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개봉한 지 2주가 다 되어간다. 최단기간 관람객수 1천만 명을 넘기며 무서운 기세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보통 개봉하고 2주가 지나면 대부분의 영화들은 극장에서 상영 횟수가 줄어들고 새로운 영화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편이다. 반면,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아직까지 영화관 대부분의 상영관을 차지하고 있다.

나는 벌써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3회차 관람했다. 이런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는 엄청난 히어로 영화 매니아다. 마블, DC를 가리지 않고 히어로 영화는 모두 다 챙겨본다. 재미가 있으면 더 좋지만, 나는 단지 이 빡빡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의'는 꼭 승리한다고 믿는, 아니 믿고 싶은 사람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는 수많은 히어로들이 등장한다. 나는 그 중에서도 최고의 히어로를 꼽으라면 단연 '캡틴 아메리카'를 꼽는다. 그 이유는 캡틴 아메리카의 굳은 의지와 신념, 그 우직한 성격을 좋아한다. 나도 주변에서 '까칠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옳다고 믿는 일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어쩌면 융통성 없는 성격이라 그런지 나와 약간은 닮은 캡틴의 모습에 더욱 끌리는 듯하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히어로들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 특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은 벌써 '정주행'을 몇 번이나 할 정도로 열성 팬이다. 내 스마트폰과 PC 배경화면 역시 어벤져스 멤버들의 사진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히어로 영화는 내 인생에 있어 큰 즐거움이자 몇 안되는 낙이다.

기다리던 <어벤져스 : 엔드게임>... 개봉 첫날 스포 당했다
 
양자 슈트 양자 터널을 이용해 시간여행을 할 때 꼭 필요한 양자 슈트

▲ 양자 슈트 양자 터널을 이용해 시간여행을 할 때 꼭 필요한 양자 슈트 ⓒ 마블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개봉날이 확정되자마자 개봉 첫날 극장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촌들이 영화를 꼭 같이보자고 하는 바람에 일정을 맞추다 보니 개봉 다음날 저녁 영화를 예매하게 됐다. 하루만 참으면 영화를 볼 수 있는데.. 내 마음은 벌써부터 근질 근질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열어본 SNS에서 그리 친하지 않은 한 온라인 친구가 개봉 당일날 영화를 보고 큰 스포일러 포스팅을 올린 것을 보게 됐다. 평소엔 영화 스포일러에 대해 관대한 나였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영화 스포일러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길로 나는 스포일러 게시글을 올린 친구의 팔로우를 끊고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가 영화를 관람했다.

역시 스포일러 탓에 극적인 장면에서 감동이 반감됐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나와 같은 마블 영화팬들에게는 정말 큰 선물과도 같은 영화였다. 감동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정도였다. 나의 첫 번째 <어벤져스 : 엔드게임> 관람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저녁, 사촌들과 함께 다시 극장을 찾아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두 번째 관람했다.

두 번째 관람까지는 역시나 감동적이었고 특히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나의 '최애캐'인 캡틴 아메리카가 토르의 묠니르를 들고 타노스와 싸우는 장면, 그리고 부서진 방패의 끈을 더 옥죄며 의지를 다잡는 장면, 그리고 모든 히어로들이 모이고 타노스와 최종 전투를 벌이기 직전에 속삭이듯 말하는 "어벤져스 어셈블"이라는 대사까지. 모두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문제는 세 번째 관람에서 나왔다. 두 번 관람 후 유튜브를 통해 <어벤져스 : 엔드게임> 분석 동영상들을 찾아보고 다시 찾은 세 번째 극장에서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시간 여행' 스토리를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 그래도 마블의 열렬한 팬이기에 대부분의 이해 안되는 장면들은 '아마 이랬을거야'라는 추측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번뜩 눈에 띈 단 한 장면의 의문은 영화를 보는 내내 신경쓰이기 만들었다.

세 번째 관람에서 발견한 '치명적 설정 오류' 
 
네뷸라 엔드게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되는 네뷸라

▲ 네뷸라 엔드게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되는 네뷸라 ⓒ 마블

  
문제의 장면은 바로 과거의 네뷸라가 현재의 네뷸라인 척하며 현재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분명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는 시간여행을 위해서 필요한 4가지 필수조건을 설정하고 있는데 그 필수조건을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같은 영화 안에서 깨버렸다. 양자터널, 양자슈트, 그리고 토니가 개발한 양자 네비게이션 그리고 핌 박사가 개발한 핌 입자. 영화 속 4가지 시간여행의 필수조건 중 내 눈에 띈 건 바로 '핌 입자'다.

영화 초반 시간여행을 준비하면서 어벤져스 멤버들은 핌 입자가 전체 멤버들이 과거를 다녀올 수 있는 만큼의 양만 남아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2012년 뉴욕으로 간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태서렉트 확보에 실패하고 1970년으로 한번 더 시간여행을 하는 것은 큰 모험으로 비쳤다. 현재로 돌아올 단 하나의 핌 입자를 써서 1970년으로 가야 하기에 1970년에 핌 입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그들은 영영 현실로 돌아올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타노스 우주선 타노스 부대는 미래의 어벤져스를 막기 위해 이 우주선과 함께 미래로 오게된다

▲ 타노스 우주선 타노스 부대는 미래의 어벤져스를 막기 위해 이 우주선과 함께 미래로 오게된다 ⓒ 마블

  
분명 영화는 이런 설정을 아주 중요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워머신과 함께 2014년 모라그 행성으로 간 네뷸라는 타노스에게 충성하는 과거의 네뷸라에게 핌 입자와 양자슈트를 빼앗기고, 과거의 네뷸라는 빼앗은 핌 입자를 타노스에게 건네준다. 그 핌 입자를 이용해 타노스는 과거의 모라그 행성에서 현재의 지구로 공격해 들어 온다.

물론 이 부분도 핌 입자 하나로 수많은 타노스 부대가 어떻게 미래로 올 수 있었던 것인지 설명이 되지 않지만, 우주의 천재들이 많이 있는 타노스팀에서 핌 입자를 복사하거나 다른 기술을 이용해 현재로 왔다는 식으로 억지로 짜맞춰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문제는 네뷸라다. 하나 남은 핌 입자를 타노스에게 건네주고 나면 현재로 돌아올 핌 입자가 없는데 어떻게 그녀는 현재로 올 수 있었던 것일까? 아무래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세 번째 관람에서 번뜩 발견이 됐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유튜브 분석 영상들을 뒤졌다. 역시나 유튜브에서는 수많은 시간 여행의 오류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는 영상들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네뷸라의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답답했다. 어떻게든 나 자신을 설득해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직접 영상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영화 유튜버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보고 내 인생 두 번째 영화 리뷰 영상을 만들게 됐다. 지난 연말 기대하지 않았던 DC의 <아쿠아맨>이 기대 이상으로 재미 있었는데 초반에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처음으로 리뷰 영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히어로 영화들이 개봉했고 관람했지만 리뷰 영상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다른 히어로 영화들과 다르다. 지난 11년의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여운이 큰 작품이다. 그리고 세 번의 관람을 한 지금, 더이상 이 영화를 보지 않을 것도 아니고 이후 VoD가 나오면 또 몇 번이고 더 볼 텐데 그 전까지 다른 팬들과 함께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함께 토론하면서 이 영화를 조금 더 오래 즐기고 싶다.

그만큼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단순한 한편의 히어로 영화가 아니다. 오래된 옛 노래를 들으면 추억에 젖어드는 것처럼, 영화 속 수많은 오마주 장면들을 통해 영화속 히어로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그 시절 그 추억 속으로 함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추억으로 떠나게 해주는 양자 터널과도 같은 영화가 바로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다. 내가 생각한 이 설정 오류에 대해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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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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