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중반을 지나고 있는 제72회 칸영화제다. <옥자> 이후 2년 만에 다시 경쟁 부문 초청을 받으며 저력을 확인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2일 오후 10시 30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개됐다. 이런 가운데 이미경 CJ 부회장의 참석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경 부회장은 지난 21일 칸에 도착해 현지에 머무르다가 그룹 관계자들과 함께 22일 공식상영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영화 엔딩 크레딧에 이미경 부회장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직함은 책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다. 일각에선 은둔자 경영에 가까웠던 이미경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다시금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강하다.

이미경 CJ 부회장의 <기생충> 지원 배경은
 
 2014년 다보스포럼 때의 박 대통령과 이미경 부회장(우측).

2014년 다보스포럼 때의 박 대통령과 이미경 부회장(우측). ⓒ 연합뉴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3년 7월께 청와대가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종용한 사실이 이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VIP(대통령) 뜻"이라며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이 부회장의 퇴진 압력을 사실상 가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대법원은 조 전 수석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이후 이미경 부회장은 2014년 10월 유전병 치료 명목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까지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당시 영화계에선 이미경 부회장이 그간 영화 사업이 부진하자 사활을 걸고 <광해: 왕이 된 남자> 제작을 지시했고, 이 영화가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자 당시 정부에선 '좌파 영화'라며 이미경 부회장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 시각을 불식시키듯 CJ 엔터테인먼트는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같은 친보수 성향의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이미경 CJ 부회장

이미경 CJ 부회장 ⓒ 연합뉴스

 
미국에서 생활하며 이미경 부회장은 사실상 '은둔 경영'을 해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된 직후 비상경영체제로 이끌었던 이 부회장은 이후 자사 음악 채널 행사인 엠넷뮤직어워드(MAMA)에 종종 모습을 드러냈지만, 일체 다른 행사에선 참석하지 않았다. 칸영화제 방문은 지난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상을 받았을 당시 이후로 10년 만이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은 <마더>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그랬기에 이번 칸영화제 방문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것. 이 부회장 방문 때 영화가 본상을 수상했기에 올해 <기생충> 수상 여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CJ 관계자는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적은 없기에 경영 복귀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 크레딧에도 올라가는 만큼 세일즈 지원 정도로 봐달라"며 "한국 정서가 강하게 담긴 만큼 우선 국내 관객 반응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출연 배우들은 공식상영 전후로 외신 및 국내 매체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영화제는 오는 25일 폐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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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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