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새롭게 선보인 파일럿 예능 < 식재료 중심 - 격조식당 >

SBS가 새롭게 선보인 파일럿 예능 < 식재료 중심 - 격조식당 > ⓒ SBS

 
지난 2월, SBS는 금요일 인기 예능 <정글의 법칙>을 토요일 밤으로 방영 요일을 변경했다. 그 이후 오후 10시엔 금토 드라마, 11시엔 짧은 호흡으로 진행되는 < 미추리 2 > <전설의 빅피쉬> 등 신규 예능을 연이어 선보인 바 있다. 이어 지난 10일과 12일, 총 이틀에 걸쳐 또 다른 파일럿 예능 <식재료 중심- 격조식당 >(이하 격조식당)을 등장시켰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다. 왜일까?

직접 요리하는 '수요미식회'인가?
 
 SBS < 격조식당 >(사진 맨위)는 tvN < 인생술집 >(중간)과 < 수요미식회 >(사진 맨 아래)와 닮은 구성으로 의야함을 자아냈다.

SBS < 격조식당 >(사진 맨위)는 tvN < 인생술집 >(중간)과 < 수요미식회 >(사진 맨 아래)와 닮은 구성으로 의야함을 자아냈다. ⓒ SBS

 
<격조식당> 첫 회에선 전남 해남 낙지, 제주 흑돼지를 재료로 시청자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요리를 선보였다.  요리전문가 홍신애와 소유진 등이 준비한 돈가스, 낙지볶음을 초대손님들이 맛보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 프로그램의 중심을 차지했다.  그런데 <격조식당>에선 출연진을 비롯한 방송 속 내용이 기존 프로그램의 핵심만 추출해 짜깁기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신동엽을 중심에 두고 이뤄지는 각종 음식 관련 출연진들의 대화는 tvN <수요미식회>를 떠올리게 한다. 직접 스튜디오에서 각종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하고 맛볼 수 있다는 것 외엔 이렇다한 차이를 보여주진 못했다.  게다가 <수요미식회>의 신동엽, 역시 해당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한 바 있는 홍신애 요리연구가 등이 등장하다보니 별다른 정보 없이 화면을 본 시청자들에겐 의아함을 불러 일으킨다.  

일단 첫 방송만 놓고 보면 초대손님들의 각기 다른 미식 철학을 공중파가 소개하는 "스핀오프" 프로그램의 등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술 없는 '인생술집'? 과도한 출연자들의 리액션  
 
 SBS < 식재료 중심 - 격조식당 >의 한 장면

SBS < 식재료 중심 - 격조식당 >의 한 장면 ⓒ SBS

 
비단 <격조식당> 속 타 예능과의 유사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역시 신동엽-김준현을 앞세운 실생활 속 경험담은 역시 두 사람이 고정 출연중인 tvN 의 <인생술집>을 방불케했다. 선수 시절 전국 각지의 보양식을 챙겨 먹은 프로야구 해설가 박재홍 부터 최근 컴백을 앞두고 9kg의 체중을 감량했다는 최유정(위키미키) 등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이어졌지만 새로움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굳이 차이를 두자면 음식은 있었지만 술은 없는 회식자리. 그게 전부였다.

연이어 등장하는 각종 요리를 앞에둔 몇몇 초대손님의 과도한 리액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요란법석 떨면서 "이 맛 최고", "대박" 등 틀에 박힌 표현으로 일관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기존 각종 요리 및 먹방 프로그램에서 이미 지겹도록 봐왔던 그림 아니었던가?

제작진이 어떤 목적으로 후반 작업을 진행했는지는 몰라도 <격조식당>의 화면은 기존 TV프로그램에선 보기 드물게 뿌연 질감으로 처리를 했다.  드라마 속 회상 장면 등이라면 몰라도 1시간 여 내내 스튜디오 속 장면을 모두 포토샵의 흐림 효과 마냥 담아내면서 <격조식당>을 지켜보는 동안 지루함 및 눈의 피로감 선사라는 역효과를 자아낸다. 타 프로그램과의 차이를 내용 대신 겉포장으로만 해결하려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고 보여진다.

예능의 품격은 어디에? 독창성 결여
 
 SBS 파일럿 예능 < 식재료 중심 - 격조식당 > 예고편의 한 장면

SBS 파일럿 예능 < 식재료 중심 - 격조식당 > 예고편의 한 장면 ⓒ SBS

 
"전국 각지의 명인들이 길러낸 최상의 식재료들로 최고의 한 상을 차리는 고품격 푸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 소개 문구)

'격조'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품격과 취향"을 말한다. 신규 예능의 제목에 이 단어를 사용했다는 건 그만큼 프로그램의 품격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로 비춰졌지만 실제 내용물은 시청자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미 인기리에 방영중인 기존 예능의 특징과 많은 부분이 닮았다는 건 안이한 기획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앞서 동시간대 방영된 <전설의 빅피쉬>만 해도 채널A <도시어부> 닮은 꼴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최소한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와 독창성이 필요했지만 <격조식당>은 이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서 기존 먹방+쿡방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  갈수록 지상파 예능의 시청자들이 줄어드는 이유를 <격조식당>이 몸소 증명해주고 있다. 이래서는 정말 곤란하다.
 
격조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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