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턴건' 김동현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UFC 웰터급을 대표하는 강자 중 한 명이었다. 비록 타이틀의 문턱에서 카를로스 콘딧, 데미안 마이아, 타이론 우들리 같은 강자들에게 덜미를 잡히긴 했지만 웰터급 내에서 김동현을 만만하게 보는 파이터는 없었다. 13승3패의 전적과 7~9위를 오가던 웰터급 공식랭킹이 김동현의 실력과 위치를 증명해줬다.

하지만 UFC의 베테랑 강자로 승승장구하던 김동현의 위상은 2017년 6월 싱가폴 대회에서 신예 콜비 코빙턴에게 패하면서 뚝 떨어지고 말았다. 김동현은 장기인 그래플링에서 코빙턴에게 압도 당하며 만장일치 판정으로 패했다. 코빙턴전 이후 결혼준비와 방송활동 등으로 2년 가까이 경기를 치르지 않은 김동현은 현재 15위까지 발표되는 웰터급 공식 랭킹에서 제외됐다(반면에 김동현을 이긴 코빙턴은 6연승 행진을 달리며 잠정 챔피언까지 올랐다).

이처럼 경험이 많은 베테랑 파이터들은 떠오르는 신예에게 덜미를 잡힌 후 입지가 하락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웰터급 전향 후 파죽의 3연승을 달리다가 연패에 빠지며 위기에 놓인 하파엘 도스 안요스가 대표적이다. 오는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블루 크로스 아레나에서 열리는 UFN 152대회 메인이벤트에 서는 안요스는 케빈 리와의 경기를 통해 웰터급 상위권에서의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체중 감량에 어려움 겪었던 UFC 전 라이트급 챔피언
 
 UFC 선수 하파엘 도스 안요스의 모습.

UFC 선수 하파엘 도스 안요스의 모습.ⓒ AP/연합뉴스

 
대부분의 브라질 파이터들이 그렇듯 안요스 역시 어린 시절 주짓수를 배우면서 종합격투기와 연을 맺기 시작했고 2004년 브라질의 중소단체를 통해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4년 동안 11승2패라는 우수한 성적을 올리던 안요스는 2008년 11월 UFC에 입성해 제레미 스티븐스에게 3라운드 KO패, 타이슨 그리핀에게 판정패를 당하며 퇴출 위기까지 몰렸다.

이후 3연승 행진을 달리며 기사회생한 안요스는 2010년 8월 클레이 구이다와의 경기에서 턱 부상을 당하며 1년 가까운 공백을 갖는 불운을 겪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2년에 걸쳐 5연승 행진을 달리며 다시 신흥 강자의 자리를 되찾았지만 극강의 레슬링 실력을 가진 현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를 만나 다시 한 번 패배의 쓴 맛을 봤다.

하지만 안요스는 좌절하지 않고 2014년 8월 전 라이트급 챔피언 벤슨 헨더슨을 1라운드 KO로 제압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연말에는 네이트 디아즈마저 판정으로 제압하며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당시 라이트급 챔피언이었던 앤서니 페티스는 4연속 1라운드 피니시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던 터라 대부분의 격투팬들은 페티스의 완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안요스는 5라운드 내내 엄청난 압박으로 페티스를 밀어 붙이며 라이트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2015년12월 '카우보이' 도널드 세로니와의 1차 방어전에서 강력한 바디킥에 의한 파운딩으로 간단히 1차 방어에 성공한 안요스는 2016년 7월 에디 알바레즈와의 2차 방어전에서 허무한 1라운드 KO패를 당하며 타이틀을 빼앗겼다. 당시 안요스는 알바레즈와의 경기를 준비하면서 세 번이나 실신을 했을 정도로 감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물론 프로 파이터, 그것도 UFC 챔피언이 감량의 어려움을 패배의 핑계로 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챔피언 벨트를 내려 놨지만 여전히 라이트급의 유력한 상위랭커였던 안요스는 2016년 11월 라이트급의 신흥 강자 토니 퍼거슨과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전진압박이 주특기인 안요스는 정면승부를 걸어온 퍼거슨을 상대로 압박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5라운드 내내 밀리다가 만장일치 판정으로 패했다. 라이트급에서의 심한 감량폭에 한계를 느낀 안요스는 퍼거슨전 패배 이후 웰터급 전향을 선언했다.

연패에 빠진 안요스, '라이트급 출신' 리 제물로 반등 노린다

신장 173cm로 라이트급 내에서도 단신에 속했던 안요스는 웰터급으로 올라온 후 체격의 불리함이 더욱 커졌다. 실제로 웰터급에는 180cm가 넘는 장신 파이터들이 즐비하고 이들의 평소 체중은 대부분 90kg을 넘나든다. 하지만 라이트급에서 정상의 위치에 올랐던 안요스는 특유의 전진압박과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웰터급에서도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안요스는 2017년 6월 타렉 사피딘과의 웰터급 데뷔전에서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하며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 3개월 후에는 끈질긴 진흙탕 싸움에 능한 매그니를 상대로 1라운드 3분43초 만에 암트라이앵글로 가볍게 승리를 따내며 웰터급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연말에는 전 챔피언 로비 라울러마저 판정으로 제압하며 '지루한 챔피언' 우들리에 대적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안요스는 지난해 6월 코빙턴과의 웰터급 잠정 타이틀전에서 판정으로 패하며 웰터급 전향 후 첫 패를 당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현재 웰터급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카마루 우스만에게 판정으로 패하며 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웰터급의 일류 파이터들을 상대하기엔 힘과 체격의 열세가 워낙 크기 때문에 라이트급에서 안요스의 최대 강점이었던 뛰어난 체력도 웰터급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안요스는 오는 19일 과거의 자신처럼 감량의 부담 때문에 웰터급 전향을 선언한 케빈 리와 격돌한다. 물론 리는 195cm에 달하는 긴 리치에 라이트급에서 손 꼽히는 레슬링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체력적인 부분에서 약점이 있어 이 점을 잘 공략한다면 안요스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무엇보다 라이트급에서 올라온 리와의 경기에서 패하면 향후 입지를 보장받기 힘들기 때문에 안요스에게도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작년 12월 알 아이아퀸타와의 설욕전에서 판정으로 패한 리 입장에서도 안요스전은 매우 중요하다. 라이트급에서의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고 감량에 부담을 느껴 웰터급으로 올라온 파이터가 웰터급 데뷔전마저 패한다면 향후 옥타곤에서의 전망이 매우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 선수의 현재 상황은 매우 심각하지만 격투팬들은 '승리가 절실한 파이터들끼리의 맞대결'이라는 흥미진진한 경기를 볼 수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