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 : 엔드게임>

<어벤저스 : 엔드게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개봉 첫날부터 스크린독과점 신기록을 세우고, 이를 경신하며 역대 최다 스크린 기록을 갈아치운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15일 1301만 관객을 기록했다. 초반 기세로 따지면 역대급 흥행 가능성까지 엿보였으나, 관객 감소폭이 커지면서 1400만을 넘기긴 힘들어 보인다. 외국 영화 최대 흥행작인 <아바타>(2009)의 1333만 기록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역대 흥행 3위를 기록을 차지하고 있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9억3600만 달러)와 <아바타> (7억6000만 달러)의 뒤를 잇고 있는데 <어벤저스 : 엔드게임>은 14일 현재 7억2800만 달러(한화 약 8661억)의 막대한 수입을 거뒀다. 미국에서도 <아바타>의 기록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천만 관객을 넘긴 한국과, 역대 3위로 올라선 미국에서의 흥행이 막상막하인 셈이다.

'어벤져스' 본고장 미국의 다른 흥행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흥행에는 비슷하면서도 큰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스크린독과점 신기록을 세우며 대부분의 상영관을 독차지한 채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의 흥행을 이뤘다면,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상영관에서 다른 영화의 상영에 지장을 주지 않고도 흥행 순항 중이다. 흥행의 순도에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3주간 주말 흥행을 비교하면 스크린독과점으로 인한 흥행과 다양성이 존중된 흥행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 개봉 첫 주말(4월 26~28일)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매출액은 북미 박스오피스 전체의 88.8% 수준이었다. 그러나 상영관 수는 전체 3만3726개 중 4662개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13.8% 정도다. 스크린점유율은 대략 26~27%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영화 시장에서의 개봉 첫 주말 스크린 수는 전체 3058개 중 2835개를 차지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한 번이라도 상영된 스크린은 전체의 92.7%에 달했다. 스크린점유율로 따지면 평균 56.2%였고, 상영점유율은 평균 79.5% 정도였다.
 
 지난 4월 24일 한 멀티플렉스 극장의 <어벤저스: 엔드 게임> 상영시간표

지난 4월 24일 한 멀티플렉스 극장의 <어벤저스: 엔드 게임> 상영시간표ⓒ 성하훈

 
개봉 2주차 주말(5월 3일~5일)의 경우 한국 시장 매출액 점유율은 76.5%였다. 이는 미국 박스오피스의 73.7%와 비슷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상영관 수는 4662개를 넘지 않았다. 비율로도 전체 12.8%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한국 시장에서는 상영 점유율이 61.4%에 달했고, 스크린 점유율은 32%였다.
 
개봉 3주차 주말(5월 10일~12일) 역시도 미국에서의 상영관 수는 처음과 똑같은 4662개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비율로 따르면 13.5%로 2주 차보다는 약간 높아진 수준이다. 매출액은 전체의 37%였다.
 
같은 기간 한국 시장의 매출액 점유율은 43.3%로 미국보다는 높았다. 상영 점유율 36.6%, 스크린 점유율은 31%를 차지했다.
 
경제 논리 아닌 문화다양성
 
흥행 열기는 한국과 미국 모두 비슷했다. 하지만 스크린독과점 논란 속의 흥행과, 다양성이 보장된 환경에서의 흥행은 사실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스크린독과점 광풍이 몰아치면서 2주 정도의 기간 동안 극장의 다양성이 상실됐다. 한 편의 영화에 다른 영화들이 모두 묻힌 모양새였다.
 
반면 미국은 다른 영화들이 상영을 방해받지 않았다. 한국처럼 관객들이 한 영화에 몰리는데도 다른 영화들은 일정 수준의 상영관을 확보해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북미 박스오피스. 스크린은 33733개 가운데 4662개 정도로 13.8% 점유율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북미 박스오피스. 스크린은 33733개 가운데 4662개 정도로 13.8% 점유율이다.ⓒ 박스오피스 모조

 
최근 스크린독과점 논란에 대한 문제의식이 무뎌지면서, 경제논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부에서는 스크린독과점 논란에 대해 수요와 공급 논리를 제시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이 많으니 극장이 스크린을 많이 배정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영화 산업의 스크린 배정이 이런 수요와 공급을 기준으로 한다면 미국 시장도 다르지 않아야 한다. 당시 미국 극장가에서 상영된 영화가 110편 안팎이었으나 관객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몰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개봉 초반에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외에 다른 영화들은 소수의 관객들만 찾아서 상영관이 텅 빈 상태와 다름없었다. 만일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전체 스크린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면 흥행 수익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상영관 수는 더 늘지 않았다. 독과점에 엄격한 미국의 기준 때문이다. 영화산업을 수요와 공급의 시장 논리가 아닌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문화적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영화산업에서 독과점에 대한 제한은 1948년 '파라마운트 판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파라마운트와 메이저 스튜디오에 대해 영화 제작과 영화 배급, 영화 상영을 수직적으로 통합한 것이 독점 금지법 위반이란 판결을 내렸는데, 이는 지금도 막강한 영향을 끼친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수직통합 자체를 위법으로 보지 않았으나, 수직통합이 영화사들의 독점 시도 수단으로 기능하였기에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한국 역시 다양성 확보를 위해 대기업 수직계열화 문제의 근본적 해법으로 상영과 배급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진척은 더딘 상태다. 대신 스크린독과점을 제한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있다. 같으면서도 크게 다른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흥행은 한국 영화산업의 왜곡된 구조를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만들고 있다.
 
반독과점 영대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배장수 한국영화제작사협회 상임이사는 "<아바타>나 <해운대>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은 20%대 상영점유율로 시작했으나 천만을 넘겼고, <변호인>은 13.2%의 점유율로 출발해 천만에 도달했다"면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영화가 80%에 가까운 상영점유율로 시장을 장악한 행위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 이런 현상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관련 법안이 국회서 통과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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