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벤 이즈 백> 포스터

영화 <벤 이즈 백> 포스터ⓒ (주)팝엔터테인먼트

  
벤(루카스 헤지스)이 돌아왔다. 약물중독자 벤, 마약 딜러 벤, 매년 크리스마스를 악몽으로 만들었던 벤이 재활원에서 말도 없이 돌아왔다. 이 예상치 못한 방문에 가족들은 당황하지만 엄마 홀리(줄리아 로버츠)는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활짝 웃으며 아들을 끌어안는다.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벤 이즈 백>은 마약 중독자 아들이 돌아온 뒤 변화를 겪는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거실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거리고, 아이들(벤의 동생들)은 반려견 폰스와 함께 이 방 저 방을 뛰어다닌다. 벤의 약물중독이 의아하게 느껴질 만큼, 화목하고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다. 아직 소년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벤의 등장으로 집 안에는 조심스러운 긴장감이 돌고, 이는 가족이 겪었을 무수히 많은 일들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벤은 24시간 엄마 홀리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약속 하에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한다. 아직 어린 동생들은 벤이 마냥 반갑지만 새 아빠 닐과 여동생 아이비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벤을 경계한다. 가족들, 특히 홀리의 극도로 조심스런 행동들, 가령 벤이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집 안에 있는 약들과 귀금속들을 숨기고, 벤 홀로 밀폐된 공간에 두지 않으려는 노력들, 심지어 함께 옷을 사러가서는 혼자 탈의실에 있는 것조차 불안해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행동들에서 이들 가족의 과거가 얼마나 힘겨웠을지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추악했던 시간을 이겨내고 약물중독자 아들을 다루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긴 가족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미안함과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벤의 강한 의지를 보면서도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것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불안을 느낀다. 벤의 크리스마스가 무탈하게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불안을 키우고, 반려견 폰스의 납치 사건으로 이 불안은 극대화된다.

닐과 아이비의 얼굴엔 '결국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어' 하는 실망이 가득한 반면 엄마 홀리는 벤이 여기에 죄책감을 느끼고 어리석은 짓을 할까 하는 걱정으로 벤의 폰스 찾기에 동참 한다. 벤은 자신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을 사람들을 찾아 나서면서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자신의 존재 자체가 가족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영화 <벤 이즈 백>의 한 장면

영화 <벤 이즈 백>의 한 장면ⓒ (주)팝엔터테인먼트

 
마약을 끊겠다는 핑계를 들이대며 마지막으로 마약에 취할 기회를 찾는 중독자, 마약을 사기 위해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는 한때는 밝고 건강했던 중독자, 그리고 그 과정을 모두 지나 목숨을 잃은 중독자의 가족들까지. 영화 속에서 우리는 '약물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힘으로 한 사람의 인생과 그 주변을 파괴시키는지 확인한다.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희망과 좌절의 무수한 반복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입히는 상처들은 체념과 포기를 학습하게 한다. 그럼에도 '모성'은 포기를 모른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홀리의 강한 모성이다. '만약 내가 홀리라면 어떻게 할까? 그녀처럼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을까?' 이 가정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답이 없는 문제에 여러 고민들을 하게 한다. 겪어보지 않고는 감히 말 할 수 없는 문제들에 우리가 영화를 보는 동안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할 수 있는 것은 홀리 역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의 연기 덕분일 것이다. 사랑과 불신, 불안과 염려, 그리고 공포. 약물중독자 아들을 둔 엄마가 느끼는 감정의 떨림이 그녀의 연기를 통해 고스란히 느껴진다.
 
 영화 <벤 이즈 백>의 한 장면

영화 <벤 이즈 백>의 한 장면ⓒ (주)팝엔터테인먼트

 
<길버트 그레이프>(1993) 각본을 시작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피터 헤지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어바웃 어 보이>(2002), <댄 인 러브>(2007)등의 영화를 통해 가족 드라마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그가 이번 영화에서 한층 더 깊어진 가족 드라마로 감동을 전한다. 

과연 벤은 폰스를 찾아서 가족에게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극복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영화는 끝이 나지만 이야기에 마침표는 찍혀지지 않고, 영화를 보는 100분 동안 졸였던 가슴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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