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현철이 무려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매한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그는 올해 9월쯤 완성된 정규 10집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앞서 김현철은 오는 23일 오후 6시, 10집의 선공개 형식으로 새 미니앨범 < 10th-preview(프리뷰) >를 발표한다. 정규 10집 앨범에는 최백호, 새소년(황소윤), 정인, 오존, 박원, 박정현, 백지영 등이 보컬로 참여한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앨범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김현철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13년 동안 음악을 하지 않은 이유?
   
김현철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가수 김현철이 정규 10집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 김현철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가수 김현철이 정규 10집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 FE엔터테인먼트

 
인터뷰가 시작되자 김현철은 자진납세라도 하듯 "13년 동안 뭐했느냐고 다들 물으셔서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다"며 예상 질문과 답을 먼저 꺼내놓는 재치를 보였다. 무언가 특별한 사정이 있었을 거라는 상상과 달리, 그는 "9집 정규앨범을 내고 나서 갑자기 음악이 재미없어졌다. 그냥 지겨워졌다. 그래서 13년 동안 음악을 하지 않고 지냈다"고 밝혔다.

김현철은 당시에 음악을 더는 할 일이 없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악기를 팔거나 후배들에게 주면서 모두 처분해버렸다. 방송 활동은 꾸준히 해왔다. 그는 "라디오DJ나 MBC 예능 <복면가왕>에 고정패널로 출연하고 있으니까 밥은 먹겠더라"며 "그래서 음악과 거리를 두고 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음악이 지겨워진 계기를 묻자 그는 역시 뚜렷한 이유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음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음악이 도대체 잘 나오지도 않았고 그것이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에 빠지니까 재미도 없어지더라"고 답했다. 

"뭐든지 재미있어야지 하는 거잖나. 내가 19살에 음반 준비할 때만 해도 눈뜨면 음악하고 그랬는데 그때만큼의 에너지가 없었다. 에너지를 다 소진했던 것 같다. 음악이 자연스럽게 다시 좋아지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을 작업할 때는 재미가 있었을까. 이 물음에 그는 주저 없이 "재미있었다"면서 "내 마음이 가는대로 내는 앨범이다. 앨범이 잘 되든 못 되든 음악하는 게 그저 좋고 감사한 첫 마음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2집, 3집이 나오고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내 노래를 냈다는 그 뿌듯함과 기쁨보다는 책임감이나 이런 것들에 눌려서 점점 변질되는 게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겨워졌을 때 음악을 안 한 게 오히려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10집 작업을 하면서 내게 이런 곡을 쓸 에너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내가 나에게 놀랄 정도로 에너지가 나왔다. 크리에이티브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은 한동안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13년 만에 다시 음악을 한 이유?
 
김현철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가수 김현철이 정규 10집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 김현철 ⓒ FE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어떻게 13년 만에 다시 음악의 세계로 돌아온 걸까. 이 질문에 그는 "재작년쯤에 한 기자분에게 전화가 와서는 시티팝이란 걸 아느냐고 묻더라. 모른다고 했더니 요즘 와서 시티팝이란 이름 하에 그 장르가 재조명 된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알았다 하고 끊고나서 잊고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 후 어느날 일본에서 무역하는 후배가 전화를 해왔는데 일본에서 아마추어 DJ를 하는 아이가 형 음악을 가끔 튼다고 하더라"며 "그때 놀랐다"고 덧붙였다. 

시티팝은 1970~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도회적인 분위기의 음악 스타일을 일컫는다.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1980~1990년대 한국가요 중 세련된 시티팝을 주목하는 추세다. 그 중 '오랜만에', '춘천 가는 기차', '동네' 등이 수록된 김현철의 데뷔음반 < 김현철 볼륨 1 >은 '한국 시티팝'의 명작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두 통의 전화를 통해 알게 된 '돌아온 시티팝의 인기'가 김현철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30년 전에 했던 음악인데 요즘도 시티팝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더라"며 "특히 저의 1집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내가 1집 같은 음반을 다시 내도 요즘 사람들이 받아들여줄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한 번 해보자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 악기를 다시 다 사고, 작년 5월부터 곡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는 30주년은 별 관심이 없는데, 10집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번 10집을 더욱 정성들여서 내고, 그 이후부터는 짐을 다 벗고 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제부터는 하고 싶은대로 제 마음대로 음악을 할 예정이다." 

내가 죽은 다음에도 꺼내 듣는 앨범 만들 것

그는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이야기했다.

"내가 곡을 쓰기까지는 내 음악이지만 일단 발표를 하고 나면 내 음악이라고 볼 수가 없다. 듣는 사람의 음악이지 내 음악이 아니다. 내 음악이 되려면 발표를 하지 않아야 온전히 내 것이 되지만 발표를 하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이걸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음악을 쓸 때 장르를 먼저 정하고 쓰는지 묻는 질문에는 "음악이 나온 다음에 미디어에서 분류해놓은 게 장르지, 제가 장르에 맞춰서 곡을 쓰지는 않는다"며 "장르에 맞춰 쓰면 곡이 틀 안에 갇혀버린다. 누구든지 '장르 파괴자'가 되고 싶지, 장르에 맞춰서 무언가를 쓰고 싶진 않을 것이다"고 대답했다. 

"1집이 요즘 와서 재조명되듯이 이번에 내는 제 10집 앨범이 30년 후에는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그 평가를 준비하는 거다. 내가 죽은 다음에도 언제든지 사람들이 꺼내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번 앨범이 나오면 공연을 많이 할 거라고 귀띔했다. "지난 번에 공연했을 때 관객보다 제가 더 좋았다"며 "정말이지 큰 에너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13년 만에 음악을 다시 한 제 자신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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