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캡틴 포스터

더 캡틴 포스터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넓은 평야를 한 병사가 달려간다. 그 뒤를 군용 지프 한 대가 따라간다. 군용 지프에 탄 여러 명의 군인들은 술을 마시고 나팔을 불며 앞서 달려가는 병사에게 총을 쏜다. 이에 고개를 숙이고 숲을 향해 뛰던 병사는 작은 언덕 뒤로 숨는다.

잠시 뒤 차 엔진 소리가 꺼지고 군화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에 겁에 떨던 병사는 나무 밑 작은 구멍에 최대한 깊숙이 숨어 들어간다. 귀를 막은 채 숨소리도 죽여가며 숨어있던 병사는 얼마 뒤 인기척 소리가 나지 않자 조심스럽게 나무 밑에서 나온다. 다행히 자신을 쫓아오던 병사들이 사라진 걸 느낀 병사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마을로 내려간다.

마을로 내려온 병사는 철로 위에 쓰러진, 같은 신세의 탈영병을 만나게 되고 함께 빈집에 숨어든다. 그날 밤, 이들은 어둠 속에서 마을 농장의 닭을 훔치러 간다. 하지만 이때 말소리에 놀란 닭들로 인해 두 병사는 농부들에게 발각되고 함께 닭을 훔치던 탈영병은 농부들에 잡혀 살해된다.

이때를 틈타 병사는 가까스로 그곳을 달아난다. 다음날 새벽 배고픔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병사는 우연히 진흙에 빠진 장교 지프 하나를 발견한다. 조심히 차 안을 살펴보 피던 병사는 그 안에서 대위 장교복이 들어있는 가방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이에 병사는 누더기가 된 자신의 군복을 벗고 새 장교복으로 갈아입는다. 이때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낙오병 한 명이 장교복을 입은 그를 장교로 오해하게 되고 이에 탈영병은 장교 행세를 하며 함께 마을로 향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더 캡틴>

이 탈영병의 이름은 윌리 헤롤트(맥스 후바쳐)로, 영화 <더 캡틴>의 주인공이다. 20살의 나치 이등병인 그는 2차 세계대전 막바지 전쟁에 참전했다가 탈영하게 된 탈영병이다. 하지만 우연히 대위 장교복을 손에 넣은 헤롤트는 낙오병의 오해로 장교 행세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이 탈영병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헤롤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대담해진다. 이런 그를 장교로 생각한 낙오병들이 점점 모여 그는 헤롤트 기동부대까지 만들기에 이른다.

하지만 마을로 이동하던 도중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는 헌병대를 만나게 되면서 헤롤트는 큰 위기에 빠진다. 이처럼 영화 <더 캡틴>은 탈영병이던 주인공 헤롤트가 장교 행세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한 달여 동안의 일들을 그린 실화 바탕의 작품이다.
 
 더 캡틴

더 캡틴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1943년 3월 당시 18살의 나이로 군에 입대한 헤롤트는 낙하산 연대에서 훈련을 받고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이후 1945년 4월 헤롤트의 부대가 독일로 이동하던 중 미군의 공습을 받게 되고 이때 헤롤트는 부대를 이탈하게 되어 탈영병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나 우연히 나치 장교 군복을 발견한 헤롤트는 가짜 대위 행세를 하며 30여 명의 부대원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 독일군 탈영병 수용소에 간 헤롤트는 그곳에 있던 수용자들을 즉결 처리하여 98명을 사살한다. 얼마 뒤 헤롤트는 헌병에 의해 체포되고 군 법정에 서게 되지만, 나치의 최후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과정에서 풀려난다.

하지만 결국 1945년 5월 빵 한 덩어리를 절도하다 영국군에 의해 체포되면서 그의 범죄는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1946년 11월 그는 전범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된다. 이처럼 이 영화 <더 캡틴>은 탈영병에서 전범자가 된 '윌리 헤롤트'의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는 당시 20살의 어린 병사였던 헤롤트가 어떻게 100여 명의 군인들을 학살하는 괴물이 되는지에 대해 2시간의 상영시간을 통해 보여준다.

탈영병이던 청년이 학살 저지른 괴물이 된 배경
 
 실제 윌리 헤롤트의 모습

실제 윌리 헤롤트의 모습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과연 헤롤트는 어떻게 100여 명의 군인을 학살하는 괴물이 되었을까? 그저 우연히 얻게 된 장교복이 그에게 절대 권력을 주었을까? 이에 감독은 군복을 주워 장교 행세를 하는 탈영병들을 잡으러 다니는 헌병을 등장시킴으로써 헤롤트가 우연히 얻은 군복만으로 괴물이 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헤롤트는 그저 자신이 탈영병이라는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 히틀러 총통의 비밀 명령을 받아 후방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파견된 장교라는 거짓말을 했을 뿐이다. 수용소 내 탈영병들을 제거하고 싶어한 사람은 오히려 헌병대 장교였다. 그는 수용소 내 식량만 축내고 있는 탈영병들을 처단하고 싶어했다. 이에 그는 장교 행세를 하는 헤롤트의 신분을 의심하기보단 그 신분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노력한다.

이때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던 한젠 소장을 막기 위해 그는 헤롤트를 지방 장관에게 소개해줌으로써 힘을 보태주기까지 한다. 이는 헤롤트가 그저 우연히 얻은 군복으로 주어진 권력에 취해 살인마적인 모습을 보였다기보단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헤롤트의 권력을 이용해 그를 살인마로 만든 것처럼 보인다.

물론 영화 후반 헤롤트는 즉결 심판소를 만들어 시장을 즉결 처리하고 마을 사람들의 처벌하는 등 권력에 취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20살의 어린 탈영병을 살인마로 만든 건 그의 권력을 필요로 했던 헌병대 장교의 욕망이 더 큰 요인으로 보인다.  

개인의 범죄도 문제지만, 그걸 도구로 쓴 욕망도 문제
 
 더 캡틴

더 캡틴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이는 독일 공산당과의 대립하던 나치당을 집권하게 만든 독일의 극우적인 정치세력들을 떠올리게 한다. 원래 나치당은 2%의 지지율을 받던 극소수의 정치집단들이었다. 하지만 세계 경제공황 여파로 엄청난 실업률과 빈곤으로 힘들어하던 독일 국민들의 심리를 선동해 독일의 극우 정치세력들은 나치당의 집권을 돕는다.

그 결과 히틀러라는 시대의 악마가 탄생하게 되고, 이는 세계 2차대전이란 엄청난 대재앙을 불러오고 만다. 감독은 이런 과거 독일의 과오를 헤롤트라는 실존 인물을 통해 비판한다. 이런 영화 속 독일에 대한 비판이 독일 감독의 시선에서 이루어졌기에 더 의미가 크다.
 
 영화<바이스>중에서

영화<바이스>중에서 ⓒ 콘텐츠판다

 
이와 함께 영화 <더 캡틴>은 정치와 지도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바이스> 속 딕 체니 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란 이미지가 있던 조지 W. 부시를 '꼭두각시 대통령'으로 만들어 이라크를 침공한다. 또한 국내에도 비선실세로 인해 탄핵까지 이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국정농단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조지 W. 부시, 혹은 박근혜 정부의 탄생이 과연 그저 해당 대통령의 이미지만으로 가능했을까? 국내에서 벌어진 국정농단 사건을 개인의 잘못으로만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이런 사안들은 재벌, 정치 세력들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꼭두각시 같은 세력과 결탁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 <더 캡틴> 속 헤롤트의 거짓 신분을 이용한 헌병장교처럼 말이다.

결국 <더 캡틴>을 통해 우리가 생각할 지점은, 개인의 범죄도 문제지만 그걸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도구로 쓴 세력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 고발한 인간 본성도 충격이지만, 사건의 양상만 다를 뿐 개인의 문제를 눈감아 더 큰 세력의 범죄에 이용하는 일은 어디에나 있다. 영화 <더 캡틴> 속 이야기가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사례에만 속하는 건 아닌 듯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현택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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