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18일로부터 39년이 흘렀다. 39번째 5·18을 맞이하였으나 발포 명령자, 무장 헬기 투입, 계엄군에 의해 자행된 성폭행, 민간인 학살과 집단 암매장 등 많은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도리어 왜곡과 선동으로 가득한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모독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중이다. 

국회에서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합니다"(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나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면서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습니다"(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 등의 망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어두운 현실에서 진실을 밝히려는 언론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2019년에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TV 시사 프로그램을 되돌아보며 여전히 밝혀지지 못한 5·18의 진실을 무엇인지, 누가 5·18의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누가, 왜, 5·18을 모욕하는가> 프로그램의 한 장면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누가, 왜, 5·18을 모욕하는가>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 '누가, 왜, 5·18을 모욕하는가'

지난 2월 24일 MBC에서 방송한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누가, 왜, 5·18을 모욕하는가>는 2019년 2월 8일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통해 국회 안에서 공론화를 시도한 5·18 민주화운동의 대표적 왜곡 사례인 '북한군 개입설'을 살펴본다. 북한군 개입설의 퍼뜨리는 사람은 극우논객 지만원씨다.

지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에 600여 명의 북한 특수부대가 광주를 점거하고 무장봉기를 일으켰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는 2015년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 때 영화 <택시운전사>의 모티프가 된 독일 언론인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씨를 찍은 사진에서 발견했다는 등 그동안 5·18 민주화운동 사진을 분석하여 북한군 장성 최룡해, 황장엽, 최선희, 리을설을 찾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식으로 그가 '광수(광주시민군으로 위장한 북한특수군을 지칭하는 지만원씨의 표현)'라 지목한 이는 지난 4년간 632명에 달한다. '광수'를 찾은 사람이 지만원씨가 아니다. 지만원씨는 모든 자료를 ID '노숙자담요'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받았다고 한다.

지만원씨는 '노숙자담요'를 미국 정보기관 출신으로 현재 중국 연변에서 8명의 영상분석팀을 이끄는 전문가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이를 증명할 근거 자료는 전무하다. 주진우 기자는 '노숙자담요'의 IP가 중국 연변인 점에 주목하며 과거 국정원 댓글 조작에 사용된 다수 IP가 연변이었음을 상기시켜준다. '노숙자담요' 뒤에 배후 세력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노숙자담요'가 특수컴퓨터와 고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분석했다는 '광수' 사진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일까?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장은 "이렇게 법원에 제출하면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노숙자담요'가 고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만들었다는 결과물은 윈도우 그림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조악하기 짝이 없다.

그간 5·18 북한군 개입설과 관련한 공식 조사만 6차례나 이루어졌다. 모두 북한군 개입설은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정보기관도 북한군 개입설은 근거가 없음을 확인해주었다. 하지만, 지만원씨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계속 내뱉는다. TV 조선과 채널A 등 종편, 유튜브와 인터넷 언론, 극우 성향 단체나 일간베스트 같은 인터넷 사이트, 자유한국당은 그의 주장을 되받아 가짜 뉴스로 확산하는 중이다.

독일은 나치 추종 등 혐오 표현이 들어간 게시물을 24시간 내 삭제할 수 있는 법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관련법이 미비하여 가짜 뉴스를 삭제할 방법이 없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5·18 가짜 뉴스는 다양한 해석 중 하나도 아니고, 표현의 자유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5·18역사왜곡처벌법을 제정하길 촉구한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5·18 비밀 요원, 39년 만의 증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5·18 비밀 요원, 39년 만의 증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스포트라이트] '5·18 비밀 요원, 39년 만의 증언'

지난 3월 11일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씨는 "5·18은 폭동 외에 표현할 말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2019년 3월 14일 전파를 탄 JTBC의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5·18 비밀 요원, 39년 만의 증언>은 당시 광주에서 활동한 군 관계자들을 만난다. 5·18 당시 미군 501 정보여단 요원 김용장씨, 505보안부대 요원 허장환씨, 3공수부대 지역대장 신순용씨는 전씨의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정보를 제공한다.

김용장씨는 지만원씨가 주장하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당시 광주는 해상 봉쇄가 철저히 되어 있었고 육로도 봉쇄되어 있었다"는 한 마디로 일축한다. 이어서 "미국은 군사첩보위성으로 당시 광주 상공을 집중 감시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1989년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답변한 "(5·18 당시) 미국은 북한의 위협 징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바 없음"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김용장씨는 이전까지 문서에서만 나올 뿐 베일에 싸여 있던 편의대에 대해 최초로 증언한다. 편의대는 민간인 복장으로 특수임무를 수행한 부대로 계엄군 문서에선 '노장호국단'이나 '선무공작요원'으로 지칭되기도 하였다. 김씨는 당시 보안사령부 대공처에서 군인들과 민간인을 뽑아서 광주에 보냈던 편의대가 비행장 격납고에서 2~3일 주둔했다고 증언한다.

허장환씨는 5·18 민주화운동 때 발생한 '독침 사건'의 진실을 들려준다. 1980년 5월 25일 시민군 투쟁본부였던 전남 도청 현관에서 한 사람이 독침에 맞아 쓰러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나 병원에 이송된 후 그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허씨는 그를 505보안부대에서 만났다고 한다. 독침을 맞고 쓰러졌던 사람은 정보기관에서 보낸 첩자였고 연행된 사람들 가운데 시민군을 가려내는 역할을 했다.

전두환씨는 회고록에서 5페이지에 걸쳐 '교도소 습격설'을 기록한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공격 양상이 가장 징요했던 것은 광주 교도소로 여섯 차례 무장시위대가 공격했다. 북한 특수군 요원들이 개입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라고 주장한다.

신순용씨는 전씨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말한다. 교도소를 점령하려는 북한군과 전투를 벌인 사실이 없고, 공수부대가 고속도로와 국도를 통해 외곽으로 나가려던 시민군들에게 집중 사격을 가했다고 말한다.

전두환씨는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 사이에 광주에 간 일이 없다고 줄곧 주장했다. 김용장씨는 5월 21일 오전에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와서 헬기고에서 회의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준다. 허장환씨도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다녀간 사실을 들었다고 한다. 전두환씨의 광주 방문은 발포 명령자와 연결된 중요한 사안이다. 21일 오후 1시에서 1시 30분 사이,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의 집단 사격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앞으로 활동할 진상조사위가 전두환씨의 광주 방문을 반드시 짚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PD수첩-2019, 광주가 분노한 이유>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PD수첩] '2019, 광주가 분노한 이유'

지난 5월 3일, 광주를 찾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광주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장외 집회를 시작한 지 20여 분 만에 황급하게 자리를 떴다. 왜 광주 시민들은 화가 난 것인가? 2019년 5월 7일 방송한 < PD수첩-2019, 광주가 분노한 이유 >는 "아직도 밝혀지지 못한 5·18의 진실은 무엇인가"를 통해 광주가 분노한 이유를 알아본다.

당시 3공수여단 계엄군은 사살된 시신을 광주교도소 담장 아래 암매장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다. 전라남도 해남의 우슬재와 상등리에서도 집단 총격이 발생했는데 우슬재에서 사망한 시민을 군부대로 옮긴 다음에 피로 물든 옷을 군복으로 갈아입혀 매장했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이어진다. 시민들을 향해 조준 사격을 했다는 증언과 광주교도소에서 일어난 학살과 매장에 관한 고백은 그동안 자위권 차원에서 발포했다는 전두환씨 등 신군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 PD수첩 >은 시민들에게 헬기 사격을 했다는 의혹을 파헤친다. 목격자들의 기억, 엣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 10층에 남은 185개의 탄흔, 국과수의 탄도 분석, 당시 헬기 조종사의 양심선언, 공군상황일지, 계엄사령부가 내린 헬기사격작전지침, 5·18 당시 약 2주간 전국 각지에서 광주로 출동한 헬기숫자 등 많은 증거가 자위권과 차원이 다른 무장헬기로 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두환씨는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5·18 민주화운동에 참가했다가 실종된 사람의 숫자는 76명이다. 이들은 39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탄흔이 발견된 후 국회는 최초 발포 경위, 민간인 실종자, 헬기 사격 등을 조사하는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지속적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있다. 지만원씨의 북한군 개입설을 그대로 받아들여 조사범위에 포함했다. 또한, '5·18 진상규명조사위'에 5·18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인사를 추천하며 진실 규명을 계속 방해하고 있다. 역사의 진짜 거짓말쟁이는 과연 누구인가? 그들은 무엇을 감추려는 것인가? < PD수첩 >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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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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