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이 열린 21일 저녁,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CJ ENM

  
"트레 비엥(TRES BIEN, 매우 좋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상영이 끝나자 자리 곳곳에서 프랑스 관객들의 감탄사가 나왔다. 제7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기생충>의 첫 공식 상영이 21일 밤(현지 시각)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진행됐다. 

전반적으로 뜨거운 반응이었다. 상영 도중 희극적 요소가 등장할 땐 객석에서 큰 웃음과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분위기만 놓고 보면 근 3년간 칸영화제 공식 부문에 진출했던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반응이 강한 축에 속했다. 2016년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부산행>, 경쟁 부문에 초청된 <곡성> 등이 상영 중 관객의 즉각적 반응이 나왔던 사례였다.  
 

영화 '기생충' 출연 배우들과 봉준호 감독이 입장하자 현장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선필

 
어느 부잣집에 모조리 취업하게 된 4명의 가족의 이야기는 때론 진지했고, 때론 경쾌했다. 반지하 방, 장마와 물난리, 그리고 서울 상류층과의 대비 등. 감독이 의도하고 그려 넣은 설정마다 대부분 정확하게 관객들도 반응했다. 정서와 가치관이 다르기에 앞서 언급한 <부산행>이나 <곡성>에선 예상외 지점에서 강한 리액션이 나온 반면, <기생충>은 다소 달랐던 것. 
  
상영 직후 관례상 나오는 전통적인 기립박수에서도 많은 관객들이 마음을 담아 찬사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설국열차> <옥자>에서 호흡을 맞춘 틸다 스윈튼도 상영관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봉준호 감독과 포옹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기립박수가 약 9분간 이어지는 중에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등이 일정한 리듬을 담아 박수를 유도하자 관객들 역시 이에 따르며 화답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여유 있는 표정의 봉준호 감독이 배우들에게 "배고프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고, 이후 마이크를 건네받은 봉준호 감독은 "밤이 깊었습니다. 이제 모두 집에 갑시다"라며 재치 있게 응수하고 나서야 박수가 잦아들었다. 
 
 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이 열린 21일 저녁,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이 열린 21일 저녁,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왼쪽부터 최우식, 봉준호 감독, 박소담, 이정은, 조여정, 이선균, 장혜진, 송강호.ⓒ CJ ENM

 
영화전문가, 평론 그룹... "균형 잡힌 역대급 영화"

영화 관람과 평론에 익숙한 기자와 전문가들은 대부분 봉준호 감독의 신작을 높이 평가했다. 영국 <가디언> 평론가이자 칸영화제 공식 데일리 매체 <스크린>에 평점을 보내고 있는 피터 브래드쇼는 "<기생충>은 사회적 지위와 물질 만능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대한 기이하면서 특이한 블랙코미디"라며 별 5개 만점 중 4개를 부여했다.

윤성은 평론가는 "마케팅 과정에서 가장 한국적 영화라고 했던 것 같은데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다들 겪는 이슈를 다룬 작품이 나왔다"며 "<옥자> 때만 해도 호불호가 갈렸다면, 이 작품은 봉준호 감독에게 기대하는 많은 것들을 충족시켰다"고 평했다. 

영국 런던영화제의 전혜정 집행위원장 역시 "한국적인 묘사가 이 영화를 보는 데 전혀 방해될 것이 없다. 그만큼 보편성이 있다"면서 "오늘 상영에서 반응이 뜨거웠던 건 그만큼 봉준호 감독 팬덤들이 있어서인 것 같다. 반응 강도만 가지고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기생충> 관련, 한 러시아 수입업자는 "여전히 봉준호 감독이 참신하고 환상적인 감독이라 느꼈다"며 "특히 유머와 캐릭터에 대한 통찰이 느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호주 지역 수입업자 역시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담은 장난스럽고 코믹한 풍자"라며 "배우들에 대한 최고의 디렉팅이 담겨 있다. 또 하나의 걸작이 나왔다"고 칭찬했다.

칸영화제 크리스티앙 쥰은 "올해 초청작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비교도

이에 비해 봉준호 감독에 대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거나 봉 감독의 팬이면서 동시에 다른 영화도 함께 챙겨 보고 있는 일반 관객 사이에선 평이 엇갈리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랐다는 한 한국인 유학생은 "오랜만에 정말 빵빵 터지면서 본영화였다"며 "자연스러운 스토리 흐름의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반면 인터뷰에 응한 한 프랑스인 영화학도는 "평소 봉준호 감독을 많이 좋아하는데 여전히 내겐 <살인의 추억>이 최고"라며 다소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SNS 상에선 같은 날 상영된 또 다른 경쟁 부문 진출작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할리우드>와 <기생충>을 비교하는 글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배우 면면에서 알파치노,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고 로비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출동했기에 화제성에선 다소 밀렸지만, 작품 자체만 놓고 보면 두 영화 모두 수작이라는 게 SNS상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기생충>에는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이 참여했다.
 
 영화 <기생충>의 주역들.

영화 <기생충>의 주역들.ⓒ CJ ENM

 
한 SNS 사용자는 "이번 경쟁 부문에서 내게 최고 작품은 <기생충>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였다"고 강한 어조로 글을 올렸고, 또 다른 SNS 사용자는 "이미 관람한 다른 작품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기생충>이 좋았다"며 "참 영리하고 상징적인 영화"라고 정리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한글, 영문 보도 자료에 "두 남매가 과외 알바를 딴 이후 스토리 전개를 최대한 감춰 달라"며 '스포일러 방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기생충> 팀은 22일 오전부터 매체 인터뷰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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