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의 최고 영예인 '대상'은 지난해 7월 KBS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지구'에게 돌아갔다. 2부로 구성된 '플라스틱 지구'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을 떠다니며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충격적인 영상으로 고발했다. '플라스틱 지구'는 단순 고발에서 그치지 않고 나름의 대안까지 제시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수상 소감과 제작기가 궁금해 < KBS 스페셜 > '플라스틱 지구'를 기획한 송웅달 CP를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송 CP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KBS스페셜> ‘플라스틱 지구’의 송웅달 CP

‘플라스틱 지구’의 송웅달 CPⓒ 이영광


- 2019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대상을 수상하셨어요. 소감 먼저 부탁드립니다.
"기쁘죠. 적지 않은 분들이 잘 보았다는 것을 (수상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서 일단 기쁩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큰 상을 받은 것에 대해 의미가 남다르다고 보는 것 같아요."

- 어떤 의미인가요?
"보통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대상은 편당 수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 붓은 대형 다큐멘터리들이 수상했었어요. '플라스틱 지구' 제작비도 물론 적지 않은 돈이긴 합니다만, 기존의 방송대상 대상 수상작들에 비하면 제작비가 적은 편이에요. 기존에 상을 받은 작품들은 1년 이상 장기 제작한 것들이 많았어요. 저희는 총 제작 기간이 한 달 반 정도예요. 다큐멘터리의 입지가 10년, 20년 전에 비해 여러 가지로 축소되는 상황이에요. 다큐 제작자들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시청자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거든요. 이번 수상은 제작비가 많지 않고 짧은 기간에 만든 다큐라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임팩트 있게 만든다면 큰 반향을 얻을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 수상에) 우리 다큐멘터리가 처한 위기를 돌파하는 데 필요한 단초도 들어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 수상한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지난해 상반기에 한국 사회에선 플라스틱 폐기롤로 비롯된 쓰레기 대란이 있었어요. 플라스틱을 남용한다는 반성들도 곳곳에서 나왔고요. 그런 것들이 플라스틱을 많이 쓰다가는 환경오염은 물론이고 우리도 일상적인 생활을 제대로 영위하기 힘들어질 수 있겠다는 경각심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 저희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많은 분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게 (수상) 이유 중 한 가지일 것 같습니다."

쓰레기 대란에서 시작된 관심, 플라스틱으로

- '플라스틱 지구'는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주세요.
"이미 아시겠지만, 사실 플라스틱의 장점은 굉장히 많아요. 값싸고 튼튼하고 오래가기 때문에 편리한 거죠. 그 이유로 현대 상황에 빠질 수 없는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어요. 그런데 이것이 너무 과도하다 보니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만 해도 수백만 톤이 되는 거고요. 그런 플라스틱이 해류를 따라서 넓은 바다까지 흘러가게 되면서 해양 오염의 주원인이 된 거죠.

더욱 심각한 건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진 뒤 미세 플라스틱으로 바뀌다는 점이에요. 해양 생명체 즉 물고기나 새들이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한다는 건데, 이 때문에 해양 생태계가 위협받는다는 거예요. 심지어 미세 플라스틱은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즐겨 먹는 생수까지 침투하거든요. 그래서 1부 '플라스틱 역습'에서는 폭넓은 취재로 실태를 보여줬고요. 2부는 '굿바이 플라스틱'이라는 제목으로 플라스틱 오 남용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는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실천 사례를 조명했어요. '제로 플라스틱'이라는 일종의 플라스틱 안 쓰기 운동이 어떻게 하면 생활 속에서 가능한지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제시했어요."

- 플라스틱에 특히 주목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재활용 쓰레기들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었는데, 중국에서 더이상 재활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지난해 봄에 쓰레기 대란이 발생했었어요. 그때 아마 저희 아파트에서도 일주일당 한 번씩 재활용품을 수거해야 하는데 수거 못한다는 안내 공고를 본 기억이 나요. 플라스틱이나 비닐 쓰레기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분리수거해서 배출하는데, 일주일만 배출을 못 해도 쓰레기가 엄청 많아요. 이런 쓰레기가 어디로 가서 재활용되나 봤더니 중국에 수출하는 거죠. '중국이 수입 안 하면 우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점에 착안하게 됐고요.

날씨가 더워지면 아이스 커피 같은 걸 많이 마시잖아요. 그런데 지난해인가부터 커피잔 들고 버스 못 타잖아요. 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쓰레기 통보니 플라스틱 아이스 커피잔이 쌓여있는 거예요. 이 문제가 심각한 것 같고 저 자신을 되돌아볼 때도 플라스틱 소비량이 적지 않은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플라스틱이란 아이템으로 방송을 만들면 개인은 물론 사회가 공감할 수 있을 거란 판단이 들었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빨리 방송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그럼 이전엔 플라스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이전에는 플라스틱에 대한 생각을 안 했어요. 비닐 쓰레기가 많이 나와 줄일 수 없을지를 생각하다가도 일주일에 한 번씩 분리수거하는 날에 내가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면 재활용이 잘 될 거라고 생각했죠. 큰 문제의식은 없었어요."

- 이번 취재를 하고 생각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물론이죠. 이 방송을 만들기 전에는 일상에서 플라스틱 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나 문제 의식이 일단 없었어요. 왜 없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제가 플라스틱을 쓰더라도 분리수거를 잘 하면 지구 환경에 해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방송 만들면서 분리수거도 물론 중요하지만, 분리수거로 해결되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됐어요. 취재하면서 근본적으론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고 플라스틱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만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힌다는 것을 확인했죠. 그 다음에는 플라스틱 소비 자체를 최소화하려고 해요. 주변 동료들이나 가족에게도 그런 얘기(플라스틱 소비 최소화)를 강조해요."

- 1부에선 플라스틱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2부에서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으셨잖아요. 이렇게 구성한 이유 있을 것 같아요.
"애초 구성은 한 편의 2/3는 실태를 보여주고 나머지 1/3은 솔루션으로 구성할 생각이었거든요. 사실 실태를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플라스틱의 과도한 소비라는 악순환을 단절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더 중요하잖아요. 그런 솔루션과 우리보다 한발 앞서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별도의 한편으로 만들어야 저희가 전하려 했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서 애초 계획보다 볼륨을 확대한 거죠."

플라스틱을 줍는 미국의 8살짜리 어린이
 
 버려진 수많은 커피숍 테이크아웃용 컵들의 모습

버려진 수많은 커피숍 테이크아웃용 컵들의 모습ⓒ KBS

 
- 취재하면서 가장 충격적인 건 뭐였어요?
"아무래도 저희 방송에 나왔던 알바트로스라는 큰 새 이야기예요. 그 새가 플라스틱 부서진 걸 먹이로 착각해서 새끼에게 먹이는 바람에 (새끼가) 굶어 죽게 되는 데 그 배에는 플라스틱이 가득했다는 내용이 가장 충격적이었죠."

- 물고기도 미세플라스틱을 먹는다는 것 같던데요.
"맞아요. 물고기 배에서도 플라스틱이 상당수 나왔는데 그 말인 즉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고등어, 멸치, 갈치 같은 것들의 배에도 충분히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거죠. 그것 때문에 불안하죠. 더 심각해지기 전에 빨리 뭔가 혁신적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종국에 해결될 때까지 계속 이런 아이템을 할 생각입니다."

-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도 분해가 안 되나요?
"없어지지 않아요. 이를테면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칫솔 있잖아요? 플라스틱 칫솔만 하더라도 100년 이상 간다더라고요. 이 때문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칫솔 안 쓰고 대나무로 만든 칫솔 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 2부에 나온, 미국의 8살 된 어린이가 매일 플라스틱 줍는 게 인상적이던데요.
"라이언 힉맨이라는 친구죠. 발상의 전환 그리고 개인적 차원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전 사회에 주목을 받게 된 건데요. 작은 어린아이의 작은 이벤트에서 끝나지 않고 전 사회에 파장을 불러일으킴으로써 한 사회의 큰 흐름을 바꿔 간다는 면에서 저도 인상적이었어요. 우리 사회에도 플라스틱을 둘러싼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에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제2, 제3의 라이언 힉맨과 같은 사례자들이 빨리 나오면 좋겠어요."

- 지난해부터 커피숍에서 일회용 컵을 못 쓰게 하고 있어요.
"저희 방송 후 커피숍 중심으로 플라스틱 과소비를 줄이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정부가 앞장서서 테이크 아웃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커피숍에서 음료를 마실 경우 일회용 컵을 금지했는데, 이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요. 그러나 그 정도 수준만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요. 아직도 상당수의 커피숍에서는 정부 시책에도 불구하고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또 하나는 테이크 아웃도 지금 수준보다 현격히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유럽 일부 국가에선 라떼 텍스라는 건 사용하거든요. 뭔가 하면 카페라테 같은 테이크 아웃용 일회용 컵을 없애기 위해서 일회용 컵을 쓸 경우 세금을 많이 물리는 거예요. 예를 들어 커피값이 3천 원인데, 테이크 아웃할 땐 두 배를 내게 하는 거죠. 그러면 비용이 무서워서라도 사람들이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지 않을까요?"

-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우리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서는 플라스틱의 지나친 소비를 당장 줄여야 한다는 거였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전 세계 중 가장 높은 국가일 정도예요. 그런 면에서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과소비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면 좋겠고요. 저희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6월과 9월에 후속으로 플라스틱과 관련된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 방송을 보시면 지금 한국이나 인류가 처한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 충분히 공감하실 거예요.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플라스틱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여 힘을 보태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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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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