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EB 하나은행 FA컵  16강 경기 결과

▲ 2019 KEB 하나은행 FA컵 16강 경기 결과 ⓒ 한국프로축구연맹

 
2019 KEB 하나은행 FA컵 16강전이 15일 전국 곳곳에서 펼쳐졌다. 16강 결과에 따라서 8강 대진이 정해졌는데 K리그1 팀은 단 4팀만 생존했고 K리그 2팀은 전멸했다. 이들 대신 K3리그 어드밴스에 있는 화성 FC, 또 내셔널리그에 있는 경주한수원, 대전코레일, 창원시청이 8강에 올랐다.

해외 컵 대회에서도 하위 리그 팀이 상위 리그를 잡는 자이언트 킬링이 자주 발생하기는 하지만, 이처럼 상위 리그 팀이 8강에서 단 4팀밖에 살아남은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여기서 말하는 상위 리그란 우리나라 축구 시스템에서 프로라고 분류되는 K리그 1, 2를 말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대한민국 FA컵에서는 이변이 자주 발생할까?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일정 때문일 것이다.

FA컵에서 유독 이변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FA컵 대회 출전 방식 세부 설명

▲ FA컵 대회 출전 방식 세부 설명 ⓒ 신동훈

 
현재 FA컵 시스템 상으로 3라운드부터 K리그2 팀들이 들어오고, 4라운드부터 우리나라 최상위 리그인 K리그1 팀들이 들어온다. 그런데 이들이 FA컵을 치를 시기는 시즌이 개막하고 리그 경기가 펼쳐지는 시기이다.

주중과 주말에 리그 경기가 펼쳐지는 상황 속에서, K리그1 하위권 팀들과 K리그2 팀들은 여건상 가용할 수 있는 주전 선수 자원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FA컵보다는 리그에 집중하는 경우가 더 많다. 리그에 집중하는 팀들은 컵 경기에서 부상으로부터 갓 돌아온 선수나 R리그 선수들, 유망주 선수들을 뛰게 한다.

이와 같은 팀들뿐만 아니라 ACL에 진출하고 있는 K리그1 상위권 팀들도 마찬가지이다. 빡빡한 리그 일정 속에서 ACL을 치르기 위해 해외 원정까지 떠나야 하기 때문에 FA컵까지 신경쓰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이른바 '자이언트 킬링'이 밥 먹듯이 일어나는 것이 FA컵이다. 주전들을 제외하고 과도한 로테이션을 사용하기 때문에 조직력, 경기력에 문제가 오고 K3리그, 내셔널 리그 팀들이 프로 팀들을 잡아내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비단 프로 대 세미프로(or 아마추어) 경기뿐만 아니라, 프로 대 프로의 대결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연속해서 발생한다. K리그1에서는 최강자로 군림하는 전북이 최근 몇 년간 2016년과 2017년에 부천에, 그리고 2018년에는 아산 무궁화에, 또 올해에는 안양에 연이어 발목을 잡혀 떨어졌던 일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대구FC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한 대구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8.12.8

2018년 12월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대구FC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한 대구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2016년에 상주 상무가 32강전에 단국대학교에 1-2로 패하며 U리그(대학 리그)팀이 프로 팀을 이긴 적도 있었고, 2017년에는 목모 시민 축구단이 4강에 오르기도 하였다. 이번 FA컵만 놓고 보더라도 32강전에서 대전 코레일이 울산 현대를 2-0으로 꺾으며 16강에 올라왔고, 마찬가지로 32강전에서 청주 FC가 인천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16강에 오르기도 하였다. 16강전에는 창원시청이 서울 이랜드를 2-1로 격파하며 8강에 오르는 이변도 있었다.

FA컵도 8강전부터는 이변 줄어드는 편

이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리그 일정 탓에 많은 프로 팀들이 FA컵에 덜 신경을 쏟기 때문에 16강 토너먼트까지는 이변이 많이 발생하지만, 8강 토너먼트 이후에는 자이언트 킬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FA컵 8강 일정은 대부분 7~8월에 이루어지는데, 그 시기에 K리그1에서 일정 성과를 거두지 못한 팀들이나 순위 안정에 들어간 팀들이 FA컵 우승 혜택인 ACL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전력을 다해 FA컵에 임하기 때문이다.

현재 K리그1 팀인 수원, 상주, 강원, 경남이 피 튀기는 우승 다툼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화성, 경주한수원, 대전코레일, 창원시청도 2005년 결승에 올라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울산 현대 미포조선처럼 이변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그들은 우승해도 ACL 진출을 할 수 없기 때문에(프로가 아니어서) 후반기 큰 동기부여를 가지고 있는 프로 팀을 이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FA컵에서 벌어지는 대이변은 여러 일정들을 고려할 때 8강부터는 잘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지난해 대구가 FA컵을 우승하고 ACL에 진출하며 성공적인 구단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전철을 밟기 위해 남은 K리그1 4팀이 동기부여를 갖고 8강전에서 더욱 분발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8강전에서도 K리그 팀들이 고전하고 하위 리그 팀들이 이변을 일으킨다면,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FA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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