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방송된 MBC <뉴스투데이> '연예 톡톡'

24일 방송된 MBC <뉴스투데이> '연예 톡톡'ⓒ MBC

 
MBC 소셜미디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24일 MBC 계정이 공개한 영상 뉴스 하나가 사용자들에게 난타를 당했다. 특히 "좀 냅둬라. 뉴스거리가 그리 없냐?"부터 "논란될 것도 많어", "아마 성민씨 본인은 좋아할 걸"까지. 특히 이슈에 민감한 트위터 상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 기사 내용은 이랬다.

"그룹 에프엑스 출신 배우 설리씨가 선배 배우를 '성민씨'라고 호칭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최근 설리 씨는 SNS에 '지난날 성민씨랑'이라는 글과 함께 이성민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는데요.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26살 나이 차나 경력을 생각했을 때 '씨'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이날 오전 <뉴스투데이>에서 방송된 1분여가량의 리포트 제목은 <[투데이 연예톡톡] 설리, 26살 차 선배에 '성민씨' 호칭 논란>. 사실 지난 22일 설리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과 글은 이미 여러 매체가 '중계식' 보도를 했고,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한 이슈였다.

트위터 상 문제제기는 이랬다. 구태여 공영방송 MBC가 이런 단순 연예뉴스를 영상뉴스로 소비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 또 '26살 차 선배'라는 표현과 더불어 구태여 '논란'을 부채질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

이를 반영하듯 리포트에서 MBC는 "설리씨의 팬덤도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라 할지라도, 많은 대중들이 보는 SNS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호칭 표현은 자제해 달라'는 호소문을 내놨는데요"라며 "논란이 커지자 설리씨는 다른 중견배우들을 언급하며 '우리는 서로를 아끼는 동료이자 친구로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글을 올려 비판에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라고 마무리했다.

눈여겨 볼 것은 이 리포트를 작성한 이의 심경이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점이랄까. 실제로 그랬다. 포털에서 설리로 검색하면 등장하는 기사들 중 단순 중계가 대다수지만 기자의, 편집자의 관점을 반영하는 제목과 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이 같은 기사들은 소셜 미디어 상에 달린 댓글 내용들을 가지고 '논란'이나 '갑론을박' 같은 제목으로 스스로 논란을 '생산'해내는 양상이 짙다. 같은 날 설리가 민소매 상의를 입고 올린 사진과 관련해서도 어김없이 그러한 '논란'이 생성됐다. 조금만 시선을 넓게 확장시켜 보자.

자유분방한 연예인일 뿐인 설리
 
 24일 방송된 MBC <뉴스투데이> '연예 톡톡'

24일 방송된 MBC <뉴스투데이> '연예 톡톡'ⓒ MBC


2018년에 넷플릭스는 <아메리칸 밈(meme)>이란 오리지널 다큐영화를 공개했다.  패리스 힐튼을 위시해 미국 내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목받는 스타들에 대한 다큐다. 이들의 팔로워는 적게는 수백, 수천만에서 1억 이상을 자랑한다. 다큐는 이들의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일상화하고 또 '사업'화하는지를 그저 따라잡는다. 애환도 있고, 이목을 끌기위한 피나는(?) 노력도 등장한다.

이 미국식 '밈'을 소개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그들을 '소비'하는 팔로워들의 복합성 때문이다. 팔로워들은 기본적으로 화려하거나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사는 이 '밈'들의 삶을 동경한다. 하지만 때로는, 또 특정 순간 '지적질'을 하기도 하고, 돌변해 공격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겠는가. 수백만, 수천만 팔로워들의 반응이 천편일률이라면 그것보다 끔찍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설리는 '밈' 같지만 전형적인 '밈'은 아니다. 그저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흔하지만 좀 더 자유분방한 연예인일 뿐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유독 연예인에게 관심이 많은 나라고, 이슈 생산에 있어 포털 집중화가 너무나 강력하다는 데 있지 않을까. 소셜미디어 상에서 '이슈메이커'로 자리 잡고도 거리낌 없이 일상을 공유하는 설리가 문제가 아니라 말이다.

또 하나. 비교적 '어린' '여성' 연예인인 설리가 유독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거나 훈계 혹은 '꼰대질'의 대상이 되는 것 또한 이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반증일지 모른다. 특히나 지속적인 '노브라' 논란은 온당치 못하거니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보통'이된 한국사회의 슬픈, 아니 일그러진 자화상을 반영할 뿐이다.

물론 일방적으로 설리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설리의 행동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매체들도, 생산됐든 자발적이든 쏟아지는 소셜 미디어 상 관심도 과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1대 다'의 구조 속에서 과연 어느 편이 과도한지는 분명 곱씹어 볼 대목이지 않을까.

악플 읽는 설리
 
 24일 방송된 MBC <뉴스투데이> '연예 톡톡'

24일 방송된 MBC <뉴스투데이> '연예 톡톡'ⓒ MBC


그런 점에서, 자신에 대한 훈계질에 "시선 간강"이라 대응한 설리는 상대적으로 건강해 보인다. 그저 편안한 일상을 공유한 사진을 두고 성적으로 읽는 그 음험한 시선에 대한 맞대응 말이다. '밈'과 설리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메리칸 밈> 속 소셜 미디어 스타들은 자신이 올린 사진과 동영상에 팔로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대부분 정확히 예상한다. 다소 선정적인 사진이나 부도덕하거나 극단적인 화면들이 그러하다.

반면 설리의 민소매 사진은 보여지는 것도, 설리 본인이 말하는 의도와도 다르게 읽히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성민씨'라는 서로 간의 친근감의 표현에 사회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민소매의 편안한 의상이 어느새 (여성의) 성적인 표현으로 둔갑한다.

설리가 소속 그룹을 탈퇴하기 전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 관한 글(관련 기사 : 누가 설리를 음란하게 만드는가 http://omn.kr/j5dk)을 쓴 것이 꼭 3년 전이다. '미투 운동'이 출현하기 전인 그때와 비교해 설리를 둘러싼 매체 상황, 언론 환경은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비극적인 퇴행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24일 오후, '설리가 진리'라는 유행어를 지닌 이 94년생 데뷔 14년차 연예인이 처음으로 예능프로그램 진행을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설리가 무려 '악플'(악성 댓글)을 읽어주는 '코멘터리 토크쇼'의 진행자라니, 이 얼마나 자기반영성에 충실하며 현실과 예능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발칙한 아이디어인가.

제작진의 설명에 따르면, 설리가 신동엽, 김숙 등과 진행을 맡는 <악플의 밤>은 진행자와 게스트들이 연예인의 악플을 소개하고, 해명·반박하면서 정면 대응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전언이다.

과거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 상에서 인기를 얻었던 할리우드 스타들의 '악플 읽는' 영상이 떠오르는 형식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설리의 반박을 인스타그램 라이브가 아닌 종편 프로그램을 통해 볼 수 있는 날이 왔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악플 읽는 설리,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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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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