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군>의 한 장면.

영화 <김군>의 한 장면.ⓒ 영화사 풀

  
1980년 5월의 그날 이후 인생이 바뀐 사람들. 이들 중 '김군'은 공식 통계나 기록에 남아있지 않았다. 광주항쟁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나눠주던 한 시민(주옥)의 기억으로 복기된 '김군'의 다큐멘터리가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언론에 공개됐다. 현장엔 강상우 감독, 시민 주옥씨, 김군의 사진을 찍었던 사진 기자 출신 이창성씨가 참석했다.

영화는 극우 논객이자 군인 출신인 지만원씨의 폄훼로부터 시작한다. 지만원씨는 사진으로 남은 시민군 일부를 지목해 북한 지령을 받고 내려온 특수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김군을 시작으로 약 600명의 무고한 시민을 북한군으로 현재까지 몰아세우고 있다. 당시 수상했던 시절 목숨을 건 항쟁이었기에 본명을 밝힐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서로 통성명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를 악용해 가짜뉴스를 퍼트리거나 진실을 왜곡하려는 이들로 인해 광주의 상처는 현재 진행 중이다.

깊게 박힌 트라우마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한 사진을 보고 김군을 기억해 낸 주옥씨는 "왜 지만원씨가 그를 북한 공작원이라 지목하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저는 본 것을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넝마주이를 했던 그 청년은 당시 저보다 나이가 더 있어 보였다. 우리 집에 자주 왔었고, 아버지가 그에게 꼭 살아서 다시 찾아오라고 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주옥씨는 "그 일을 겪고 바깥 활동을 전혀 안 했다. 조선대학교에서 축제한다고 폭죽을 쏠 때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많이 울었다"며 "그걸 조금 치유할 수 있게 된 게 강상우 감독님 덕이다"라고 사연을 덧붙였다.

2014년 다른 기록 작업 중 주옥씨를 만났다던 강상우 감독은 "일베 사이트에서 시민군이 평양 노동절 행사에 참여한 북한 간부라는 주장이 나왔고 지만원씨가 그걸 받아 '제1광수(지씨가 시민군을 북한군이라고 지칭하면서 붙인 호칭)'라고 주장했다"며 "같은 사진을 두고 상반된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 흥미를 느껴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계기를 밝혔다. 강 감독은 "제1광수와 동일인물로 보이는 분을 겨우 만났지만 대조 작업을 거치면서 그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담게 됐고, 이후 그분의 생사를 2년간 더 찾아헤맸다"고 작업 당시 어려움을 언급했다.
 
 영화 <김군>의 한 장면.

영화 <김군>의 한 장면.ⓒ 영화사 풀

 
감독의 말처럼 영화 <김군>에 나오는 당사자들은 대부분 당시 기억이 큰 상처로 남아 외부 활동을 꺼리거나 공개 증언을 망설이는 사람들이었다. 강 감독은 "인터뷰를 잡아놓고도 안 나오시는 분들이 꽤 계셨다"며 "영화는 (단순히) 지만원씨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라고 분명한 의도를 전했다.

"사진 속 김군을 그렇게 찾아다녔는데 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말이 없는 상태에서 시민군 선생님들을 한 분씩 만나며 당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5월의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김군을 찾아 나섰다.

지씨 주장이 허구라는 건 이미 여러 언론사에서 잘 보도해주고 있다. 다만 지만원씨 주장을 영화에 담은 건 그 주장이 동시에 얼마나 스스로도 반박당할 여지가 큰지 보이기 위해서였다." (강상우 감독)


가려진 진실들

지난 1997년 기자직을 그만둔 이창성씨는 "매년 5월이 되면 가슴이 답답하다. 당시 사람들 눈빛을 생각하면 매년 트라우마가 떠오른다"며 "여기 기자분들이 계시니 솔직히 말하면 당시 기자들이 소임을 다 못했다. 시민군과 군이 충돌했던 걸 제대로 보도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자꾸 진실을 왜곡하는 이들이 나오는 것이다. 지만원씨는 600명의 북한 공작원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들이 어떻게 그때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겠나. 당시 총을 들고 싸운 건 시민들이었다. 그들은 총을 잘 반납했고 질서를 지켰다.

지금 지씨는 제 사진을 도용해서 자기 책도 냈던데 고소하겠다고 하니 그러라고 하더라. 진실은 제대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기록물이기에 재미없다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이건 하나도 빼지 않고, 보태지도 않은 광주의 기록이다." (이창석씨)

 
 영화 <김군>의 한 장면.

영화 <김군>의 한 장면.ⓒ 영화사 풀

 
강상우 감독은 "여전히 5.18 관련해 규명되지 않은 사건이 남아있다. 5월 23일 송하동 등 양민 학살 사건은 가해자가 11공수대로 특정돼 있음에도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감독은 "가해자의 양심선언에 기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지만원씨 사무실엔 11공수대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만큼 결속력이 탄탄하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5.18 항쟁의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도 모르는 상태에서 알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지금의 젊은 관객도 그래서 공감하실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린 한 명의 시민군을 찾는 작업이었는데 80만 시민군의 절반이 여성이었다. 그분들 이야기도 아직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작년에야 계엄군에게 성폭행당한 분들 증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밝혀야 할 진실이 많다." (강상우 감독)

영화 <김군>은 오는 23일 공식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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