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A' 방탄소년단, 월드스타의 위엄 방탄소년단이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팩트 뮤직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팩트 뮤직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일곱 개의 별, 일곱 개의 역사, 일곱 개의 소우주. 그들이 만들어가는 우주의 옆자리를 꿰차 같은 궤도를 달리고 싶은 나는 '아미(ARMY)'다.
 
'아미'는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을 일컫는 명칭이다. 나이 마흔에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아미'라고 한다면 주변의 반응은 딱 두 가지로 나뉜다. '이해할 수 없어도 네 인생이니 잘 해봐라'라는 의미의 "그래도 젊게 사네", 아니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투로 "나이 먹고 주책이군"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래, 나도 내가 이상하다. 스무살 성인이 아이돌이나 좋아할 수 없다며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들자마자 H.O.T.와도 쿨하게 작별한 나였는데 이 나이에 아이돌에 홀딱 빠지다니, 정상이 아닌 건 확실해 보인다. 그러다가도 이내 방탄소년단만 보면 행복해진다. 도대체 왜일까.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3초라고 한다. 내가 방탄소년단을 사랑하는 데 필요했던 시간도 아마 그쯤이었던 거 같다. 귀를 넘어 심장에 박히던 노래, 입이 벌어지는 안무와 숨이 막히던 칼군무, 강렬했던 그들의 눈빛에 한순간 그야말로 '덕통사고'(갑자기 누군가의 팬이 되는 일을 가리키는 신조어)를 당하고 말았다. 소녀감성이 아직 살아있던 걸까, 늦바람이었던 걸까. 난 운명이라고 믿고 싶기도 하다.
 
'TMA' 방탄소년단 진, 만찢남 스타일 방탄소년단의 진이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팩트 뮤직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입장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진이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팩트 뮤직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입장하고 있다.ⓒ 이정민

 
그날 이후, 방탄소년단을 알면 알수록 이들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차고 넘쳤다. 노래가 좋다. 춤을 잘 춘다. 퍼포먼스가 환상적이다. 잘생겼다. 타고난 예능인들이다. 때론 귀엽고 때론 섹시하다. 겸손하고 착하다. 빌보드와 그래미에서 인정받은 실력을 갖췄다. '내가 방탄소년단을 사랑하는 3000가지 이유'라는 제목으로도 지면을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 이유는 많다. 그래,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을 좋아하면서 내 인생에서 달라진 게 뭐냐고? 내 인생이 조금 더 재미있어졌다는 것. 그리고 언제라도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이, 정확히는 심지어 7명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믿지 않을 지도 모른다. K팝 아이돌 그룹에게 위로를 받는다니. 심지어 방탄소년단과 같은 세대도 아닌, 남들은 '이모뻘'이라 칭하는 세대 차를 넘어서 말이다. 세계 최강 마법사는 할리우드에서 망토를 휘두르며 날아다니는 그분인 줄 알았는데 나에게 진짜 마법사는 7명의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이런 마법 같은 일을 해내는 걸까?
  
'TMA' 방탄소년단 제이홉, 넘치는 여유 방탄소년단의 제이홉이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팩트 뮤직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제이홉이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팩트 뮤직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살다보니 버거운 일이 많아진다. 미풍에도 개업식장의 풍선인형처럼 꼬꾸라지고 휘어진다. 안간힘을 내 버티고 서 있으려 해도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다. '이젠 정말 바닥이구나, 못 버티겠다' 싶을 때 나를 잡아준 건 다름 아닌 방탄소년단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쩌면 시작은 현실의 도피처였던 것 같다. 화려한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시간은 잊고 싶은 현실을 진짜 잊게 해주었으니까. 손에 닿지 않는 판타지. 눈앞의 고민을 잊게 하는 탈출구. 오만가지 스트레스에 특효약. 그런데 신기한 건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나의 삶에 빛이, 행복이 되어주었다. 왜냐고? 내가 필요로 할 때마다 그들은 날 위로해줬으니까.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늘 말이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
먼 훗날에 넌 지금의 널 절대로 잊지 마
지금 니가 어디 서 있든 잠시 쉬어가는 것일 뿐
포기하지 마 알잖아."
- 방탄소년단 'tomorrow' 중에서.

 
생각해보면, 어리다고, 20대라고 늘 행복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40대는 인생의 고단함과 힘듦이 좀 더 견고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 다들 사는 건 힘들다. 방탄소년단도 데뷔하자마자 일약 스타덤에 오른 대형기획사 소속 아이돌이 아니었다. 그들도 사는 게 힘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걷는 그 길이 바다인지 사막인지, 희망인지 절망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 그저 묵묵히 견뎌낸 시간이 있다. 마치 우리가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는 것처럼. 그래 너희들도 나처럼 힘들었구나, 두려움과 막연함의 시간들. 힘겨운 기간을 견뎌냈을 그들이 안쓰럽지만, 그 시간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견고하게 다듬어낸 진정한 마음이 세대를 넘어, 시간을 넘어 지금의 나를 위로하고 있다.
 
"괜찮아, 자 하나 둘 셋 하면 잊어.
슬픈 기억 모두 지워 서로 손을 잡고 웃어. 
그래도 좋은 날이 앞으로 많기를
내 말을 믿는다면 하나 둘 셋
믿는다면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하면 모든 것이 바뀌길
더 좋은 날을 위해
우리가 함께이기에."
- 방탄소년단 '둘! 셋!(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 중에서.

 
지친 날, 내가 주문처럼 읊조리는 노래이다. 그들이 함께 있어줄 테니 슬픈 기억은 잊고 웃어보자는 그 가사가, 별 거 아닌 것 같은 그 말이 음악을 타고 나의 눈물을 닦아준다. 고맙다. 심지어 내가 그들을 모르던 그때 만든 음악으로, 오늘 내가 숨 쉬는 공기의 입자 하나하나에 위로를 담아 나에게 보내준 그들이 고맙다.
  
'TMA' 방탄소년단 정국, 꿀 떨어지는 눈빛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팩트 뮤직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팩트 뮤직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나를 철딱서니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무슨 이야기를 해주든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래, 인정. 세상의 편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당신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그들은 묻는다, 그 나이에 아이돌이나 좋아하는 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나의 대답은 단언컨대 "아니"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메시지 'Love yourself'를 새기며 오늘 하루를 잘 버텨낸 나를 칭찬해주고, 해외에서 승승장구하는 그들의 모습을 행여 하나라도 놓칠까 영어를 공부해 이제는 그들의 영어인터뷰를 자막 없이 볼 수 있는 내가, 난 자랑스럽다.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주는 그들이 있어 난 오늘 조금 더 행복하다.
 
난 오늘도, 내일도 그들의 예능 콘텐츠를 보고 깔깔거리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힐링하고, 힘들고 지친 날 그들에게 위로받을 거다. 나의 사랑에 하늘도 감복하여 신들린 클릭으로 그들의 실물을 내 두 눈에 담을 날이 온다면 가장 기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그들은 날 모르지만, 내가 그들을 알고 사랑하니 괜찮다. 방탄소년단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아미 중 한 명이라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그게 아미로서 살아가는 나의 방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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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꿈을 꾸는, 철없는 어른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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