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김군>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 포스터ⓒ 1011 필름

 
얼마 전 점잖게 생긴 분으로부터 한 권의 책을 받을 뻔한 일이 있었다. 그 분이 젊은 사람들이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면서 나한테 건네주려고 한 책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된 정보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고, 나는 웃으면서 거절했다. 거절하는 순간, 불연듯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고 리뷰까지 썼던 <김군>을 다시 봐야겠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김군> 리뷰를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시 본 영화 <김군>은 영화제 버전과 상당히 달라진 상태였다. 제목도 같았고, 영화제 버전에 등장했던 장면들이 상당수 재등장했지만 내가 봤던 <김군>이 아닌 완전히 다른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영화제 버전에 등장한 모든 장면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제 버전에는 없었던 장면도 새롭게 등장한 것 같다. 

영화제 버전과 달라진 최근 개봉작 <김군>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 한 장면ⓒ 1011 필름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상영한 버전과 개봉 버전이 다른 영화처럼 느껴진 것은 새롭게 달라진 구성에 따른 '편집'에 있었다. 영화제를 통해 먼저 공개된 버전은 '군사전문가' 지만원이 5.18 당시 북한에서 내려온 특수부대 출신 '제1광수'로 지목한 신원미상 시민군의 정체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구성을 취했다면, 정식 개봉에 맞춰 새롭게 편집된 영화에는 제1광수로 지목된 시민군의 정체 공개보다 그와 함께 제1광수 유력 후보로 거론된 시민군 생존자들의 현재를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영화제 버전에서는 끝에 가서야 힘들게 밝혀지는 김군의 정체가 개봉 버전에는 영화 중간 슬그머니 공개되는 큰 차이도 있었다. 지만원에 의해 억울하게 북한 간첩으로 몰린 김군의 정체를 끈질기게 파헤치는 영화제 버전의 치밀한 전개를 사랑했던 나로서는 다소 느슨하게 변해버린 것 같은 개봉 버전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다르게 해석해보면, 영화제에서 본 <김군>과 개봉 버전으로 새롭게 구성된 <김군>은 지향점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개봉 버전의 '김군'은 오랜 세월 신원미상으로 남아있던 사진 속 남자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제를 통해 먼저 공개된 버전 또한 김군의 정체 범위를 확장하려는 시도가 보이긴 했지만, 개봉 버전을 통해 그 지점이 더 구체적으로 보여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만원에 의해 북한특수군이 되어버린 김군의 명예 회복 못지않게, 1980년 5월 이후 고문 후유증 등 지금까지도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생존군 시민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영화제 버전에도 '제1광수'로 거론되는, 혹은 '제1광수'를 기억할 만한 시민군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끔찍했던 1980년 5월의 광주의 참상을 알리는 데 주력하긴 했지만, 개봉 버전에서는 5.18 이후 끔찍했던 기억을 안고 삶을 이어나가는 시민군 생존자들의 존재가 이전 버전보다 강하게 부각된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 한 장면ⓒ 1011 필름

 
<김군> 관람으로 5.18 진실 규명에 더욱 관심 늘어나길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김군>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예나 지금이나 분명하다. 사진 속 신원미상의 김군과 그와 함께 투쟁했던 시민군들 모두 광주 민주화운동의 피해자라는 사실 말이다. 5.18에 참여했던 수백 명의 시민과 시민군을 북한에서 남파한 북한특수군 '광수'로 주장하는 지만원의 의혹 제기로 출발하는 영화는 '광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 주장이 완벽한 허구임을 증명한다. 

이처럼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왜곡하려는 시도에 맞서 그들의 주장을 전면으로 반박하는 시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5.18을 음해하려는 움직임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 한 장면ⓒ 1011 필름

 
나에게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면서 5.18을 부정하는 책을 주려 했던 분이 <김군>을 볼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 지면을 계기로, 전두환 신군부가 폭압적으로 진압한 5.18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수많은 광주 시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소중한 가족을 떠나 보냈고, 여전히 1980년 5월의 기억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언젠가는 그분도 아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피력해본다. 
 
5.18을 왜곡, 폄하하려는 주장에 끈질긴 취재와 증언으로 응수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 이미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도,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김군> 관람을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실 규명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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