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이 열린 21일 저녁,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이 열린 21일 저녁,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 CJ ENM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과연 경쟁 부문 본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한국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시>가 2010년 각본상을 받은 이후 꾸준히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진출했지만 본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만약 <기생충>이 상을 받는다면 9년 만의 경사인 셈이다. 섣부른 판단은 자제해야겠지만 조심스럽게 몇 가지 징후로 <기생충>의 수상을 예상해봤다.

유럽권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르 필름 프랑세> 기준, 23일 경쟁 부문 진출작 21편 중 17편의 평점이 공개된 가운데 <기생충>은 4점 만점에 평균 평점 3.5를 받았다. 주요 비평지 평론가와 기자 15명이 보내는 평점을 평균 낸 수치다. <기생충>은 총 14명의 평론가 및 기자가 점수를 매겼고, 이 중 9명이 황금종려(4점)를 수여했다.

<기생충>의 점수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수다. <페인 앤 글로리>의 평균 평점은 3.6. 15명의 평론가와 기자가 이 영화를 평가한 가운데 11명이 만점을 부여했다.

고려해야 할 것들

물론 영화지 평점과 본상 수상 여부의 역학관계는 깨진 지 오래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의 경우 영미권 반응을 담은 <스크린> 평점이 3.8로, 해당 잡지 역사상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으나 수상이 불발됐다. 2016년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어드만>과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 역시 각각 3.7과 3.5로 상위권이었으나 수상엔 실패했다.       
 23일 공개된 <르 필름 프랑세>의 평점.

23일 공개된 <르 필름 프랑세>의 평점. ⓒ le film francais

  다만 <르 필름 프랑세> 평점에서 참고할 만한 게 '까이에 뒤 시네마' 평점이다. 이는 프랑스 누벨바그(new wave)의 한 축을 담당한 전통의 영화 비평지로 십수 년 전부터 칸영화제의 운영 방식과 작품 선정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화제와는 긴장 관계인 셈. 그래서 관계자들 사이에선 '까이에 뒤 시네마'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수상에 불리하고, 낮은 점수를 받는 게 좋다는 말이 나오곤 한다. 일종의 암묵적인 기준인 셈.

유력 수상 후보인 <페인 앤 글로리>의 까이에 뒤 시네마 평점은 4점 만점, <기생충>은 3점이다. 참고로 지난해 까이에 뒤 시네마는 <레토>에 4점 만점을 줬고, <버닝>에 3점을 줬다. 두 작품 모두 본상 수상은 하지 못했다. 2017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더 스퀘어>, 심사위원상을 받은 <러브리스>, 여우주연상을 받은 <인 더 페이드 > 등은 모두 당시 까이에 뒤 시네마로부터 0점을 받은 바 있다. 

물론 이게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평점보다 더 중요한 게 심사위원들 성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미국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심사위원장이었고,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 레아 세이두, 아바 두버네이 감독, 싱어송라이터 카쟈 닌 등 총 9명의 심사위원 중 5명이 여성이었기에 여성 감독의 약진이 예상됐다. 실제로 <가버나움>의 나딘 라바키 감독이 심사위원상을, <행복한 라자로>의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이 감독상, <소피아>의 메리엠 뱀 바레크 감독이 각본상을 받았다.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올해 심사위원 중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더 랍스터> <킬링 디어> 최근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선보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매우 좋아한다는 게 현지 영화계 중론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미루어 볼 때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이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상이 전부는 아니다. 유럽 및 북미권에선 봉준호 감독이 100억 원 대 영화로 자신의 개성을 담은 작품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호평하고 있다. <옥자> 이후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 봉준호 감독에게 전 세계 영화계가 환호를 보내고 있다.
기생충 봉준호 칸영화제 페드로 알모도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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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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