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2019 광주가 분노하는 이유'의 한 장면

7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2019 광주가 분노하는 이유'의 한 장면ⓒ MBC


5·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인 금년. 연초부터 광주 민심을 자극하는 일들이 많았다. 1월 1일에는 전두환 부인 이순자가 <뉴스타운>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하늘이 원망스럽고 그렇습니다. 왜 저분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라면서 "그런 사람한테 광주에 내려와서 80년대에 일어난 이야기를 증언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일종의 코미디입니다"라고 말했다.
 
2월 8일에는 군사평론가 지만원씨가 자유한국당의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이 개최한 국회 공청회에서 5·18 북한 개입설을 또다시 주장했다. 3월 11일에는 평소 치매를 주장하던 전두환이 멀쩡한 모습으로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해 사과를 하기는커녕 "이거 왜 이래!"라는 유명한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갔다.
 
5월 3일에는 광주 송정역에 나타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기 당 선배들이 저지른 광주 학살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없이 현장을 떠났다. 한국당은 전두환의 여당인 민주정의당(민정당)의 계승자다. 그런 한국당 대표가 광주에 가면 5·18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황교안 대표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사과 한마디 없이 떠났다.

무슨 작정이라도 한 듯이, 이렇게 보수세력은 올해 들어 집중적으로 5·18과 광주를 자극하고 있다.
 
"이런 데다 아무 데나 파고 그냥 묻었죠" 
 
 7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2019 광주가 분노하는 이유'의 한 장면

7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2019 광주가 분노하는 이유'의 한 장면ⓒ MBC

 
 7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2019 광주가 분노하는 이유'의 한 장면

7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2019 광주가 분노하는 이유'의 한 장면ⓒ MBC


7일 밤 11시 MBC < PD수첩 > '2019 광주가 분노한 이유' 편에 언급된 것처럼, 1980년 광주의 참상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극우 보수세력은 5·18과 광주를 계속해서 자극하고 있다. 정상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방송분에 따르면, 지금도 광주 땅에는 여태껏 발견되지 않은 희생자 시신들이 적지 않다. 일례로, 군 당국은 광주교도소 안팎에서 사망한 희생자가 28명이라고 발표했지만, 방송에 출연한 신순용 예비역 소령은 교도소 구내에 암매장한 시신만 해도 최소 30구라고 증언했다. 3공수여단 4지역대대장이었던 그는 < PD수첩 >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제가 보기로는 적게 보면 30명, 많이 보면 한 40명은 여기서 사살되지 않았겠느냐 ······."
 
신순용씨는 "이런 데다 아무 데나 파고 그냥 묻었죠"라고 암매장 상황을 증언했다. 김철민이란 가명을 쓴 당시 계엄군 병사도 유사한 증언을 했다. 그도 신순용씨와 같은 3공수여단 소속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내려진 암매장 지시에 관해 이렇게 증언했다.
 
"선임하사, 상사들이 '야 김 병장' 아니면 '너 고참, 누구누구 나와라' (불렀어요) 왜 그런가 했더니 아까 시체들을 우리더러 염하듯이 싸라는 거죠."
 
그때 그가 들은 말이 있다. 황당한 말이었다. "야! 너희들 복받으려면 이거 해야 한다"라는 상관의 말이었다.
 
그런 광주 땅이다. 5·18 영령들이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아직 다 드러나지 않은 광주 땅이다. 그런 광주 땅을 밟으면서 전두환은 "이거 왜 이래?"라고 고함쳤고, 황교안 대표와 한국당은 자신들이 물세례 받은 사실에만 분개했다.
 
광주 인근 지역에서도 벌어진 계엄군의 학살
 
 7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2019 광주가 분노하는 이유'의 한 장면

7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2019 광주가 분노하는 이유'의 한 장면ⓒ MBC


한이 맺힌 곳은 광주뿐만이 아니다. 인근 지역에서도 계엄군의 학살이 있었다. 광주광역시 남서쪽이자 진도군 맞은편인 해남군에서도 그런 일들이 있었다. 이곳에서 벌어진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계엄군은 학살로 맞대응했다.
 
해남에서 93연대 2대대 방위병으로 근무한 천대진씨에 따르면, 현역병은 물론이고 방위병들도 실탄을 휴대하고 우슬재라는 고개에 매복해 있다가 시민들을 쏘라는 명령을 받았다. 취재진과 함께 우슬재 고개에 오른 그는 "군인들은 이 언덕 위에 잠복해서 무장한 채 기다린 거예요"라고 증언했다. 비무장한 시민들을 향해 '매복 작전'까지 동원해 학살을 자행했던 것이다.
 
광주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도 학살이 있었고, 그 참상이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전라도 땅 어디에 5·18 희생자의 시신이 묻혀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헬기에 의한 진압 작전까지 구체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 PD수첩 >이 방송한 바와 같이 헬기 투입을 증명하는 군부대 문서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런데도 이순자는 "정말 하늘이 원망스럽고 그렇습니다"라고 말한다. "왜 저분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라며 오히려 본인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말한다. 극우 보수파들은 그런 이순자를 비판하기보다는 오히려 광주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있다. 광주 영령들을 위로하기는커녕 도리어 5·18 북한 개입설을 퍼트리고 있다. 5·18 비극을 한 편의 코미디로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이다.

황장엽·최룡해·최선희가 가발 쓰고 광주에 왔다는 지만원
 
이 설을 유포하는 지만원씨는 1980년 광주에서 찍힌 연로한 여성들뿐 아니라 엄마 등에 업힌 아이들도 죄다 북에서 파견된 스파이들이라고 주장했다. < PD수첩 >은 그가 2월 8일 국회 공청회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속의 지만원씨는 벽면의 파워포인트(PPT) 화면을 보면서 이렇게 읽어내려갔다.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일으킨 게릴라 전쟁이다. 그리고 시위대를 조직한 사람도 없고, 지휘한 사람도 한국에는 없다. 그다음에 광주의 영웅들은 이른바 북한군에 부역한 부나비들이다."
 
"북한 특수군만 온 것이 아니라 그 특수군을 돕는 게릴라 세력들, 3살짜리, 4살짜리, 5살짜리, 업힌 아기, 안긴 아기, 손잡고 가는 아기, 할머니, 할아버지 이런 사람들 전부 해서 정치 공작조인데, 전라도 광주는 완전히 북한의 안마당이에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계엄군에 의해 진압된 광주 시민 상당수가 북한 공작조 멤버들이었다는 것이다. 업힌 아기, 안긴 아기, 손잡고 가는 아기들도 북에서 파견된 아기들이라는 것이다.
 
그에 그치지 않고 지만원씨는 리을설·황장엽·최룡해·최선희 등도 가발을 쓰거나 변장을 한 뒤 1980년 광주에 내려왔다고 주장한다. 믿게금 하기 위한 주장이라기보다는, 5·18을 희극으로 만들기 위한 주장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7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2019 광주가 분노하는 이유'의 한 장면

7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2019 광주가 분노하는 이유'의 한 장면ⓒ MBC


지만원씨가 1980년 광주에 있었다고 주장한 인물 중 하나인 황장엽은 당시 57세로서 최고인민회의 의장이었다. 1980년 봄에 그에게는 바쁜 업무가 있었다. 1979년 10월에 받은 과제를 그는 1980년 상반기에도 수행하고 있었다. <황장엽 회고록>에 이런 대목이 있다.
 
"1979년 10월 15일, 정치국 회의 결정으로 주체사상연구소 소장이 된 나는 중앙당으로 출근해야 했으나, 최고인민회의 의장으로서 손님과 동행한 채 함흥 지구에 있었다. 그래서 첫 출근이 며칠 늦어졌다."
 
며칠 늦어진 첫 출근을 하는 날, 그는 후계자 김정일의 집무실부터 찾아갔다. 이때 김정일로부터 받은 지시 사항에 대해 그는 이렇게 소개한다.
 
"나에 대한 김정일의 처우는 이례적이었다. 김정일은 당 중앙에 들어와 간부들의 이론 수준을 높이는 일에도 책임지고 나서줄 것을 지시하는 동시에, 주체사상의 대외선전도 잘해달라고 하면서 ······"
 
주체사상연구소장으로서 노동당 간부들의 사상적 이해도를 높여야 했던 그 시기에, 황장엽이 김정일 명령을 어기고 가발을 쓴 채 근무지를 이탈해 광주에 있었다는 것이 지만원씨의 주장이다. < PD수첩 > 취재진 앞에서 광주시민 사진(광주 현장 사진)과 황장엽 사진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사진이 현장 사진이야, 이 얼굴이 이게 황장엽 얼굴로 판단한 거야. 가발 쓴 거예요. 이 얼굴을 확대한 거예요. 북한에서 가발 많이 쓰고 왔어요."
 
지만원씨는 광주시민과 황장엽의 입꼬리를 근거로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람 입을 보라고. 보통 입은요 입꼬리가 뽀족해. 여기는 입꼬리가 우물 같아. 이런 입꼬리 가진 사람 드물어. S자 근육이 이렇게 나와 있다고. 툭 튀어나와 있다고. 이런 근육이 얼굴에 있는 사람 없어요. 드물어. 입도 일치하고, 여기 있고. 여기 (턱)선 일치하고"
  
앞서 언급했듯,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광주 영령들의 시신들이 광주 땅 어딘가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없다. 광주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도 희생자들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가족의 품에 돌아가지 않은 영령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다.
 
한국 보수파들은 이런 역사 앞에서 숙연해지기는커녕 도리어 광주를 모욕하고 있다. 5·18을 한 편의 코미디로 만들려고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광주는 39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광주에 대한 모욕이 사라지고 참극의 진상이 다 드러날 때까지 광주는 계속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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