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BS와 MBC가 특단의 편성 변경 조치를 단행했다. SBS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 여름 기존 월요일과 화요일 밤 10시에 방영되던 드라마 대신 예능프로그램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MBC는 기존 월~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영되던 드라마의 방영 시간대를 한 시간 앞당긴 오후 9시로 이동, 30여 년만의 대변화를 예고했다. 이와 같은 평일 밤 시간대 편성의 변화는 말 그대로 위기에 봉착한 지상파 TV 드라마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SBS, 월화 밤 10시 16부작 예능 신설... MBC, 월목 드라마 1시간 앞당겨
 
 지난 6일 첫 방영된 SBS <초면에 사랑합니다> 포스터. 이후 SBS는 월화드라마 대신 16부작 예능 프로그램을 신설할 예정이다.

지난 6일 첫 방영된 SBS <초면에 사랑합니다> 포스터. 이후 SBS는 월화드라마 대신 16부작 예능 프로그램을 신설할 예정이다.ⓒ SBS

 
먼저 SBS의 움직임은 다소 이채롭다. 월화 드라마를 잠시 없애는 대신 그 시간대에 월화 예능을 신설했다. 대개 예능 프로그램은 주 1회 편성이 일반적인 데 반해 이번엔 월화 이틀씩 총 8주간 16회 분량의 시간을 할애하는 특이한 방식을 택했다. 이 신설 예능의 종영 이후 가을부터 월화드라마를 재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방송 내용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배우 이서진과 이승기 등 연기 외에 예능에서도 이미 검증된 스타 연예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SBS로선 평일 예능의 새바람을 몰고 오길 기대하는 눈치다. 이에 대해 SBS 측은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미디어 소비 패턴을 반영하고. 다양한 시청권 확보 차원에서 또 한 번의 획기적 편성을 결정했다"고 취지를 설명한다. 

먼저 칼을 뽑아든 MBC는 월~목 드라마의 1시간 앞당긴 시간대 이동을 택했다. 6월 이후 방영되는 <봄밤> <검범남녀 시즌2> 등을 시작으로 "오후 9시 드라마"라는 다소 낯선 실험을 단행한다. MBC 측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시청자들의 생활 습관 변경과 시청자의 선택권 확대"의 명분을 내세웠다. 

tvN, JTBC의 대약진... 뒷걸음치는 지상파
 
 JTBC <스카이캐슬>은 하나의 현상을 일으키면서 지상파 드라마들의 아성을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JTBC <스카이캐슬>은 하나의 현상을 일으키면서 지상파 드라마들의 아성을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JTBC

 
지난해 심각한 경영 적자를 기록한 KBS와 MBC를 비롯한 SBS 등 지상파의 위기에는 드라마 부진도 큰 몫을 차지한다. 최근 몇년 사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드라마들 상당수는 지상파가 아닌 CJ 계열 케이블 채널 tvN과 종편 채널 JTBC가 만든 작품들이었다. 당장 <스카이캐슬>과 <눈이 부시게>를 비롯해서 <미스터 션사인> <도깨비> <나의 아저씨> <비밀의 숲> 등 이들 2개 채널이 쏟아낸 드라마들은 기존 지상파의 아성을 넘어 높은 시청률과 화제몰이 성공을 거뒀고 기존 방송 판도를 완전히 뒤바꿨다. 

이렇게 되면서 유명 톱스타들도 속속 지상파 대신 이들 채널 작품을 택했고 드라마에 잘 나오지 않던 영화 배우들까지 섭외했다. 탄탄한 기획과 과감한 투자가 맞물리면서 tvN과 JTBC는 양질의 작품을 연이어 내놓았고 확실한 수입원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데 반해 기존 지상파 3사의 드라마들은 말 그대로 지지부진이었다. 

몇년 사이 MBC와 KBS가 파업 등 사내 내홍의 어려움을 겪었다곤 하지만 과거에만 안주한 드라마만 내놓다보니 더 이상 새로움을 찾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지 못했다. 제목 혹은 출연진만 다를 뿐 출생의 비밀, 장기이식, 불륜 등 뻔한 내용들이 연일 각종 시간대를 장식하며 지상파 드라마들은 스스로 퇴보의 길을 걷게 되었다.  

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 될 수 있을까?
 
 오는 22일부터 방영 예정인 MBC 새 수목드라마 <봄밤>.  이 작품부터 MBC는 밤 9시대로 드라마 방영시간을 한 시간 앞당긴다.

오는 22일부터 방영 예정인 MBC 새 수목드라마 <봄밤>. 이 작품부터 MBC는 밤 9시대로 드라마 방영시간을 한 시간 앞당긴다.ⓒ MBC

 
일단 양 방송사의 변화로 인해 당분간 지상파 3사간의 치열한 밤 10시대 시청률 경쟁은 다소 완화될 전망이지만 월화드라마 잠정 중단(SBS), 시간대 변경(MBC) 등은 그만큼 현재 이들이 만드는 작품들이 시청자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드라마 마니아들의 다양한 채널 선택권 확보 차원에선 일단 환영할 만 하지만 그 속내엔 최근 녹녹찮은 회사 사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주 2회 기준 24부작 드라마 하나 만드는 데 수십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지만 저조한 시청률 속에 제대로 매출로 연결이 되지 못할 바엔 차라리 적은 예산 및 인력을 활용하는 예능을 그 시간에 배치해 비용 절감을 꾀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SBS) 

지난해 무려 1237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MBC의 경우 치열한 경쟁 시간대를 탈출해 시청자 및 광고 확보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우기 위한 수단으로 편성 변경을 단행했다는 지적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방송사들의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식 움직임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인터넷 방송, VOD, 기타 다양한 즐길거리로 이동한 시청자들이 다시 TV 앞에 자리 잡게 하려면 시간대 변경  뿐만 아니라 확실한 지상파만의 무기를 갖출 필요가 있다.  고품질의 작품을 내놓지 못한다면 방송사들의 이와 같은 변화는 그저 미봉책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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