼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저희는 공영방송에 다니니 수신료의 가치를 느끼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희로서는 그런 반응을 좀 더 받기를 바라고, 더 많은 분이 봐주시길 바라고 있어요. 아직은 프로그램이 좀 더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고요."

- 시청자들이 <거리의 만찬>을 좋아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저희 프로그램은 진행자들이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더 많이 듣는 것을 지향해요. (그래야) 깊은 내용을 들을 수 있잖아요. 그동안 시청자분들이 그런 부분을 접하기 쉽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것 아닐까요?"

- <거리의 만찬>은 일반 시민, 혹은 화제가 된 이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며 음식 먹는 포맷이잖아요. 어떻게 이런 기획을 하게 된 것인가요?
"저는 기획 단계에 직접 참여한 적은 없어요. 2014년에 같은 제목으로 방송된 프로가 있어요. 그 프로는 돌아가신 노회찬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메인 출연자로 나오셔서 현장에 가 이야기를 듣고 포장마차에서 밥 먹는 프로였어요. 그걸 연출했던 PD가 지금의 저희 팀장이기도 해요. 그러나 당시 한번 방송이 되고 정규(편성)는 되지 못했어요.

그 후 작년 초까지 KBS가 파업했잖아요. 파업 후 시사 교양 영역 PD들 사이에서 '활력 있게 새 프로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때 다시 논의된 프로가 지금의 <거리의 만찬>이에요. 2014년 때 했던 <거리의 만찬>과는 또 다르고요."

-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일단 MC가 전혀 다르죠. 그전엔 정치인이 주요 진행자였잖아요. 당시와 지금의 포맷도 약간 달라요. 지금은 진득하게 앉아서 얘기를 많이 듣는 프로라면 그땐 현장에 가서 부딪히는 것도 있고, 식사하며 토크하는 형태도 다르고요. 그러나 '다른 방식의 시사 프로를 해보자'는 문제의식은 동일한 것 같아요."
 
  <거리의 만찬> 제작 현장

<거리의 만찬> 제작 현장ⓒ 조현웅 PD 제공

 
- 현재 진행자가 박미선씨, 양희은씨, 이지혜씨잖아요. 그동안 시사프로 진행자는 대부분 남성 혹은 기자나 전문가, 교수 등이었는데 여성 연예인으로 꾸리신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꼭 연예인을 진행자로 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여성 MC로 하자는 원칙이 중심에 있고요. 파일럿 때 MC는 박미선씨, 김지윤 박사, 이정미 의원으로 구성했어요. 그러나 출연자분들 개인 사정도 있었고, 프로그램이 계속되면서 지금의 구성으로 온 거죠."

- 여성을 진행자로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본적으로 시사프로라고 하면, 아마 진행자는 거의 남자였을 거예요. 보통 스튜디오 안에서 진행했을 거고, 진행자의 말이 많았을 거예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은 늘 자신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특별히 만들까를 생각하기 마련이거든요. 그전의 시사 프로와 차별성을 둘 부분이 뭐냐고 했을 때 그것의 반대로 가 본 거죠. 남성이 아닌 여성,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단 많이 듣기, 스튜디오가 아닌 현장으로 나가자고 생각을 전환해본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형태가 나오는 거죠."

- 진행 부분에 있어 기존 시사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어떤 특징이 있나요?
"장단점이 있다기보다는 (이전엔) 시사프로를 여성이 진행한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여성이 진행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나오는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방송을 보면 다른 부분이 보이실 거예요. 별개로 저희 MC들은 뭔가 안다는 걸 내비치지 않아요. 지적으로 뭔가 잘 안다는 걸 과시 안 하고요. 상대방에게 물어보고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끌어오는 경우가 많죠."

사회에서 소외됐던 분들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듣는 게 목표

- 시사프로지만 예능적 요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맞아요.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더 많은 사람이 부담을 적게 느끼며 볼 수 있는 방식이잖아요. 방송은 기본적으로 재밌어야죠. 그런 점에서 저희 MC들이 잘해주시고 있다고 생각해요. 녹화 때 같이 나오는 출연진을 편하게 해주면서도, 방송으로도 재미를 더하는 역할을 해주시고 있어요."

- 녹화 시간은 보통 어느 정도 되나요?
"그때그때 다른데 중심이 되는 토크 본 녹화는 2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 소요돼요. 그러나 토크만 찍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MC들이 운전하면서 이야기하는 씬이라든지 현장을 체험하는 씬 같은 게 있다 보니 하루는 꼬박 소요되죠. 밤늦게까지 진행될 때도 있고요."

- 편집이 어렵진 않으세요?
"어렵죠. 저희 방송 시간이 50분이에요. 50분 동안 재밌게, 그리고 녹화한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시청자분들이 편하게 받아들이도록 정리해야 하는 작업이에요. 어떤 내용을 선택해야 할지 그것도 많이 고민해야 하고, 선택한 내용을 어떻게 배치할지도 고민해야 하고, 편집은 어렵죠."
 
  <거리의 만찬> 제작 현장

<거리의 만찬> 제작 현장ⓒ 조현웅 PD 제공

  
- 편집할 때 중점 두는 부분이 있나요?
"방송에 재미라는 요소가 있고 의미라는 요소가 있을 것 같아요. 두 개가 조화로워야 시청자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얻는 게 많잖아요. 예를 들어 의미가 과해지면 재미가 빈약해질 수 있고, 재미가 과해지면 의미가 줄어들 수도 있어요. 둘 다 안 좋잖아요.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죠. 그 균형을 맞추는 요소 중에는 MC들이 이끌어내는 재미도 있고, 음식과 관련한 요소도 있고요."

- 방송 아이템은 어떻게 정하시나요?
"저희가 보는 기사, 신문, 방송, 책 같은 데에서 영감을 얻고 소재가 쌓이면 방송에서 다루는 거죠. 별도의 기준 같은 건 없어요. 제작진이 뭔가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후보군을 만들고 선택하는 거죠.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보시면 다뤘던 출연자나 소재가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으실 거예요."

- 앞으로 다뤄보고 싶은 아이템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됐던 분들을 만나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는 게 목표라서 향후 아이템에 그런 내용이 많이 담기겠죠. 그러나 그것 이외에 형식적으로 다른 부분을 접목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의미를 찾는 여행들이 있잖아요. 저희 MC들의 여행 형식에 시사를 녹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해요. 특집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요. 음식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좀 더 시사 이슈에 접근할 수 있지 않나 고민도 하고요.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건 많아요."

- 식사 토크로 진행하는 방식은 어떻게 구상하셨어요?
"이야기 나눌 때 밥 먹으면 편하잖아요. 밥이란 게 그런 거 같아요. 하나의 음식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밥을 먹는 일상적인 행위. 그러다 보니 대화를 나누는 형식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깊이 있는 토크의 장치로 기획 단계에서 생각한 게 아닐까 해요."

- 게스트가 일반인이라는 점도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저희 팀원들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만들던 사람들이에요.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보통 사람'들이에요. 물론 정치인이나 교수가 나올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통 사람'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어왔어요. 녹화 현장에서는 기본적으로 MC분들이 일반 출연자분들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걸 맨 처음 단계로 진행하시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이 있다거나 한 적은 없었어요.

그리고 저희가 섭외 과정에서도 직접 출연자분들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먼저 환기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특별히 느껴지는 장단점은 없어요. 저희는 늘 보통 사람 다루는 장르의 PD라서요. 오히려 연예인 출연이 저희에겐 해보지 않은 부분이에요."

방송 후 다양한 반응 검색해보기도... "무관심보다 관심이 좋아요"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방송 나가면 PD들은 며칠 동안 검색해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려고요. 제목이 '거리의 만찬'이잖아요. 띄어쓰기 해서도 검색해보고 붙여서도 해봐요. 반응이 소중해서요. 시청자들이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를 저희는 거의 다 봐요. 글을 많이 올려주시면 힘이 되기 때문에 방송 보시고 표현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온라인에서 검색하신다면... 그 중에 악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있죠. 최근 저희가 다룬 게 성소수자 관한 편이었어요. 그리고 지난주(17일)는 대림동 중국동포에 관한 편이었거든요. 분명 그걸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어요. 그러나 그 시선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고 방송을 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안 좋은 소리를 듣는 건 감수해야 할 부분이고요. 물론 그런 반응 중 받아들이거나 참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방송을 통해 한 번 더 생각해봐야죠. 악플에 상처받진 않아요. 무관심보다 관심이 좋아요(웃음)."
 
 2019년 5월 10일 방송된 KBS <거리의 만찬> 성소수자 부모모임편 중 한 장면

2019년 5월 10일 방송된 KBS <거리의 만찬> 성소수자 부모모임편 중 한 장면ⓒ KBS

 
- 시청자에게 소개할 만한 지난 방송분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저희는 매회 최선을 다하니 한 편을 고르기는 어려운데... 15회에서 소방관을 다뤘었어요. 그 편은 저희 원래 방송 시간대가 아닌 더 늦은 시간대에 나갔어요. 저희는 보통 금요일 밤 10시 나가잖아요. 그러나 그 편은 방송사 사정으로 더 늦은 시간에 방송되면서 시청률도 많이 안 나왔어요. 혹시 뭔가를 더 봐주신다면 소방관 편을 봐주세요. 저희 홈페이지는 다시 보기 무료에요. 회원 가입할 필요도 없어요. 언제든 보고 싶으신 게 있으시면 편하게 보실 수 있어요."

- 제목에 '만찬'이 들어가니 음식 메뉴에도 신경이 쓰이실 것 같아요.
"맞아요. 식사하는 건 저희 프로그램의 중요한 형식 중 하나예요. 뭘 어디서 먹을지 고민하죠. 여러 방식이 있는 것 같아요. 음식 자체에 메시지를 담아내는 방법도 있을 거 같고요. 제주 4.3편에서는 제주도 고유 음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부분이 있거든요. 그 이외에 식사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생각해볼 수도 있죠. 그동안 많은 역경을 경험하신 분들에게는 응원의 식사 자리일 수 있죠. 그런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고요. 식사하는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도 있어요. 주제와 관련된 공간에서 밥을 먹는다든지요."

- 앞으로의 계획은요?
"좀 더 많은 분들이 저희 프로그램을 좋아하시도록 노력하는 거죠. 제가 2월에 정치를 주제로 방송을 한 적이 있었어요. 정규 방송 시작한 지 3개월째였을 땐데 어떤 분이 설 특집으로 새 프로그램을 하는 거냐고 반응을 올리신 분이 있어요. 아직 저희 프로그램을 모르는 분들도 있을 거고, 보시지 못한 분들도 많을 거예요.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프로가 되도록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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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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