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파엘 도스 안요스(34·브라질)가 케빈 리(26·미국)에게 웰터급의 무서움을 보여줬다. 1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로체스터 블루 크로스 아레나서 있었던 UFC Fight Night 152 '도스 안요스 vs 리' 대회 메인이벤트는 라이트급 출신 두 파이터가 웰터급에서 맞붙는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도스 안요스는 라이트급 챔피언 출신이며 리는 얼마 전까지 라이트급 다크호스로 활약하던 선수다. 도스 안요스는 신장은 크지 않은 편이지만 체중 감량의 어려움을 들어 웰터급으로 전향했고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현 웰터급 3위라는 높은 랭킹이 이를 입증한다.

비슷한 이유로 웰터급으로 둥지를 옮긴 리는 새로운 체급 데뷔전에서 도스 안요스와 경기를 가지게 된 것 자체가 호재였다. 쉽지 않은 상대임은 분명했으나 승리할 경우 단숨에 웰터급 상위랭커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던 리 역시 경기를 앞두고 "이번 대결은 피바다가 될 것이다"라며 섬뜩한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레슬링이라는 키워드도 양선수를 둘러싼 주요 관심거리였다. 웰터급에서 잘 나가던 도스 안요스는 작년에 치른 두 경기를 모두 패하며 연패 수렁에 발을 들인 바 있다. 2015년 전승, 2016년 전패, 2017년 전승에 이어 '퐁당퐁당' 행보를 보였다.

거기에는 '혼돈(Chaos)' 콜비 코빙턴(31·미국), '나이지리안 악몽' 카마루 우스만(31·나이지리아) 등 체급 내 핫한 레슬러들과 연달아 붙은 이유도 컸다. 도스 안요스의 다양한 테크닉은 체급 내 최고 수준의 힘과 레슬링으로 무장한 그들의 압박에 무력화되고 말았다. 커리어 내내 2연패 이상을 기록해 본 적이 없는 도스 안요스로서는 3연패에 빠지는 것만은 피해야 되는 입장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상황에서 만난 리 또한 레슬링을 주특기로 하는 선수였다. 리는 라이트급에서 활동하던 시절 현 챔피언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1·러시아)에 이은 '넘버2 레슬러'로 평가받은 바 있다.
 
 하파엘 도스 안요스(사진 왼쪽)와 케빈 리

하파엘 도스 안요스(사진 왼쪽)와 케빈 리 ⓒ UFC

 
도스 안요스의 노련함, 성난 황소 리 잠재웠다
 
양 선수의 충돌은 초반부터 치열했다. 리가 거칠게 타격으로 압박하자 이에 질세라 도스 안요스 역시 앞손 공격과 미들킥으로 맞받았다. 리는 매서운 타격과 테이크다운을 섞어가며 언제나처럼 초반 가속을 거세게 끌어올렸다. 시작부터 강하게 몰아치는 리의 기세에 도스 안요스 역시 살짝 당황한 기색이었다.

리는 레슬링을 살려 도스 안요스를 케이지 구석으로 밀어붙였다. 도스 안요스는 리의 겨드랑이를 파고 팔과 목을 잡고 컨트롤해주는 것은 물론 기무라 그립까지 잡아가며 다양한 방식으로 리의 테이크다운 시도를 막아냈다.

그러한 상황에서 눈에 띄는 것은 리의 타격이었다. 압박형 레슬링이 특기인 선수답지 않게 펀치와 킥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스탠딩 대결에서 대등하게 흐름을 잡아갔다. 반면 도스 안요스는 되치기로 리를 넘겨뜨리고 상위 포지션을 점령하는 등 그래플링에서 만만치 않음을 과시했다. 양 선수 모두 상대의 영역에서 선전하는 모양새였다.
 
둘은 2라운드에서도 치열하게 진흙탕 싸움을 펼쳤다. 리가 테이크다운을 성공하자 도스 안요스가 뒤집어내며 탈출했다. 도스 안요스는 연거푸 잽을 맞추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미들킥과 하이킥을 시도했다. 리 역시지지 않겠다는 듯 적극적으로 킥을 차며 맞불을 놓았다. 경기를 치를수록 타격 능력이 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보였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주고받는 공방전이 계속될 경우 불안해지는 쪽은 리가 될 확률이 높았다. 리는 라이트급 시절부터 체력적인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받았던 반면 도스 안요스는 장기전에 능한 베테랑이기 때문이었다. 직전 3경기에서 5라운드를 모두 풀로 소화한 바 있다. 이를 입증하듯 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초반의 강한 기세가 다소 꺾인 듯했다.

3라운드에 들어서자 도스 안요스의 압박은 더욱 강해졌다. 공이 울리기 무섭게 플라잉니킥을 시도하더니 리의 타격이 나오는 타이밍에서 테이크다운까지 성공시켰다. 클린치 싸움에서 리를 케이지 구석으로 몰아가는 등 경기 흐름을 서서히 자신 쪽으로 가져가는 모습이었다.

타격과 주짓수를 주무기로 하는 도스 안요스에게 레슬러 출신 리가 레슬링 싸움에서 밀린다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여기에는 도스 안요스의 그래플링이 만만치 않은 탓도 있겠지만 리의 체력이 그만큼 빠졌다고 볼 수도 있었다. 3라운드에서의 그래플링 공방전 양상을 보면 누가 레슬러인지 모를 정도였다. 코너로 돌아가는 리의 입이 벌어져 있었다.

4라운드에서도 경기를 주도하는 쪽은 도스 안요스였다. 리도 스탠딩에서 강하게 저항했으나 분위기는 상당 부분 도스 안요스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도스 안요스가 앞손 펀치를 잘 활용하며 유효타를 만들어내자 리는 로우, 미들킥으로 맞섰다. 승부는 삽시간에 갈렸다. 4라운드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리가 테이크다운을 실패했고 그 틈을 노려 도스 안요스가 옥타곤 중앙에서 상위 포지션을 제대로 잡아냈다.

케이지 구석도 아니고 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임을 감안했을 때 리의 위기라 할 수 있었다. 도스 안요스는 킬러 본능을 제대로 선보였다. 파운딩을 치며 빈틈을 잡아가는 듯하더니 이내 전광석화 같은 암트라이앵글 초크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4라운드 3분 47초만의 서브미션 승리였다.
 
 메간 앤더슨(사진 왼쪽)과 펠리샤 스펜서

메간 앤더슨(사진 왼쪽)과 펠리샤 스펜서 ⓒ UFC

 
확연히 갈린 스타일, 승부는 스펜서의 영역에서
 
메간 앤더슨(29·오스트레일리아)과 '피놈(FEENOM)' 펠리샤 스펜서(28·미국)의 여성 페더급 매치는 상반된 파이팅 스타일을 가진 선수끼리의 충돌로 흥미를 끌었다. 182.88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앤더슨은 동체급 최고 수준의 사이즈를 가진 선수답게 신체조건을 살린 스탠딩 타격전을 즐기는 스트라이커였다.

펀치, 킥, 니킥 등 다양한 타격옵션을 가지고 있는지라 거리를 가리지 않고 상대를 파괴할 수 있다. 이를 입증하듯 통산 9승 중 5승(56%)을 넉 아웃으로 가져갔다. 반면 넉 아웃 패배는 한번도 없지만 상대의 그래플링에 휘말린 경우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반면 스펜서는 전형적인 그래플러다. 상위, 하위를 가리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적극적으로 포지션 싸움을 가져가는 플레이를 즐기는데 특히 백을 점령한 이후 들어가는 리어네이키드 초크는 필살기라고 할 수 있다. 앤더슨과의 경기 이전까지 거뒀던 3번의 서브미션 승리를 모두 해당 기술로 가져갔다. 앤더슨에게마저 그녀의 특기가 통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였다.

때문에 그녀들의 대결은 지극히 단순해 보였다. 타격에서는 앤더슨, 그래플링 싸움으로 가면 스펜서가 유리할 것으로 뻔히 예상된 승부였다. 전형적으로 그림이 보이는 매치업 중 하나였다.

공이 울리기 무섭게 앤더슨이 옥타곤 중앙을 점령하고 긴팔과 긴발을 살려 날카로운 타격을 시도했다. 펀치와 킥이 위협적으로 스펜서에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스펜서는 차분했다. 앤더슨을 붙들고 니킥을 올려치고 발 빠르게 달라붙어 클린치 싸움을 시도하며 맞섰다.

앤더슨은 테이크다운 방어에 신경을 썼으나 스펜서는 삽시간에 백포지션을 뺐었다. 앤더슨의 등에 올라탄 상황에서 묵직한 파운딩을 날렸고 빈틈만 보이면 초크를 걸 듯한 움직임으로 위협을 줬다. 앤더슨이 잘 풀리지 않은 경기를 보면 모두 레슬링과 그라운드 공방전에서 고전한 승부 일색이다.

이번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펜서에게 백을 헌납하자 포지션을 털어낼 움직임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1라운드 3분 24초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에 탭을 치고 말았다. 스펜서의 장기가 또다시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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