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방영된 KBS <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에 출연한 윤미래, 타이거 JK

지난 12일 방영된 KBS <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에 출연한 윤미래, 타이거 JK ⓒ KBS

 
지난 2월 설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등장했던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지난 4월 말부터 일요일 저녁 예능의 빈자리를 메우며 정규 편성의 기회를 얻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 한식 연구가 심영순, 중식 쉐프 이연복 등의 출연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반응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일반인, 직원의 시각에선 이른바 '꼰대'에 가까운 모습을 자주 노출하다 보니 사장, 보스에 대한 비판 의견도 제법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수직적 상하 관계로 이뤄지는 게 다반사인 한국의 직장 문화 특성과 맞물리면서 시청자들이 답답함을 표명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정규 편성이 이뤄진 후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프로농구 LG 셰이커스 현주엽 감독, 그리고 힙합 음악인 타이거 JK를 등장시키면서 약간의 변화를 시도했다.  여기서 흥미를 키운 건 소규모 기획사 필굿뮤직을 직접 운영 중인 타이거 JK였다.

초짜 연예기획사 사장님의 좌충우돌 운영
 
 지난 12일 방영된 KBS <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의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된 KBS <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의 한 장면 ⓒ KBS

 
그간 <무한도전> 등 타 예능을 통해서 종종 소개된 바 있지만 현재 필굿뮤직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직접 기획사 운영에 나선 타이거 JK는 의정부에 살면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보통 음악 쪽 회사라면 홍대 인근인 상수, 합정, 망원동 주변이나 강남 쪽에 사무실을 두는 경우가 흔하지만 타이거 JK는 좀 독특했다. 그는 여전히 10여년 넘게 의정부에 기반을 두고 본인과 윤미래, 비지, 비비 등을 이끌고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규모 좀 있다는 업체들은 최신 유행에 즉각 반응해 음반을 제작하기 때문에 신인 발굴을 중심으로, 저연차 가수 위주로 사업을 이어간다. 반면 경력 20년 이상의 중견급 가수들은 이들 회사에 속해 있는 건 극히 드물기에 자의반 타의반 1인 기획사 형식의 독자적인 사업을 진행하기 마련이다. 

의정부 아파트 단지 상가에 위치한 필굿뮤직은 타이거 JK의 표현을 빌리자면 구글을 지향하는(?) 업체로 소개된다. 일반 기업체 사무 환경과는 전혀 다른, 좋게 이야기하면 자유분방함이 남치는 곳이면서 달리 말하면 마치 중구난방식으로 구성된 듯한 산만한 여건을 지닌 곳이다.

다른 업체처럼 SNS 홍보도 진행하고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야 하지만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매니저가 기타리스트를 겸하고 윤미래의 사촌오빠가 엔지니어로 일하는 등 일당백 역할을 담당한 직원들과의 회의 역시 마찬가지다. 이 회사 과연 잘 돌아갈 수 있을까?

영세 음악 기획사들의 현실... 마음만은 구글
 
 지난 12일 방영된 KBS <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의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된 KBS <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의 한 장면 ⓒ KBS

 
각종 연예 프로그램을 통해 소위 3대 기획사가 자주 소개되면서 시청자들은 음반 업체에 대해 환상에 가까운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구내식당 혹은 카페, 각종 첨단 장비가 구비된 일반 대기업 못잖은 내부 시설 등이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다 보니 같은 업종의 업체 역시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등장한 필굿뮤직처럼 상당수 기획사들은 몇 명 안되는 직원들과 함께 일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형적인 소상공인들의 업체와 별반 차이 없기에 '버틴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하루하루 치열한 일상을 보내야 한다. 이러한 업체들은 방송에서 소개된 것처럼 형편이 좋지 않다.

<쇼미더머니>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다수의 후배 음악인들을 규합해 한때 규모를 키우기도 했지만 지금 필굿뮤직에 남은 음악인이라곤 타이거JK, 윤미래, 비지, 그리고 SBS <더 팬>으로 이름을 알린 신인 비비뿐이다. 냉정히 말해 현재 힙합 음악계의 인기 중심에 놓여 있지 못하다 보니 빠듯한 살림 속에 당장 뮤직비디오 제작비 걱정도 해야 한다.

초긍정 마인드 "회장님" 윤미래의 결단력
 
 지난 12일 방영된 KBS <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의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된 KBS <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의 한 장면 ⓒ KBS

 
방송에선 신곡 뮤비 촬영 장소 선택 회의에서 확실한 결정을 하지 못하는 "사장님" 타이거 JK의 모습이 안쓰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좋은 그림을 담으려면 A안으로 제시된 호텔 촬영이 제격이겠지만 2배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보니 1시간 30분 넘는 회의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하던 회의를 단칼에 정리한 것은 '윤 회장님'으로 불리는 타이거 JK의 아내 윤미래였다. 뒤늦게 회의실에 도착한 그녀는 정황을 듣고 딱 5분 만에 B안 오두막 촬영을 결정해 1시간 30분여의 장시간 회의를 단번에 마무리지었다. 윤미래는 "스트레스 받는다고 해서 갑자기 돈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냐"면서 "좋은 생각만 갖고 일하자"고 말한다. 이러한 윤미래의 발언에서 왜 그녀가 현명한 아내이자 회사의 실세 리더(?)인지를 알 수 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속 타이거 JK는 분명 경영 능력이 좋은 사장님이 아니었다.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그가 중요 사안 결정에 힘겨워할 땐 '윤 회장님이 없으면 회사 굴러가는 게 여의치 않을 수 있겠구나'라는 걱정도 자아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을 지켜보는 동안 짜증, 혹은 답답한 감정이 별로 생겨나지 않은 건 긍정의 자세로 '신인의 마음가짐'을 언급한 이들 부부의 태도 덕분이었다.

척박한 한국 대중음악계 환경에서 힙합 음악의 대중화에 앞장선 1세대 음악인 타이거 JK, 그리고 윤미래로선 후배, 직원들을 이끌고 현재 초심으로 돌아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쉽지 않은 길이 놓여있지만 두려울 것 없는 신인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면 이들은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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