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고 이한빛 PD 유족들에게 CJ E&M이 약속한 재발방지 약속을 이행하라는 플래시몹이 진행됐다.

16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고 이한빛 PD 유족들에게 CJ E&M이 약속한 재발방지 약속을 이행하라는 플래시몹이 진행됐다.ⓒ 김윤정

 
"시대가 어느 땐데 잠을 안 재우냐!" 
"12시간 일하고 12시간 쉬자!" 


16일 낮 12시,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 모인 시민, 활동가, 노무사 등 20여 명은 CJ E&M을 향해 소리쳤다. 이들은 드라마 제작 현장의 'AD', '미술팀', '조명팀', '후반제작팀'으로 분해 드라마 촬영 현장 모습을 재연했고, CJ E&M 사옥 안으로 기습 진입해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보안요원들의 제지를 받기는 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아래 한빛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등은 연이은 고발에도 여전히 답보 상태인 tvN <아스달 연대기> 현장 노동 문제 해결과, 고 이한빛 PD 유족들에게 약속한 방송제작환경 개선 대책 이행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4월 10일부터 CJ E&M 사옥 앞에서 한 달 넘게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CJ E&M 측이 대화에 응하지도, 이한빛 PD 유족들과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지도 않자 약속 이행과 면담을 촉구하며 이 같은 플래시몹을 기획했다.

CJ E&M은 2016년 드라마 제작 환경 문제를 제기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한빛 PD 사건 이후 유가족들에게 외부 제작 스태프의 적절한 근로시간 및 보상 원칙 확립, 스태프 협의체 운영, 제작 현장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한 바 있다. 

"지상파 변하는데... CJ E&M은 대화에도 안 나서"
 
 16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16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김윤정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이자, 이한빛 PD의 유지를 잇기 위해 설립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의 이사장인 이용관씨는 "CJ E&M과 협의할 당시 간곡하게 요청했다. CJ E&M이 지상파에 앞서 방송 제작 환경을 개선하는 업계의 선도주자가 되달라고. 그러면 CJ E&M은 업계에 모범을 보여 기업 이미지도 좋아지고, 우리도 이한빛 PD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되니 이렇게 윈윈(win-win)하자고. 그때 그렇게 약속했고, 믿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빛 PD의 동생 한솔씨는 "협상 당시, CJ E&M은 지상파 3사가 바뀌지 않는데 우리만 바꾸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지상파 3사는 언론노조와 함께 4자 협의체를 꾸려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고 현재 마무리 단계다. 하지만 CJ E&M은 대화에 나서지도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젠 CJ E&M에게 업계를 선도하라 하지 않겠다. 지상파가 하는 수준만큼이라도 따라가길 바란다. 그만큼만 지켜줘도 드라마 현장의 노동자들이 즐겁게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빛센터 진재연 사무국장은 한빛센터에 들어온 제보 중에는 '제발 잠 좀 자게 해달라'는 호소가 많다고 이야기하며, tvN 드라마 <화유기> 촬영장에서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된 미술 스태프 사례를 전했다.

그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추락 사고가 일어나는 이유는 잠을 안 재우기 때문"이라면서, "지금도 여전히 많은 드라마 현장 노동자들은 오늘과 내일의 구분 없이 일한다. 이렇게 '디졸브'되는 노동 환경에서 노동자들은 흐리멍덩한 상태로 일할 수밖에 없고, 부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 사무국장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하루 노동시간은 8시간이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여전히 하루 20시간, 18시간 노동이 일상적이다. 지금 우리가 요구하고 있는 건, 법이 정해준 하루 8시간도 아닌, '12시간 일하고 12시간 쉬자'는 거다"고 말했다. 

"12시간 일하고 12시간 쉬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참가자들은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안에 진입해 기습 구호를 외치는 플래시몹을 펼쳤다. 보안요원들의 제지를 받았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참가자들은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안에 진입해 기습 구호를 외치는 플래시몹을 펼쳤다. 보안요원들의 제지를 받았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김윤정


이날 행사에는 노무사 단체 '비방금지' 소속 노무사들도 함께했다. '비방금지'는 지난 2018년 공인노무사 시험에 함격한 노무사들이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방송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만든 수습 노무사 모임이다. 모임명은 '비인간적 방송프로그램 제작금지'의 준말이다. 

'비방금지' 소속 김지영 노무사는 "드라마가 잘 되면 한류가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그 드라마를 만드는 방송 스태프들은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일한다"면서 "12시간 일하고 12시간 쉬는 정도의 노동 환경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CJ E&M은 이야기를 해달라"며 대답을 촉구했다. 

이한솔씨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누군가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면서 "CJ E&M은 한 사람의 죽음을 두고 한 약속을 어떻게 이렇게 지키지 않을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인 시위가 이어지자 이명한 tvN 본부장은 4월 내에 협상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오늘(5월 16일)까지도 답이 없다. 오늘이라도 답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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