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분, 대구 FC 정치인의 왼발 슛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왼쪽 기둥에 맞는 순간

13분, 대구 FC 정치인의 왼발 슛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왼쪽 기둥에 맞는 순간 ⓒ 심재철


9156명 많은 축구팬들이 K리그 최고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디팍(DGB 대구은행파크)에 모여들었다. 선수들은 팬들을 위해 숨이 턱밑에 차오를 정도로 뛰고 또 뛰었다. 다시 봐도 감탄사가 터져나오는 명품 골들이 이어졌고, 골을 막아내기 위해 양팀 골키퍼들과 수비수들은 온몸을 내던지며 슈퍼 세이브 실력을 뽐냈다. 이것이 진정한 축구이며 K리그의 흥행이 다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2시간 드라마였다.
 
안드레 루이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가 19일 오후 2시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진 2019 K리그 원 1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에서 간판 골잡이 세징야와 에드가의 맹활약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리그 상위권 순위표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놓았다.

세징야의 무회전 왼발 명품 골 

디팍의 박진감 넘치는 축구 분위기는 시작 후 10분도 안 되어 뜨겁게 달아올랐다. 9분만에 홈 팀 대구 FC가 자랑하는 간판 골잡이 세징야의 명품골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오른쪽 풀백 정동윤이 대구 미드필더 정선호의 스탠딩 태클에 걸려 쓰러져 있는 사이에 대구 FC의 왼쪽 측면 역습이 곧바로 이어졌고 정치인의 패스를 받은 세징야가 왼발 무회전 인스텝슛을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전반전, 대구 FC 세징야의 직접 프리킥 순간!

전반전, 대구 FC 세징야의 직접 프리킥 순간! ⓒ 심재철

 
임중용(수석 코치) 감독 대행 체제에서 벗어나 유상철 감독을 맞이한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정동윤이 쓰러진 사이에 골을 내줬기 때문에 몹시 억울했지만 정동식 주심은 물론 가까이에 있던 곽승순 1부심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하소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 FC는 세징야의 선취골 기세를 몰아 인천 유나이티드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특유의 빠른 공격을 퍼부었다. 12분에도 정승원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안쪽으로 날아들었지만 골키퍼 정산은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그 공을 기막히게 쳐냈다.

곧바로 이어진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세징야의 코너킥을 받은 정치인이 왼발 강슛으로 추가골을 노렸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왼쪽 기둥에 맞고 나오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문창진, 49일만에 골 가뭄 해소

순위표에서 가장 바닥에 내려앉아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후반전에 더욱 뜨겁게 달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 간절함은 58분에 보기 드문 명품골로 꽃피웠다. 

새내기 공격형 미드필더 이준석의 패스를 받은 김진야가 왼쪽 측면에서 부드럽게 올려준 크로스를 받은 문창진이 아름다운 왼발 발리슛으로 대구 FC 골문을 열어낸 것이다. 대구 FC가 자랑하는 최고의 골키퍼 조현우도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문창진의 왼 발등에 맞은 공은 짜릿한 포물선을 그리며 오른쪽 구석에 가 꽂혔다.

선수들과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는 한몸인 듯 포효했다. 3월 31일 수원 빅 버드에서 센터백 김정호가 헤더 골을 넣고 49일, FA(축구협회)컵 32강 일정까지 포함하여 9경기만에 골 가뭄을 해소하는 순간이었기에 더 기쁠 수밖에 없었다. 
 
 58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창진이 김진야의 크로스를 받아 명품 왼발 발리 골을 성공시키는 순간!

58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창진이 김진야의 크로스를 받아 명품 왼발 발리 골을 성공시키는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첫 골을 넣은 문창진의 활약에 힘입어 디팍의 후반전은 그 때부터 더 흥미진진한 축구 드라마로 뜨거워졌다. 양팀 공격수들의 날카로운 슛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수비수들과 골키퍼들의 슈퍼 세이브 실력 대결은 한 순간도 그라운드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주었다.

63분에 대구 FC 세징야가 추가골을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정호는 그에 못지않은 명품 태클 기술을 자랑하며 세징야를 멈추게 했고, 6분 뒤 대구 FC 미드필더 황순민의 왼발 대각선 슛은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고 말았다.

그리고는 76분에 대구 FC의 기막힌 결승골이 디팍의 엄청난 함성을 하늘로 밀어올렸다. 황순민이 왼발 중거리슛을 낮게 깔아 시도했을 때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방향과 크게 어긋났지만 수비수 양준아의 뒤로 돌아들어가며 미끄러진 후반전 교체 선수 에드가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밀어넣었다. 황순민이 일부러 그렇게 패스한 것처럼 딱 맞아떨어진 순간이었으니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양준아와 골키퍼 정산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결승골은 나왔지만 인천 유나이티드의 도전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이들의 축구 드라마는 정말로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80분, 대구 FC 골문 앞에서는 보고도 믿기 힘든 장면이 다섯 차례 이상 이어졌다. 센터백 홍정운이 주연이었고 골키퍼 조현우는 명품 조연이었다.

다시 한 번 동점골을 위해 대구 FC 골문을 두드린 인천 유나이티드는 '임은수-하마드-최범경-김진야'로 이어지는 네 차례의 중거리슛을 시도했는데 믿기 힘들 정도로 이 네 차례의 슛을 모두 홍정운이 온몸으로 막아냈다. 김진야의 오른발 감아차기를 헤더로 걷어낸 홍정운은 그 자리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할 정도였다.

홍정운의 명품 수비만으로도 대구 FC의 승점 3점 자격은 충분했는데, 곧바로 이어진 '하마드-남준재-임은수'로의 연결은 두 번째 동점골로 보일 정도였다. 홍정운이 쓰러져 있는 사이 임은수의 오른발 대각선 슛은 아무도 막는 수비수가 없었다. 여기서는 조현우가 역시 빛났다. 골키퍼로서 중심이 오른쪽으로 쓰러지는 순간이었지만 조현우는 자기 왼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향해 다리를 뻗어 막아낸 것이다. 
 
 80분, 인천 유나이티드 임은수의 오른발 대각선 슛이 대구 FC 골키퍼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는 순간

80분, 인천 유나이티드 임은수의 오른발 대각선 슛이 대구 FC 골키퍼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는 순간 ⓒ 심재철

 
대구 FC 센터백 홍정운의 헌신적인 수비력은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에도 빛났다. 인천 유나이티드 오른쪽 풀백 정동윤의 긴 크로스를 받은 남준재가 그 공을 침착하게 잡아놓고 오른발 슛을 시도할 때 홍정운은 남준재의 드리블 방향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왼발을 내뻗어 정확하게 공만 걷어내는 명품 태클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

대구 FC로서는 두 명의 간판 외국인 선수 '세징야-에드가'의 멋진 골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비수 홍정운과 골키퍼 조현우가 승점 3점을 지켜낸 공신들이라 할 수 있다. 승패를 떠나서 축구가 얼마나 재미있고 박진감 넘칠 수 있는가를 또 한 번 입증한 K리그의 자랑 '디팍의 축구 드라마'였던 것이다.

2019 K리그 원 12라운드 결과(19일 오후 2시, DGB 대구은행파크)

대구 FC 2-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세징야(9분, 도움-정치인), 에드가(76분, 도움-황순민) / 문창진(58분, 도움-김진야)]

대구 FC 선수들
FW : 김대원, 세징야, 정치인(51분↔에드가)
MF : 황순민, 정선호(60분↔츠바사), 정승원, 김우석(74분↔장성원)
DF : 박병현, 홍정운, 정태욱
GK : 조현우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무고사
AMF : 이준석(73분↔콩푸엉), 문창진(78분↔하마드), 남준재
DMF : 박세직(70분↔최범경), 임은수
DF : 김진야, 양준아, 김정호, 정동윤
GK : 정산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대구 FC 38%, 인천 유나이티드 FC 62%
유효 슛 : 대구 FC 3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10개
슛 : 대구 FC 14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13개
코너킥 : 대구 FC 3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2개
프리킥 : 대구 FC 15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7개
오프 사이드 : 대구 FC 0, 인천 유나이티드 FC 0
파울 : 대구 FC 15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7개
경고 : 대구 FC 0, 인천 유나이티드 FC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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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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