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인터뷰 사진

배우 남궁민ⓒ 935엔터테인먼트

 
불합리한 기업 문화에 유쾌하게 저항하는 과장(드라마 <김과장>), 물불 가리지 않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기자(드라마 <조작>). 드라마 속 남궁민은 언제나 '갑질'에 굴복하지 않고 권력에 맞서 상대를 무너뜨리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만들었다. 어느덧 '언더독' 대표 배우로 자리 잡은 남궁민이 이번에는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재벌을 처단하는 의사로 또 한 번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전했다.

20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한 카페에서 KBS 2TV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촬영을 무사히 마친 남궁민을 만났다. 지난 15일 종영한 <닥터 프리즈너>는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사 면허를 박탈당한 나이제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돼 재벌과 부당한 권력에 복수를 펼치는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남궁민은 태강병원에서 의료사고 누명을 쓰고 퇴출된 베테랑 의사 나이제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나이제는 잔인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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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이제는 선과 악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었다. 분명 그에겐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면이 있지만 법을 교묘하게 이용해 재벌과 유명인들이 형 집행정지를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의료 지식을 이용하는 등 '악'과 손을 잡기도 했다. 결코 착하지 않은 '히어로'였던 나이제의 거침없는 복수에 많은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남궁민은 "나는 불의에도 잘 참는다"며 나이제를 연기하면서 속 시원할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현실에서 나는 불의에도 잘 참고 넘어가는 편이다. 내게 악행을 저지르거나, 단순히 짜증을 내거나 해도 꾹 참는다. 내 직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이제는) 연기할 때도 속 시원한 캐릭터였다. 다들 일상을 살면서 안 좋은 일을 겪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참아야 할 때가 많지 않나. 그런 분들이 우리 드라마를 통쾌하고 재밌게 봐주셨던 것 같다."

돈도 '빽'도 없고 오로지 실력만 있는 의사가 재벌 그룹 후계자에게 복수하고 끝내 처벌받게 만드는 과정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남궁민은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차분하고 차가운 연기 톤으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데는 남궁민의 힘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나이제는 적극적이지만 차분한 스타일이었다. 계획적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연기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복수하는 과정은 통쾌하더라도 연기로는 절제된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나이제의 복수는 마지막회에 와서야 완성된다. 결국 구속된 이재준(최원영 분)을 바라보는 나이제의 표정은 결코 속 시원하거나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이를 연기한 남궁민 역시 "나이제는 굉장히 잔인한 사람"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복수는 시원하지 않았다. 우리 엄마를 죽게 만들고 장애인 부부를 죽게 만들고, 태강케미컬 노동자 유가족들을 죽게 만든 사람이 아닌가. 나이제는 '어떻게 하면 (이재준을) 더 괴롭고 고통스럽게 만들까' 생각했을 것 같다. 드라마 전개상 그런 장면까지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연기하다 보니 나이제가 굉장히 잔인한 사람이더라. 내가 느낀 것만큼의 고통을 너도 느끼게 해주겠다는 인물이다. 그런 부분은 정말 무서웠던 것 같다."

"시즌2? 아직 논의한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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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초반부에는 사건이 박진감 넘치게 진행됐지만 점점 나이제와 선민식, 최원영의 대립이 반복되면서 지루해지고 이야기의 힘이 빠졌다는 비판도 있었다. 남궁민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 역시 그 부분이었다고. 하지만 그는 바쁘게 돌아가는 드라마 환경에서 어쩔 수 없다는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3년간 나이제에게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런 복수를 계획했을까. (나도 연기하면서) 그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이게 시청자분들에게 잘 전달돼야 주인공의 행위에 당위성이 생기고 힘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장애인 부부의 죽음이라는 감정선은 있었지만 아쉽게도 촬영 여건상 그런 부분을 제대로 살리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제 서사의 빈 자리 때문에 드라마가 힘을 잃을 수도 있었는데 최원영 형과 선민식 과장(김병철 분)님이 활약하면서 메워줬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분들도 느낄 정도면 제작진은 얼마나 더 생각하고 신경을 썼겠나.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고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웠다."


마지막회에서 나이제가 태강병원 병원장 자리에 도전하고 선민식과 손잡는 등 <닥터 프리즈너>는 여운을 남기는 듯한 결말을 내놓았다. 팬들 사이에서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이유다. 하지만 남궁민은 "아직 논의한 내용이 없다"는 아쉬운 소식을 전했다. 

앞서 KBS 드라마 <김과장> 역시 시즌제를 요구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아직 시즌2를 제작한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김과장>의 박재범 작가는 SBS <열혈사제>로 또 한 번 흥행에 성공했다. 남궁민은 "박재범 작가님과 자주 통화하고 있다"며 "그런 이야기를 다시 쓰는 건 (작가에게)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하고 싶은 작품이다. 얼마 전에 (드라마를) 다시 봤는데 너무 웃기고 재밌었다"고 고백했다.

방송 전, 남궁민이 불안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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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은 <김과장> <조작> <닥터 프리즈너>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장르물'에 특화된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이에 그는 "로맨틱 코미디였던 SBS <훈남정음> (시청률) 성적이 안 좋아서 그런 말씀을 많이 하시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장르물 드라마에 출연했을 때 반응이 좋아서 다들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SBS <훈남정음>도, <미녀 공심이>도 되게 재밌게 임했다. 집앞 슈퍼 아주머니는 아직도 나를 안단태 총각이라고 부르신다. 여러 가지로 많은 시도를 했던 작품이었고 좋았다. 내가 생각해도 최근에는 장르물을 더 많이 했다. 또 장르물 드라마에 출연했을 때 반응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라 그런 표현이 좋다. 하지만 (작품의)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다."

최근 남궁민은 드라마를 끝내고 자신의 소속사 스태프들과 함께 '사비'를 털어 포상휴가를 떠난다는 소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휴가에 대해 묻자 남궁민은 "왜 그런 게 이슈가 되는지 모르겠다. 기사로 나와 부담스럽다"라며 많이 쑥스러워했다. 그는 "스태프들과는 항상 작품이 끝나면 여행을 다녀왔다. 함께 일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가족 같은 사이다. 촬영장에 다음날 바로 가야 할 때는 집에서 재우고 함께 움직인다. 그러면 그 친구들이 한 시간 반 정도 더 잘 수 있다"며 "현장에서 가장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장 위로가 된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느덧 데뷔 20년차를 맞은 배우 남궁민은 최근 몇 년간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다. 가끔 성적이 부진할지언정 그의 연기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이제 찾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바쁜 모습이었다. 남궁민은 특히 이번 드라마가 방송되기 전까지 불안한 마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불안감과 또 그에 비롯된 노력이 지금의 남궁민을 만든 힘이 아닐까.

"잘한 부분도 있고 못한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항상 부족하다고 많이 생각한다. 연기를 계속하면서 부족하고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 특히 이번 드라마는 반응이 나오기 전까지 매 신마다 (내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방송이 나가고 반응이 좋아서 내게 조금씩 관대해졌다.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100장 이상 (일기를) 적은 것 같다. 내가 부족한 부분들,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 깨달은 것을 하나하나 적었다. 연기가 안 풀릴 때는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인데 완벽한 배우가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부족함을 채워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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