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0년이 흘렀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에 출간된 자서전 <운명이다>의 에필로그에 "2009년 5월 23일 아침, 우리가 본 것은 전직 대통령의 서거가 아니라, 꿈 많았던 청년의 죽음이었는지도 모른다"라고 적었다. 

다음으로 자신과 우리들에게 묻는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세상에 무엇을 남겼는가? 그는 왜 그렇게 떠난 것일까? 나는 무엇 때문에 이리도 아픈 것일까?"

지난 19일에 방송한 < SBS 스페셜 > '노무현 : 왜 나는 싸웠는가?'편은 인간 노무현, 변호사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시민 노무현의 삶을 따라간다. 노무현을 쫓는 여정 속에서 "그가 왜, 무엇을 위해 싸웠던 것일까? 그가 싸워서 지키려고 했던 것을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인간 노무현, 그리고 정치인 노무현의 길
 
 < SBS 스페셜 > ‘노무현: 왜 나는 싸웠는가?’편 중 한 장면

< SBS 스페셜 > ‘노무현: 왜 나는 싸웠는가?’편 중 한 장면ⓒ SBS


이미 많은 영화와 TV 다큐멘터리가 노무현 대통령을 조명한 바 있다. < SBS 스페셜 > '노무현 : 왜 나는 싸웠는가?'편은 노무현 대통령의 실제 육성을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차별화를 이룬다. 때론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를 빌려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과 행동의 의미를 짚어본다.

다큐멘터리는 첫 장면에서 "지금부터 제 진심을 다해서 여러분들에게 제 과거를 고백하겠습니다"란 말을 던지며 정치인 노무현이 걸었던 길과 인간 노무현이 살았던 삶으로 들어간다. 노무현 대통령은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부산 동구)에서 통일민주당 후보로 당선되며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0년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이 3당 합당을 선언하자 노무현은 지역구도를 고착하는 야합으로 규정하고 합류를 거부한다. 이후 "우리 시대에 최대의 과제인 지역 갈등을 해소하고 동서화합과 화해를 이루려고 합니다"라고 외치며 분열에 저항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14대 국회의원 선거(부산 동구),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산광역시장),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서울 종로구)에서 잇따라 낙선하며 지역감정의 벽을 절감한다. 당시 선거에선 비전이나 능력보다 정당이 우선시 되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배지 하나 달기 위해서 이당 저당 왔다 갔다 하지 않았습니다. 이 나라에 원칙이 승리하는 시대를 만들고 싶습니다"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 SBS 스페셜 > ‘노무현: 왜 나는 싸웠는가?’편 중 한 장면

< SBS 스페셜 > ‘노무현: 왜 나는 싸웠는가?’편 중 한 장면ⓒ SBS


1998년 7월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구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노무현은 다음 선거인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북구·강서구 을에 출마하는 가시밭길을 오른다. 그는 "분열의 시대에 어려움을 무릅쓰고 부산에서 나온 민주당, 호남에서 나온 한나라당 정치인이라야 새로운 시대의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무현이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된 시기는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6년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1975년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노무현은 1977년 대전지방법원에서 판사로 부임한 후에 1978년 부산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다.

한때 부산에서 수입 2위에 오를 정도로 '속물 변호사'였던 노무현은 전두환 정권의 대표적인 용공 조작 사건인 '부림 사건'이 일어나자 "이제 일반 사건은 맡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의 변론을 맡는다.

'인권변호사'로 거듭난 노무현은 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변호하고 부산 민주시민협의회 상임위원과 민주 헌법 쟁취 국민운동 부산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을 역임하며 군부 독재에 맞섰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말과 정신
 
 < SBS 스페셜 > ‘노무현: 왜 나는 싸웠는가?’편 중 한 장면

< SBS 스페셜 > ‘노무현: 왜 나는 싸웠는가?’편 중 한 장면ⓒ SBS


2001년 12월 10일 노무현은 "저는 여러분께 새로운 대통령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강한 권력을 만듭니다"라고 선언하며 대통령 선거에 공식 출마한다. 그는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누구한테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낡은 정치와 싸우겠다. 정치를 바꾸는 게 제 목표입니다"라고 호소하며 대선 후보에 선출된다. 그리고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며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을 위한 정부를 표방하는 '참여 정부' 시대를 열었다.

우리 정치사에서 사실상 첫 등장한 비주류 정치인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맞닥뜨린 기득권 세력의 저항은 엄청났다. 취임 이후 147회나 탄핵 공세에 시달렸다. 보수 언론은 연일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했다. 야당은 '등신 외교'나 '사이코' 같은 비방을 쏟아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된 사회를 바로 잡으려면 검찰부터 먼저 개혁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검찰 개혁을 추진하자 검사들은 거칠게 항명했다. 검사들은 '평검사와의 대화' 당시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노골적으로 학력을 조롱하며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다. 2003년 1월 19일 열린 '리멤버1219' 행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는 승리했으나 대통령 선거는 끝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들은 승복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저를 흔들었습니다"라며 개혁의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였다.
 
 < SBS 스페셜 > ‘노무현: 왜 나는 싸웠는가?’편 중 한 장면

< SBS 스페셜 > ‘노무현: 왜 나는 싸웠는가?’편 중 한 장면ⓒ SBS


< SBS 스페셜 > '노무현: 왜 나는 싸웠는가?'편은 '뉴스타파'가 입수한 노무현 대통령의 친필 메모를 보여준다. 그가 쓴 메모엔 대통령으로서의 고뇌가 깊이 묻어있다. '이라크 파병'엔 "하기 싫은 일. 안 할 수 없나. 역사적 평가에선 절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 적었다. '한미 FTA'엔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다"라는 글이 보인다. 그런데 메모에서 가장 보이는 단어는 '통합'이다. 그는 지역 구도를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속 노력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서명을 하며 '사람 사는 세상'이란 문구를 썼다. 그가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은 1988년 7월 8일 제142회 임시국회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 나타난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 신명 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SBS 스페셜 > ‘노무현: 왜 나는 싸웠는가?’편 중 한 장면

< SBS 스페셜 > ‘노무현: 왜 나는 싸웠는가?’편 중 한 장면ⓒ SBS


< SBS 스페셜 > 제작진은 마지막 장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 장면에 이어 지금의 풍경을 비춘다. 이어서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린다. 노무현 대통령은 떠났고 한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하지만, 꿈 많았던 청년은 우리 곁에 살아있다. 그 청년은 여전히 우리에게 자신이 품었던 꿈을 말하고 있다. 새 시대를 염원하면서.

"저는 역사는 진보한다고 믿습니다. 짧은 시간을 가지고 보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 같지만, 멀리 내다보면 역사는 진보합니다. 이제 또 새로운 사람들이 나서서 세상을 달라지게 하고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또 내일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합시다." (1997년 6월 30일 SBS 라디오 뉴스대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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