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방송된 MBC 드라마 <궁>은 초기 "원작을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25%를 상회하는 높은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크게 히트했다.

<궁>의 성공에 고무된 MBC에서는 이듬해 가수 세븐과 강두, 신인 배우 허이재를 전면에 내세운 속편 <궁s>를 선보였지만 시즌1의 화제성과 시청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이 기다린 <궁>의 후속편은 주지훈과 윤은혜 등 시즌1의 주역들이 그대로 출연하는 시즌2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즌제 드라마가 자리를 잡은 현재, 시즌제 드라마를 가장 잘 만드는 방송국은 단연 케이블 채널 OCN이다. OCN은 4번째 시즌까지 제작된 <신의 퀴즈>를 비롯해 <특수사건 전담반 TEN>, <뱀파이어 검사>, <처용>, <나쁜 녀석들>, <보이스> 같은 특유의 색깔이 들어간 시즌제 드라마를 제작해 호평을 받았다. OCN의 시즌제 드라마들은 그저 영화를 틀어 주던 케이블 채널이었던 OCN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8일, 지난 2017년에 방송돼 5%에 가까운 시청률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사이비 스릴러 <구해줘> 시즌2가 첫 방송된다. <구해줘2>는 '사이비 스릴러'라는 장르를 제외하면 주연, 연출, 각본 등 시즌1과의 유사성을 거의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구해줘> 시즌1을 재미 있게 본 시청자라면 <구해줘2>의 배우 라인업에서 반가운 이름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시즌1과 시즌2의 유일한 접점이 될 배우 조재윤이 그 주인공이다.

<추적자 더 체이서>로 주목 받고 다작배우로 자리매김
 
 조재윤은 <추적자>의 생계형 조폭 연기를 통해 10년이 넘는 무명 생활을 청산했다.

조재윤은 <추적자>의 생계형 조폭 연기를 통해 10년이 넘는 무명 생활을 청산했다.ⓒ SBS 화면 캡처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한 조재윤은 2001년 <화산고>를 통해 데뷔한 후 <영어완전정복> <그때 그 사람들> <사랑따윈 필요 없어> <마린보이> <국가대표> 등에 조·단역으로 출연했다. 당시만 해도 조재윤의 배역은 종점 직원, 궁정동 경비원, 큰손, 임부장, 입양인연대 직원1처럼 이름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초라했다. 그만큼 조재윤은 오랜 기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무명 생활을 보냈다.

조재윤이 배우로서 본격적으로 주목 받은 작품은 그저 연기 잘하는 배우였던 손현주를 일약 SBS 연기대상 수상자로 만든 <추적자 더 체이서>(아래 <추적자>)였다. <추적자>에서 싸움 못하는 생계형 조폭 박용식을 연기한 조재윤은 백홍석(손현주 분)을 도우며 점점 착해지는 건달 연기를 코믹하면서도 실감나게 연기했다. 심지어 쫓고 쫓기는 긴장감 넘치는 <추적사> 내에서도 박용식은 조남숙 형사(박효주 분)와의 알콩달콩한 러브라인도 있었다.

<추적자>를 통해 대중들에게 익숙한 얼굴이 된 조재윤은 KBS 2TV 드라마 <전우치>와 MBC <구가의 서> <기황후> SBS <주군의 태양> tvN <식샤를 합시다2> JTBC <라스트>, 영화 <7번방의 선물> <미스터고> <용의자> <내부자들> 등에 출연하며 연기 영역을 넓혔다. 어렵게 얼굴을 알린 이후 지나치게 다작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무명 기간을 거쳤던 배우들은 대부분 주연으로 자리잡기 전까지 다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작품에서 선악을 오가는 캐릭터를 골고루 연기했던 조재윤은 2016년 김은숙 작가의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발전소 소장 진영수를 연기하며 악역 연기의 진수를 선보였다. 진소장은 <태양의 후예> 방영기간 내내 '민폐 및 발암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욕을 먹었지만 이는 그만큼 조재윤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방증이다. 조재윤은 <태양의 후예>를 통해 2016년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에서 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조재윤은 2017년에도 화제의 흥행작 영화 <범죄도시>에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가리봉동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계 폭력 조직 두목 황춘식을 연기한 조재윤은 악역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천하의 나쁜 놈' 장첸(윤계상 분) 일당에 묻혀(?) 상대적으로 착해 보이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특히 조재윤이 연기한 황춘식은 주인공 마석도(마동석 분)와 뛰어난 연기호흡을 과시하며 악역보다는 개그 캐릭터에 가까운 매력을 뽐냈다.

< SKY캐슬 >로 인생작 만난 후 <구해줘2>로 복귀하는 팔색조 배우
 
 조재윤과 진진희 부부가 나오면 <SKY캐슬>의 장르는 가족 시트콤으로 변모한다.

조재윤과 진진희 부부가 나오면 의 장르는 가족 시트콤으로 변모한다.ⓒ jtbc 화면 캡처

 
조재윤은 <범죄도시> 이후 OCN 드라마 <블랙>에서 저승사자, KBS 2TV <매드독>에서 조직 폭력배 출신의 보험 조사원, SBS <기름진 멜로>에서 형님(장혁)을 따라 사채업 대신 중국집 주방의 칼판을 맡는 오맹달 등을 연기했다. 그리고 조재윤은 작년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방송가를 강타하며 종편드라마의 새 역사를 쓴 JTBC 금토드라마 < SKY 캐슬 >을 통해 '인생캐릭터'와도 같은 우양우 교수를 만났다. 

최고 시청률 2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를 기록한 인기 드라마 < SKY 캐슬 >은 명문가의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 보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입시 스릴러였다. 하지만 조재윤이 연기한 우양우는 작중 거의 유일하게 아내 진진희(오나라 분)에게 잡혀 살고 아들 수한(이유진 분)의 성적에도 크게 얽매이지 않는 인간적인 캐릭터였다. 시청하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SKY캐슬>에서 우양우와 진진희 부부가 나올 때만큼은 시청자들이 긴장을 풀 수 있었다.

< SKY캐슬 > 종영 후 MBC every1의 리얼 버라이어티 <도시경찰>에 출연한 조재윤은 8일부터 방송되는 <구해줘2>를 통해 다시 시청자들을 만난다. 조재윤은 <구해줘> 시즌1에서도 백정기(조성하 분)와 함께 구선원 사기극을 주도한 조완태 집사를 연기한 바 있다. 겉으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지만 노인과 아이, 장애인, 심지어 혈육도 마구 구타하는, 사이비 교주 백정기를 능가하는 작중 최고 악역이었다.

시즌1에서 경찰에게 잡혔던 조재윤은 <구해줘2>에서 이름도 신분도 전혀 다른 읍내 파출소장을 연기한다. 과거 민철(엄태구 분)과의 악연으로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인물로 민철에게 깊은 원한을 가진 캐릭터다. 하지만 <구해줘2>의 장르적 특성상 조재윤이 연기할 파출소장을 섣불리 악역으로 분류하긴 힘들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선악을 오가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조재윤이기에 파출소장이 극 중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더욱 기대된다.

조재윤은 < SKY캐슬 > 촬영으로 한창 바빴을 작년 12월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해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지난 4월에는 강원도 산불 피해지역을 직접 찾아 구호물품과 음식을 전달하고 봉사활동을 했는데 이는 소속사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한다. 쉼 없이 꾸준한 연기활동을 하면서도 언제나 사회를 위해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배우 조재윤. 때로는 작품 속에서 '나쁜 놈'을 연기해도 많은 대중들이 조재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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