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가수 깜짝 음원 순위 등장 -> 특이한 시간대 순위 상승 -> 유명 가수 제치고 1위 등극 -> 음원 사재기 의혹 논란 -> 소속사는 의혹 부인 -> 가수 측 억울함 드러내 -> 기획사 측 "우린 당당하다, 조사 의뢰 법적 대응" 언급

지난해부터 이와 같은 모습을 가요계에선 몇 달 간격으로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그때마다 음악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각종 의혹이 제기된다. 또한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 마련 등이 언급되지만 말 그대로 그때뿐이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그 주인공은 무명 신인 임재현이다.

무명 신인 임재현, 지난해 9월 발표곡이 뒤늦게 1위 등극
 
 임재현의 싱글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표지

임재현의 싱글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표지ⓒ 엔에스씨컴퍼니, 디원미디어

  
5월 넷째주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의 실시간, 일간 음원 순위 1위는 방탄소년단도, 위너도 아닌 가수 임재현이다. 서울예대에 재학 중인 만 22살(1997년생) 대학생이라는 것 외엔 별다른 정보조차 알려지지 않은 남자 가수가 최근 음원 순위 1위에 올랐다.

그가 지난 2018년 9월 발표한 곡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은 지난 2019년 4월부터 음원 순위권에서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5월 말 정상의 자리에 올라섰다.   

주요 음원 사이트에 등록된 해당 싱글의 소속사 소개글을 보면 "왠지 언젠가 역주행 할 것 같은 보컬픽으로 발라드 마니아들에게 알게 모르게 알려져 왔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좋게 말하면 예전 1990년대 감성, 다르게 표현하면 상당히 올드한 느낌을 선사하는 이 곡은 발표 전부터 마니아들에게 알려졌는지 여부는 둘째치더라도 어찌되었건 간에 소속사의 희망(?)대로 역주행에 성공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 노래의 순위 '역주행' 행보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임재현이 BTS 등 인기 뮤지션을 제치고 음원 순위 1위에 오르자 연예 매체들은 '임재현이 누구야?'라는 식의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대부분 일부 누리꾼이 제기한 음원 사재기 의혹을 거론하는 보도였다. 대중에 알려진 게 거의 없는 뮤지션이 잔나비, BTS, 트와이스 등 인기 뮤지션들의 곡을 누르고 1위에 오른 점이 이상하다는 게 의혹의 주된 내용이다.

한편 임재현은 음원 사재기 의혹에 관해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22일 임재현은 SNS를 통해 "무분별한 비방, 명예훼손 및 악성 댓글로 인해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은 물론 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까지 심각한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받고 있다"라며 "억울한 부분도 많지만 말을 줄이고 더 좋은 음악을 들려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음원 순위 역주행, 유튜브 커버 영상의 인기 덕분?
 
 유통사 카카오M의 유튜브 공식 채널 1theK에 등록된 임재현의 노래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관련 영상. 1theK를 통해 소개되는 타 가수들의 영상물과 달리, 마치 일반인이 찍은 듯한 내용이라 완성도는 떨어진다.

유통사 카카오M의 유튜브 공식 채널 1theK에 등록된 임재현의 노래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관련 영상. 1theK를 통해 소개되는 타 가수들의 영상물과 달리, 마치 일반인이 찍은 듯한 내용이라 완성도는 떨어진다.ⓒ 카카오M

 
올해 가요계의 대표적인 '지각(역주행) 인기' 사례를 손꼽자면 그룹 잔나비를 언급할 수 있다. 이 경우엔 충분히 그 이유가 설명된다. 잔나비가 수년간 각종 공연, 페스티벌 등을 통해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오면서 지난해부터는 몇 천 석 규모 단독 콘서트도 불과 몇 분 만에 매진시키는 등 유의미한 팬덤을 확보하는 등 그 현상이 이미 눈으로 확인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혼자산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연이은 TV 매체 출연도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 임재현은 지난 수개월간 '현상'이라고 부를 만한, 특별한 인기 급상승 계기를 발견하기 어렵다. 네이버, 구글 트렌드 검색 등에서도 눈에 띌 만한 흐름이 감지되진 않았다. 일각에선 유튜브 커버 및 관련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원곡의 인기로 이어졌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적으로 커버 영상물 덕분이라는 주장은 음원 발매 8개월 만에 1위를 차지한 배경으로 속 시원한 답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이로 인해 '특별한 계기가 없는 듯한' 1위를 두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앞서 지난해 유사한 논란에 휩싸인 몇몇 가수들의 사례와 비교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음원 순위 1위에 오르는 과정을 살펴보면 유독 늦은 시간대에 실시간 순위 급상승이 목격되는데, 이는 두터운 팬덤을 지닌 유명 가수 및 그룹의 노래들의 경우와 유사한 흐름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만으로 해당 노래가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해 순위 1위를 차지했다고 볼 수는 없다. 

연이은 1위곡들, '실체를 찾기 힘든 인기'
 
 가수 임재현

가수 임재현ⓒ 엔에스씨컴퍼니, 디원미디어

 
각종 사재기 논란을 비롯한 잡음이 연이어 발생하지만 속시원한 해결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실시간 순위제 폐지'를 비롯해 여러 개선책이 언론과 음악 팬들 사이에서 주장되고 있지만, 제대로 반영된 사례는 거의 없다. 몇 달 전부터 시행중인 이른바 '차트 프리징'(새벽 시간대 실시간 순위 운영 일시 중단)도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방안에 불과하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원인 분석 및 문제를 해결해야 할 멜론 등 주요 음원 사이트는  매번 비난을 받으면서도 실시간 순위 중심의 서비스 방식을 적극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관할 정부기관이지만 수사권은 없는 문화체육부 역시 비슷한 실정이다. 

가수의 유명세 등에 힘입어 곡의 순위가 오르는 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누구도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거나 알지 못하는 채 음원 1위를 차지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인기의 실체를 찾기 힘든 인기곡'들이 계속 등장하다 보니 급기야는 '음원 차트 불신' 풍조마저 조성되는 분위기다. 즉, 1위 혹은 높은 순위에 이름을 듣지 못했던 뮤지션의 곡이 올라가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풍토가 만연할 정도다. 그만큼 이젠 음원 순위를 사람들이 믿지 못하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이쯤 되면 특정 뮤지션의 잡음이 조용해질 무렵, 또 다른 무명 가수의 노래가 이와 유사한 상황을 만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치 영화 <사랑의 블랙홀> 마냥 유사한 상황이 매년 반복되는 게 지금 가요계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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