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너마저 밴드 브로콜리너마저가 9년 만에 정규 앨범 <속물들>을 발표했다. 이를 기념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앨범 작업기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밴드 브로콜리너마저 ⓒ 스튜디오 브로콜리

 
발랄하면서도 잔잔하다.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가 9년 만에 선보인 세 번째 정규 음반 <속물들>은 변신 대신 이들이 그간 주력해온 이야기와 그 감성 그리고사운드를 잡았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멜로디. 거친 구성은 피하고 쉬운 반주에 기교를 섞지 않은 보컬로 '유자차', '변두리 소년소녀', '앵콜요청 금지', '춤'을 통해 전해온 온기와 위로가 이번 신보에도 빛 바래지 않은 채 담겨있다.
 
출세작이자 첫 풀랭스였던 <보편적인 노래>가 사랑을 품었고, 소포모어 앨범 <졸업>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라며 청춘을 포용했다면 이번 음반은 어느새 '서른'이 되어버린 '속물들'에 초점 맞춘다. 그룹은 자랐고 가사의 시선도 젊음에서 사회인으로 바뀌었지만 그들은 한결같다. 여기에는 장난스럽고 유쾌한 밴드만의 자기 고백이 서려 있고 음반 커버에 시원하게 내건 동전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인정함으로써 비꼬는 '그게 우리야'란 외침에서 비롯된 쾌감이 자리한다.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정규 3집 <속물들>의 음반 커버.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정규 3집 <속물들>의 음반 커버. ⓒ 스튜디오 브로콜리

 
'변치 않은 밴드 색, 짙어진 공감의 목소리'

류지와 덕원, 남녀 보컬이 번갈아 가며 곡을 부른다. '속물들'의 "그래 우리는 속물들 어쩔 수 없는 겁쟁이들", '혼자 살아요'의 "누구나 혼자, 인생 혼자"란 속 시원한 인사를 건네는 가사와 전작보다 굵직한 합창 포인트, 메인 선율이 돋보인다. 비교적 밝은 곡들이 자리한 초반부 연이어 등장하는 '속물들', '괜찮지 않은 일', '혼자 살아요'의 떼창 호흡은 그 어느 때보다 '공감'에 주안점을 둔 음반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는 다소 단조로운 얼개의 반복이란 단점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일상의 온도로 적어낸 따뜻한 가사들이 이러한 틈을 소담스레 채워낸다.
 
그리하여 <속물들>은 브로콜리 너마저의 여전함을 알린다. 이전 커리어의 연장 선상에 놓인 아기자기한, 쉽게 기억되는 노래 라인과 지금의 우리를 보듬는 생활 밀착형 이야기는 브로콜리 너마저를 잊지 않고 꺼내 들게 되는 이유다. 더 이상 좋은 사람이 아닌, 서른 살이 되어버린, 혼자 사는 이 시대의 속물들에게 블루지한 기타로 문을 여는 '가능성'은 어린 시절의 맹목적 자신감을 추억하게 하고 낮은 어쿠스틱 기타 반주 위에 오직 목소리만을 얹은 '아름다운 사람'은 그럼에도 다 괜찮을 너와 나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브로콜리 너마저가 브로콜리 너마저로 돌아왔다. 예전 곡에 추억을 묻어 두었다면 이번 음반으로 업데이트를 해도 좋을 듯 싶다. 시간이 변하고 환경이 변하고 마음이 바뀌었어도 느긋해져도 됨을 말해주는 앨범. 강하고 힘 센 전개 없이 부드러운 소리의 조합으로 긴 여운을 남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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