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빅맨 김종규는 큰키에 기동성을 겸비했다는 점에서 많은 팀의 관심을 받았다. (출처: 크블매니아/엠스플뉴스)

국가대표 빅맨 김종규는 큰키에 기동성을 겸비했다는 점에서 많은 팀의 관심을 받았다. (출처: 크블매니아/엠스플뉴스)ⓒ 카툰공작소 케이비리포트 제공

 
2013년에 있었던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는 행사가 열리기 한참 전부터 안팎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다름 아닌 당시 최대어로 평가받던 1991년생 경희대 트리오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2002년 드래프트 성균관대 3인방(정훈, 진경석, 이한권)과 비교되기도 하는 분위기였지만 실상 임팩트는 경희대 트리오가 훨씬 컸다.

성균관대 졸업반이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사실이지만 2002년 최대어는 단연 중앙대 김주성이었다. NBA(미 프로농구) '팀던컨 드래프트'에 빗대 '김주성 드래프트'라는 말까지 있었다. 반면 2013년도 드래프트에서 경희대 트리오와 견줄만한 경쟁자는 없었다. 김민구, 김종규, 두경민은 '빅3' 혹은 '빅2+1'등으로 불리며 차기 프로농구 흥행을 이끌어갈 선두주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빅2' 김민구와 김종규에 대한 주변의 관심과 기대는 매우 컸다. 1순위 지명권을 얻은 순간 LG쪽에서는 만세를 불렀다. 오랜 시간 동안 우승 갈증에 시달렸던 팀 입장인지라, '이제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장훈, 김주성, 하승진, 오세근 등 KBL에서는 그간 국가대표 빅맨을 보유한 팀은 모두 우승의 영광을 안은 바 있다.

큰 키에도 불구하고 기동성이 좋은 선수로 평가받던 김종규(207cm·창원 LG지명)는 KBL 빅맨계보를 이어나갈 골밑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LG는 1순위 지명권을 김종규에게 아낌없이 내던졌다.

팬들 사이에서 '데릭민구', '구비브라이언트'로 불리던 김민구(191cm·전주 KCC 2순위지명)는 '농구천재' 허재의 뒤를 이을 초대형 테크니션 재목으로 꼽혔다. 빼어난 운동신경과 슈팅능력은 물론 센스자체가 워낙 좋은지라 1, 2번에서 모두 천재적 역량을 발휘했다. 보통은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타 포지션 선수가 국가대표 빅맨과 경쟁하기는 힘들다. 김민구는 달랐다. 김민구를 뽑은 순간 KCC팬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김민구, 김종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두경민(184cm·원주 DB 3순위지명) 또한 경희대 트리오의 한명으로 관심을 받았다. '무늬만 가드인 키 작은 포워드다', '김민구, 김종규 효과를 너무 많이 받았다'는 등의 혹평도 적지 않았으나 특유의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충분히 프로에서도 제몫을 해줄 것이다는 의견이 많았다.
 
3500만원 재계약 김민구, 폭락한 에이스의 가치
 
아쉽게도 한참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시 경희대 동기생들의 상황은 많이 바뀌고 말았다. 가장 떨어진다던 두경민은 2017-2018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는 등 예상치 못한 반전의 주역이 됐다. 비록 경희대 시절 김민구 효과를 받은 것처럼 단신 외국인선수 디온테 버튼(24·192.6cm)의 후광이 컸다는 분석도 있으나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잘 놀아준 것 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

김민구와 김종규의 행보는 이번 FA시장에서 극과 극으로 갈렸다. FA 최대어로 평가받던 김종규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프로농구 사상 최고액인 12억 7900만 원에 DB로 이적한 것. 지나친 금액이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김종규 개인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둔 FA였다.

반면 김민구는 3500만 원(1년)에 원 소속 구단인 KCC와 재계약을 체결하며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처음 협상 과정에서 KCC와 금액에서 이견차가 있었고 이에 만족 못한 김민구가 FA시장으로 나왔다. 하지만 아무도 김민구를 불러주지 않았고 결국 다시 되돌아와 최저에 가까운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천재 중의 천재' 김민구의 부상은 한국프로농구의 큰 손실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출처: 크블매니아/엠스플뉴스)

'천재 중의 천재' 김민구의 부상은 한국프로농구의 큰 손실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출처: 크블매니아/엠스플뉴스)ⓒ 카툰공작소 케이비리포트 제공

 
사실 김민구가 프로무대에 데뷔할 때만 해도 이렇게 초라해질 거라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한국농구의 미래를 바꿀 슈퍼 에이스다'라는 극찬 속에서 무려 허재의 후계자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 있었던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 주포로 활약하며 대회 베스트5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대학시절부터 이미 엘리트의 길을 걸었다.

건강한 시절의 김민구는 내외곽을 두루 갖춘 전천후 슈터로 명성이 높았다. 만들어 쏘는 3점슛은 물론 볼 없는 움직임도 좋은지라 그가 외곽을 돌면 상대 수비수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빈공간이 보이면 지체 없이 돌파를 시도했다. 김선형처럼 폭발적인 스피드로 가속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드리블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수비수를 제친다. 여기에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스타일인 만큼 마무리가 아주 뛰어나다. 큰 선수들이 가로막아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 있게 '플로터 슛(floater shoot)'을 성공시켰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을 감탄시킨 것은 넓은 시야와 빼어난 패싱 센스다. 원맨 리딩이 가능한 1번이 줄어들고 있는 현 추세에서 2번은 단순히 공격력만 좋아서는 안 된다. 1번을 도와 보조리딩을 할 수 있는 슈팅가드가 각 팀마다 절실해지고 있다. 허재, 강병현, 조성민, 이정현 등 쟁쟁한 레전드급 2번들이 그랬다.

김민구는 단순히 보조리딩을 잘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경기 전체를 꿰뚫어보는 눈썰미와 순간적인 재치가 워낙 뛰어나 어지간한 정통 포인트가드 뺨치는 시야를 과시했다. 받기 편하게 쉽게 쉽게 공을 넘겨주는 것은 물론 달리는 동료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가며 패스를 뿌렸다. 실제로 포지션만 2번일 뿐 경희대 시절에도 실질적인 게임 리딩은 김민구가 담당했다.

무엇보다 김민구는 아주 영리하게 플레이하는 선수로 칭찬이 자자했다. 프로 첫 시즌 때 이대성(울산 현대모비스)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김민구를 맞아 유달리 승부욕을 불태웠다. 2013년 12월 맞대결 당시 이대성은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해 김민구와 이른바 '쇼다운'을 펼쳤다. 치고받는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김민구가 흐름을 잡아가는 분위기였다.

이에 유재학 감독은 이대성을 불러놓고 "너(이대성)는 전반에 힘 다 빠진 거 아냐, 쟤(김민구)는 영리하게 지금부터 하기 시작했고"라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대성도 충분히 잘했지만 어린 김민구가 지나치게 노련했다. 동포지션 다른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레벨이 다르다는 말이 과언으로 들리지 않는 특급 플레이어였다.

안타깝게도 김민구의 활약은 오래가지 않았다. 성공적인 신인 시절을 넘어 더욱 진화된 2년차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큰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국가대표 소집 중 외박 기간에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만 것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은 물론 치명적 부상까지 당하며 예전의 기량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센스는 여전하지만 몸 상태와 운동능력 상실로 인해 그저 그런 식스맨으로 전락해버린 상태다. KCC는 물론 국가대표팀에도 치명적 전력 누수가 아닐 수 없었다. 몇몇 스포츠 스타처럼 언젠가는 잊힐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김민구하면 음주운전이 떠오를 정도로 그를 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음주운전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린 가장 대표적 케이스 중 하나가 됐다.

12억 7900만원 김종규, 최고연봉 가치 실력으로 입증?
 
김종규는 이종현(25·203cm), 오세근(32·200cm) 등과 함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빅맨진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오세근이 나이를 먹고 있고 이종현 또한 잦은 부상에 신음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김종규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최근 장신포워드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든든한 주전급 빅맨과 비하기는 어렵다.

김종규는 높은 이름값, 몸값에 비해 프로에서의 실적이라는 측면에서 살짝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서장훈, 김주성, 하승진, 오세근 등은 프로커리어 초창기부터 소속팀에 우승의 기쁨을 안겨줬다. 함지훈, 최부경도 토종빅맨으로서 우승을 맛봤다. 아쉽게도 김종규는 그렇지 못했다. 국가대표급 빅맨 중 김종규만 무관이다.

더불어 그 어떤 팀보다도 우승에 목이 마른 LG의 숙원을 풀어주지 못했다. '주전급 토종 빅맨=리그우승'이라는 공식이 김종규와 LG에게는 빗겨갔다. 12억 7900만 원이라는 엄청난 몸값을 받으며 팀을 옮기는 것이라 전통의 명문 DB와는 우승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DB는 김종규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벤치가 헐거워짐에 따라 주전 의존도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 김종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대학시절부터 김민구와 큰 격차가 있던 두경민은 프로에와서 상황을 뒤집어냈다. (출처: 크블매니아/엠스플뉴스)

대학시절부터 김민구와 큰 격차가 있던 두경민은 프로에와서 상황을 뒤집어냈다. (출처: 크블매니아/엠스플뉴스)ⓒ 카툰공작소 케이비리포트 제공

 
상무 소속인 두경민같은 경우 군복무를 마친 다음 시즌 중반경 DB로 복귀할 예정이다. 두경민의 장점은 체력을 바탕으로한 활동량이다. 끊임없이 뛰어다니면서도 어지간해서는 지치지 않는다. 이를 바탕으로 공수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며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스타일이다.

부지런하고 배짱이 두둑해서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눈에 띄는 편이지만 가드치고 시야가 좁고 패스능력도 좋지 못하다. 본인의 몫은 잘하는 편이지만 전체 동료를 살리는 플레이에서 아쉬움을 지적받고 있다. '키 작은 포워드'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2017-2018 시즌 외국인선수 버튼의 우산효과를 제대로 받으며 정규리그 MVP에 등극, 자신의 농구 커리어에 큰 훈장을 달게 된다. 포지션이 완전히 다른 김종규는 그렇다치더라도 같은 가드 포지션에서 김민구에게 늘상 밀려왔지만 결국 여러 가지 변수가 겹치며 현재는 더 나은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

대학 시절 무수한 화제를 뿌리던 경희대 트리오는 프로에 입성한 후 여러 가지 부침을 겪으며 서로간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농구인생은 이제 경우 중반전에 돌입했을 뿐이다. 언제 어떤 식으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그들의 2라운드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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