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났다. 선수단 전체가 번걸아가며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의 위대한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토트넘은 9일 오전 4시(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2019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AFC 아약스와 경기에서 3-2의 승리를 거뒀다. 1차전에서 1-0으로 패했고 2차전마저 전반전에 0-2로 끌려갔지만, 후반에 3골을 몰아친 토트넘은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으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토트넘은 올 시즌 새롭게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이 클럽 역사상 최고 기록이었던 토트넘은 결승까지 도달하며 거대한 느낌표를 찍을 준비를 마쳤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토트넘 역사상 이번 시즌은 가장 위대한 시즌으로 남을 전망이다.
 
 2019년 5월 9일 오전 4시(한국시간), 네덜란드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아약스와 토트넘의 경기.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

2019년 5월 9일 오전 4시(한국시간), 네덜란드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아약스와 토트넘의 경기.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 AP/연합뉴스

 
모우라부터 손흥민까지... 모두가 에이스인 토트넘

참으로 '기묘한' 시즌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은 선수를 1명도 영입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위기에 몰릴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지난 시즌보다 기복이 큰 모습을 보인 게 사실이다. 그런 토트넘이 유럽 정상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위기에 순간마다 새로운 에이스들이 등장한 것이 컸다. 신호탄은 루카스 모우라가 쐈다. 지난 시즌 후보로 밀려났던 모우라는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틈을 타 지난해 8월 3경기에서 3골을 몰아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8월의 선수상도 그의 차지였다.

8월 이후 들쑥날쑥하던 모우라는 아약스와 2차전에서 대폭발했다. 간결한 터치와 단호함으로 후반전에만 홀로 3골을 잡아내며 팀을 수렁에서 건져냈다. 경기 종료 직전에 터진 마지막 골은 BBC의 "숨이 멎을 뻔했다"는 표현처럼 강렬했다.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모우라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농을 던질 정도로 환상적인 활약이었다.

9월부터는 기존의 에이스 헤리 케인이 제 역할을 했다. 케인은 9월부터 1월까지 각종 대회 28경기에서 18골을 넣으며 주포로 활약했다.
 
 2019년 5월 9일 오전 4시(한국시간), 네덜란드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아약스와 토트넘의 경기. 토트넘의 루카스 모우라가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2019년 5월 9일 오전 4시(한국시간), 네덜란드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아약스와 토트넘의 경기. 토트넘의 루카스 모우라가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케인이 지난 1월 14일 있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며 비상이 걸렸지만, 토트넘에는 손흥민이 있었다. 2019 AFC 아시안컵 8강에서 한국이 조기 탈락하며 팀에 돌아온 손흥민은 복귀전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하며 토트넘의 전진을 이끌었다.

손흥민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자, 이번에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큰 이탈없이 시즌 내내 활약하던 에릭센은 4월 1일 리버풀과 리그 경기부터 5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도우미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토트넘의 상황을 보면, 분기별로 팀의 에이스가 변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숨은 영웅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먼저 주장 위고 요리스 골키퍼는 흔들림 없는 방어력으로 팀의 최후방을 단단히 지켰다. 결정적인 순간에 빛났다.

요리스는 맨체스터 시티와 8강 1차전에서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팀의 1-0 승리를 지켰다. 오늘 있었던 아약스와 경기에서는 후반 막판까지 몰아친 아약스의 날카로운 슈팅을 방어해 '암스테르담 기적'의 디딤돌을 쌓았다.

또 다른 베테랑 페르난도 요렌테도 한 몫을 했다. 철저한 후보 공격수였던 요렌테지만, 교체 투입될 때마다 만점활약을 했다. 당장 아약스와 2차전 경기에서 후반에 교체 투입된 요렌테는 가공할 만한 공중볼 능력으로 경기 흐름을 단숨에 토트넘 쪽으로 가져왔다.

요렌테는 45분 동안 18번의 경합 과정에서 무려 13번이나 이겨내며 아약스 수비에 균열을 냈다. 모우라가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은 전적으로 요렌테의 활약 덕에 발생했다.

토트넘에는 리오넬 메시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팀원 전부가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모두의 힘이 합쳐진 토트넘의 비상이 해피엔딩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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