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25일 오후(현지 시각)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봉준호 감독과 작품 이름을 언급했다.

칸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영화 역사상 첫 최고상이자, 세계 3대영화제(칸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 기준으론 2012년 김기덕 감독(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이후 두 번째다.

이로써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 초청 다섯 번째 만에 본상을 수상하게 됐다. 첫 본상이 최고상이 됐다. 2006년 <괴물>이 비공식부문인 감독 주간에 초청받은 이후, 미셸 공드리 및 레오 카락스와 함께 연출한 <도쿄!>가 2008년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으며, 2009년엔 <마더>(주목할만한 시선), 2017년엔 <옥자>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감격에 차 소감 전해

봉준호 감독은 "수상 멘트를 준비하지 못했다"며 감격의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채 스태프 이름을 호명한 그는 가족과 여러 관계자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직후 그는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봉 감독은 소감 이후 시상을 맡은 프랑스 국민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송강호는 역시 벅찬 모습이었다. 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모든 배우분들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며 다시 봉준호 감독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봉준호 감독은 "저는 그냥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며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감사하다"는 말로 소감을 마무리 했다.

이날 세계 언론이 모인 프레스 센터에선 수상자가 호명될 때마다 탄성이 나왔다.

한 스페인 기자는 취재진에게 "지금 시상식에 누가 누가 왔나" 물어보며 "황금종려상은 아마 다르덴 형제가 받지 않을까 한다"라고 예상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기생충>이 수상하자 해당 기자를 비롯한 각국 취재진 일부가 박수치며 한국 기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본상 수상은 칸영화제 단골손님이었지만 상과는 인연이 멀었던 한국 영화의 지난 9년을 돌아볼 때도 의미가 크다. 이창동 감독의 <시>(2010)가 각본상을 받은 이후 임상수, 홍상수 감독 등이 꾸준히 경쟁 부문에 진출했지만 상을 받진 못했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이 <버닝>으로 경쟁에 진출하면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역시 수상하진 못했다.  

<기생충>에서 기택 역으로 주연을 맡은 송강호 역시 <괴물>(2006, 감독 주간), <밀양>(2007년 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비경쟁 부문), <박쥐>(2009년 경쟁 부문)에 이어 다섯 번째로 칸영화제에 오게 됐다. 10년 만에 레드카펫을 밟은 셈인데 그간 송강호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 때마다 해당 작품이 상을 받았다는 특이점이 있다. <기생충>이 본상을 받음으로써 송강호의 이색 기록 또한 이어가게 됐다. 앞서 <박쥐>는 심사위원상을 <밀양>은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쟁쟁했던 경쟁작들
 
 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이 열린 21일 저녁,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이 열린 21일 저녁,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CJ ENM


이번 수상의 의미가 남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경쟁 부문에 진출한 이들 중 그간 칸영화제에서 한 번 이상 본상 수상을 했던 감독이 대거 포진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특히 <쏘리 위 미스드 유>를 들고 온 켄 로치 감독과 <영 아메드>로 초청받은 다르덴 형제는 모두 두 번씩 황금종려상을 받은 인물들이다. 켄 로치 감독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과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로, 다르덴 형제는 <로제타>(1999)와 <더 차일드>(2005)로 최고 영예를 안았다. 

이밖에 <어 히든 라이프>로 초청된 테렌스 멜릭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들고 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메크툽, 마이러브:인터메조>로 초청받은 압델라티프 케시시도 각각 한 번씩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됐었다. 테렌스 멜릭은 2011년 <트리 오브 라이프>로, 쿠엔틴 타란티노는 <펄프 픽션>(1994)으로, 압델라티프 케시시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로 해당 상을 받았다.

전통의 거장 외에도 첫 장편 <아틀란티스>로 경쟁 부문에 초청받는 기염을 토한 마티 디옵, <포트레이트 오브 레이디 온 파이어>로 온 셀린 시아마 등은 상영 이후 마켓과 평단에서 고른 호평을 받으며 수상 여부가 주목되기도 했다.

올해 영화제 기간 중에는 <기생충>의 수상이 점쳐지는 몇 가지 징후가 있었다. 영미권 반응을 알 수 있는 <스크린>과 유럽권 반응을 알 수 있는 <르 필름 프랑세> 등 공식 데일리지에서 모두 높은 평점을 받은 것. <스크린>에선 3.5점으로 21개 경쟁작 중 가장 높은 점수였고, <르 필픔 프랑세>에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3.6)에 이어 3.5점으로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한편 시상식에 앞서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레드카펫을 밟으며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다. 레드카펫에 선 봉준호 감독은 현지 리포터에게 "너무 행복하게 상영했고, 좋은 반응에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라고 말했고, 송강호 역시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좋은 것도 많이 봤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제72회 칸영화제 주요 수상작
황금종려상 - <기생충> 봉준호 감독
심사위원대상 - <아틀란티크> 마티 디옵 감독
감독상 - <영 아메드> 장-피에르 다르덴, 뤼크 다르덴 감독
심사위원상 - <레미제라블> 라쥬 디 감독, <바쿠라우> 멘도사 필호, 줄리아노 도르넬레스 감독
남우주연상 – 안토니오 반데라스 <패인 엔 글로리>
여우주연상 – 에밀리 비샴 <리틀조>
각본상 - <포트레이트 오브 레이디 온 파이어> 셀린 시아마 감독
심사위원 특별 언급 - <잇 머스트 비 헤븐> 엘리아 슐레이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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