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만세가 소개할 올해 네 번째 황금종려상 후보는 페드로 알모도바르다. 스페인 역사상 가장 빛나는 업적을 쌓은 영화인으로, 선명한 색과 기이한 성적 요소를 바탕으로 독특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을 여럿 찍어냈다.
 
위로는 루이스 부뉴엘, 아래로는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가 있지만 이베리아 반도에서 태어난 어느 누구도 알모도바르가 쌓아 올린 업적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세계 영화계로부터 인정받으며 꾸준히 저만의 세계를 확장해온 작가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70줄에 접어든 알모도바르이지만 그의 영화에선 여전한 청춘이 엿보인다. 대표작 <내 어머니의 모든 것>과 <그녀에게>를 넘어 2004년 <나쁜 교육>, 2006년 <귀향>, 2009년 <브로큰 임브레이스>, 2011년 <내가 사는 피부>, 2016년 <줄리에타>에 이르기까지 저만의 색깔을 간직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1988년작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로 일찌감치 스페인 최다관객 기록을 갈아치운 알모도바르의 행보에선 누구도 앞길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당당함이 느껴진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에도 도발적인 영화를 찍기를 멈추지 않은 '악동' 알모도바르를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감독 가운데 네 번째로 소개하는 건 합당한 일이다. 이번 경쟁부문에 오른 감독 가운데 켄 로치와 다르덴 형제를 제외하면 그의 앞에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감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역사에 기록될 스페인 영화계의 전설
 
페드로 알모도바르 <줄리에타> 촬영 당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오른쪽).

▲ 페드로 알모도바르<줄리에타> 촬영 당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오른쪽).ⓒ (주)쇼미미디어앤트레이딩

  
십대 시절부터 영화에 투신하겠다 결심한 알모도바르가 열여덟이 되자마자 마드리드로 상경한 건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그가 입학하고자 했던 국립영화학교는 프랑코의 치세 아래 문을 닫은 상태였고, 알모도바르는 직접 길바닥에서 단편영상들을 찍으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아무것도 배운 바 없이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고서 위대한 길을 걸어온 한 작가의 이야기다.
 
일각에선 알모도바르의 영화가 불안정한 성정체성과 약물로 범벅된 자극적인 내용으로 예술성을 흉내 냈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알모도바르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며 그저 독특함이 제가 가진 전부가 아니란 걸 증명해냈다.
 
그의 영화 가운데 한국에서 유명한 건 역시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과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이 영화는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키운 어머니의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다. 어머니의 모성을 약자에 대한 포용과 관용으로 연결 짓는 영화의 테마가 색다른 희망을 엿보게끔 하는 작품이다.
 
알모도바르의 영화 가운데서 가장 대중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그녀에게>는 식물인간 여성을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얼핏 변태적 집착과 비정상적 성애행위로 읽힐 수 있는 이야기 가운데 비틀린 인간의 내면과 사랑의 의미를 끄집어내는 솜씨가 과연 천재적 악동의 그것답다.
 
알모도바르는 불과 2년 전 칸에서 가장 막강한 인사였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황금종려상 후보가 되어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으로 로벤 웨스틀룬드의 <더 스퀘어>에 황금종려상의 영광을 선사했던 그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선택을 받게될지 주목된다.
 
80년대 황량하기 짝이 없던 스페인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 패기 넘치는 감독이 2019년 오늘엔 영화팬 사이에선 모르는 이가 없는 거장이 되었다. 신작 <페인 앤 글로리>는 알모도바르가 직접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라고 알려졌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페넬로페 크루즈가 출연하니, 가히 스페인 국가대표의 칸 원정이라 불러도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김성호 시민기자의 팟캐스트(http://www.podbbang.com/ch/7703)에서 다양한 영화이야기를 즐겨보세요.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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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과 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간직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 팟캐스트 '김성호의 블랙리스트' 진행 / 인스타 @blly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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