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황금종려상 수상 후 포토콜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황금종려상 수상 후 포토콜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CJ ENM

 
명실공히 봉준호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영화계에도 적잖은 자극이 될 전망이다. 작게는 지난 9년간 빈손으로 돌아가곤 했던 영화인들의 자존심을 세운 셈이고, 크게는 봉준호 감독이 천착했던 장르 영화로 인정받았기에 한국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셈이 된 것.

봉준호 감독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시상식, 국내 취재진과의 짧은 만남 직후인 25일 오후 10시 30분께(현지 시각) <기생충>의 공식 기자간담회가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렸다. 이 자리는 수상작 감독이 차례로 나와 각국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영화제의 마지막 공식 행사다. 

봉준호라는 장르

이 자리에서 봉준호 감독은 "봉 감독의 수상은 장르 영화의 쾌거"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참 고마운 질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 발언에서 봉 감독은 외신 <인디와이어>의 기사 한 구절을 언급했다. 

"<기생충> 역시 제가 해오던 작업의 연장이었다. 물론 제가 여러 장르를 이상하게 꼬거나 뒤섞거나 하지만 어찌 됐건 전 장르 영화감독이다. 그렇기에 오늘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에 놀랐고, 스스로 잘 납득이 안된다. <인디와이어>에서였나 봉준호 자체가 장르가 됐다는 표현을 했는데 지금으로서 가장 고마운 말이다. 심사위원 만장일치였다는데 장르 영화팬으로서도 되게 기쁘다."

한 중국 기자는 <기생충>이 한국적 요소가 가득하다는 봉준호 감독의 과거 발언을 상기시키며 그 말의 참뜻을 묻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칸에 처음 영화를 공개하기 전 한국에서 연 기자회견이었는데 해외에 먼저 소개는 되지만 우리끼리 킥킥거리며 즐길 요소가 있다는 뜻에서 한 말"이라며 "영화엔 부자와 가난한 자, 가족의 이야기라 충분히 보편성이 있으리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약진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황금종려상 수상 후 포토콜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황금종려상 수상 후 포토콜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CJ ENM

 
이 자리에선 <기생충> 속 배우 이정은이 북한앵커를 흉내 내는 장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미국 <데드라인>의 한 기자는 "이 장면에 여러 메시지를 담은 게 아닌지"라고 물었다. 봉 감독은 "정치적으로 시각화 한 메시지는 아니고 일종의 조크(joke)다. 영화적 농담이라고 생각해달라"라며 "한국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하시는 분들이 그런 걸 많이 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에겐 익숙한 유머"라고 설명했다. 

이를 받아 한 영국 기자는 "로컬 영화라고 하더니 매우 글로벌했다"는 감상평을 덧붙였다. 이어 중국 기자가 한국 영화로는 처음 황금종려상을 받은 소감을 묻자 봉준호 감독은 한국영화 100주년인 올해의 의미를 언급했다.

"한국 영화 100주년에 어떤 불씨를 던진 게 아닌가 싶다. 2006년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에서 김기영 감독님 회고전을 한 적 있었다. 그때 프랑스 관객들이 열광적으로 보던 기억이 난다. 제가 이렇게 상을 받고 <기생충>이 관심받지만 저 혼자 영화를 만든 게 아닌, 김기영 감독님처럼 위대한 분의 작품을 보면서 해왔다. 구로자와 아키라, 장이머우 감독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장들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분들을 능가하는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올 한 해를 지나며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한편 봉준호 감독의 수상으로 칸영화제는 지난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에 이어 2년 연속 아시아의 손을 들어줬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해 "우리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수상작을 결정하지 않는다"라며 "감독이 어느 나라(사람)인지도 중요치 않다. 영화 자체로만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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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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