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이 11일 저녁 전주돔에서 열렸다.

20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이 11일 저녁 전주돔에서 열렸다.ⓒ 전주영화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역대 최다 관객을 기록하며 열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예년보다 많은 상영이 매진됐고, 상당수의 작품들이 질적-양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한 단계 도약을 이뤄냈다.
 
지난 11일 오후 전주돔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조직위원장인 김승수 전주시장은 폐막 선언을 통해 "전주는 영화"라며 "지난 열흘 동안 275편의 영화를 통해 때로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면서 감동과 다양성을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원래 좋은 영화제였지만, 우리가 무의식처럼 잃어버리 듯 잊히지 않을 영화제를 만들어 준 이충직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 등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김 시장은 지난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려던 이충직 집행위원장의 마음을 돌리게 하면서 올해 영화제 성공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올해 4년째 영화제를 이끌고 있는데,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정리되고 대내외적 평가와 위상을 해마다 높이고 있다.

전체 관객 수 가파른 증가
 
 전주영화제 초반 상당수의 작품이 매진됐다. 매진을 알리고 있는 상영시간표

전주영화제 초반 상당수의 작품이 매진됐다. 매진을 알리고 있는 상영시간표ⓒ 성하훈

 
이를 바탕으로 20회를 맞이한 올해 전주영화제는 운영이나 프로그램에서 한층 안정된 모습을 나타냈다. 우선 697회의 상영 중 390회가 매진되며 관객들의 참여가 늘었다. VR 영화 상영의 인기가 대단했는데, 138회의 상영 중 91회가 매진되면서 가장 인기를 끌었다. 일반 상영작의 경우도 지난해 284회 매진에서 올해는 299회로 매진이 늘어났다.
 
전체 관객 수에서는 지난 80,244명 보다 5천 명 이상 늘어난 85,90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주영화제 관객 수가 평균적으로 7만 안팎 정도였다가 지난해 8만을 넘긴 것을 감안하면 관객 증가폭이 상당히 컸던 셈이다. 팔복예술공장에서 펼쳐진 전시 및 부대 행사에도 1만 명 정도가 참여해 관람하는 등 준비한 행사들이 관객들로 성황을 이뤘다.
 
올해 전주영화제의 성공은 5월 4일~6일까지 이어진 대체 연휴로 인해, 관객들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영관 좌석 수가 지난해 대비 증가한 가운데 관객들이 이를 채운 것이다. 또한 국내 극장가가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스크린독과점으로 다양성이 사라진 상태에서 새로운 영화를 갈망하는 관객들이 전주를 많이 찾았던 것도 올해 영화제 흥행의 한 요인으로 보인다.
 
 
 11일 저녁 전주돔에서 열린 20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에 <삽질> 김병기 감독과 제작진이 레드카펫으로 입장하고 있다.

11일 저녁 전주돔에서 열린 20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에 <삽질> 김병기 감독과 제작진이 레드카펫으로 입장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영화들이 안팎의 좋은 평가를 받은 것도 탄력을 받게 했다.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한 <삽질>을 비롯해 <김복동> 등 저널리즘 다큐들의 높은 작품성과 완성도는 전통적으로 다큐멘터리에서 강세를 보이는 전주영화제의 전통을 잇는 영화들이었다. <삽질>의 김병기 감독은 11일 폐막식에서 "첫 작품인데 소중하고 무거운 상을 주셔서 전주영화제에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4대강 기록의 의무를 무겁게 짊어지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인기가 좋았던 상영은 개막작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클라우디오 조반네시)와 '한국단편경쟁'으로 모든 상영이 매진됐다. '스페셜포커스'의 <로이 앤더슨: 인간 존재의 전시>는 99%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할 만큼 화제를 낳았다.
 
개막 전부터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아무도 없는 곳>(김종관), <국도극장>(전지희), <불숨>(고희영)은 94%, '한국경쟁'은 90%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20주년 특별기획 '뉴트로 전주', '국제경쟁', '월드 시네마스케이프'도 80% 이상의 좌석 점유율을 나타내며 전주영화제의 흥행을 이끌었다.
 
중남미 영화는 내년에 기대
 
폐막식에 앞서 11일 오전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이사도라의 아이들>은 해외 영화제서 큰 관심을 보여 곧 공식 초청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사도라 아이들>은 일반상영 없이 영화제 관계자와 기자 및 평론가들을 대상으로만 상영됐는데, 이 위원장은 전주영화제에서 만든 영화의 해외 유명 영화제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자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11일 페막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충직 집행위원이 올해 영화제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11일 페막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충직 집행위원이 올해 영화제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다만 새로운 영화의 발굴과 발견은 기대만큼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전주영화제는 쿠바영화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고, 중남미 영화에도 관심을 보여 왔다. 올해는 현지에 거주하는 프로그래머를 보강해 기대를 모았으나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남미의 새로운 영화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힘이 부족했다"면서 "새로운 영화를 계속 소개하려 한다. 중남미 영화는 새로 영입된 프로그래머가 올해 시작한 만큼 내년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김 프로그래머는 또한 "앞으로 10년에 대해 방향성을 고민하겠다"며 "미래 주류영화를 성장시키는 전주영화제의 성격을 살려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20회라는 상징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을 기억하는 프로그램이 부족해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10회 영화제 당시에는 10년간의 인기작을 특별상영해 호응을 얻기도 했으나 20회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은 부족해 보였다.
 
이충직 집행위원장 역시 이에 공감을 나타냈다. 이 위원장은 "20년 아카이브 프로그램이 미흡했다"며 "준비하고 싶었으나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료 축적 문제와 함께 전주의 인력풀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더 고민하겠다는 방향도 내비쳤다.
 
문제는 전용관
 
 전주영화제 계폐막식이 치러진 전주돔

전주영화제 계폐막식이 치러진 전주돔ⓒ 성하훈

 
올해 영화제는 20회의 성공만큼이나 전용관에 대한 필요성도 더욱 절실해졌다.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개폐막식 장소가 정해진 곳이 없으니 3배 정도 힘이 더 들어간다"며 "안정적인 상영관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전주시에서는 이왕 준비하는 것이니 만큼 첫 삽을 뜰 때 예산 책정 등 제대로 준비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디에 자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영화제는 지금의 공간을 선호하는데 영화제가 잘 되면서 주변 땅값이 올라 다른 후보지도 검토하고 있다. 2020년에는 기공식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또한 "전용관 건립이 실용적인 건물로서 전주 전체의 문화적 토양에 도움이 되길 원한다"면서 "거창한 공간이 아닌 전주에서 끊임없는 문화콘텐츠 생산과 유통 공간으로 영화와 공연을 같이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전주시는 가칭 '독립영화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전용관 마련을 검토 중이다. 전주시의 한 관계자도 "올해 안에는 부지 계약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다만 "토지 가격을 3배 이상 부르다보니 어려움이 많다"며 "상대적으로 값이 싼 주변 부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변 상인들은 "전주시가 의지가 없다"면서 "예전부터 부지 매입을 이야기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땅값이 오른 상태"라고 지적했다. 영화의 거리 내 한 상점 운영자는 "매번 전주시가 결단하지 못해서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이번에도 말만 해 놓고 땅값을 핑계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관객들로 북적이는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관객들로 북적이는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전주영화제

 
주변에서는 영화제 덕분에 땅값이 오른 토지 소유자들이 과도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주요 도시들의 원도심이 쇠퇴하고 새로 조성된 신도심이 부각하고 있는 상태에서 전주는 영화제로 인해 원도심이 살아난 곳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전주 중심가인 고사동 영화의 거리는 영화제 때마다 관객들이 몰리며 특수를 누리고 있는데, 상승한 땅값이 도리어 영화제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지역 주민들의 협조 문제와 전용관 설립이 20살 청년이 된 전주국제영화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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