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전날의 2점 차 패배를 하루 만에 10점 차 대승으로 갚았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7안타를 터트리며 12-2로 대승을 거뒀다. 안방에서 열린 삼성과의 어린이날 시리즈에서 2승 1패로 위닝 시리즈를 만든 키움은 두산 베어스에게 스윕을 당한 4위 LG 트윈스와의 승차를 없애는데 성공했다(22승 15패).

키움은 선발 에릭 요키시가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3번째 승리를 챙겼고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지면서 마무리 조상우를 비롯한 필승조도 휴식을 가졌다. 타선에서는 4번타자 박병호와 부상에서 돌아온 임병욱이 나란히 3안타를 때린 가운데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이 선수도 3안타 1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어느덧 3할 타율 등극이 임박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그 주인공이다.

프로 입단 1년 만에 떨쳐 버린 아버지의 그림자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 대 키움 경기. 키움 이정후가 3회말 2사 만루에서 7-5 역전을 만드는 2타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2019.4.25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 대 키움 경기. 키움 이정후가 3회말 2사 만루에서 7-5 역전을 만드는 2타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2019.4.25 ⓒ 연합뉴스

 
이정후는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주변의 뜨거운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KBO리그 사상 손에 꼽히는 천재 선수였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LG 2군 총괄코치)이기 때문이다(그리고 이정후는 영원히 바뀔 수 없는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많은 2세 선수들이 아버지의 명성에 부담을 느끼고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정후는 몇 안 되는 예외 중 하나였다.

이정후는 광주 서석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0년 제7회 KIA타이거즈기 호남지역 리틀 야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차지했다. 광주 무등중학교를 다니다가 3학년 때 서울로 전학 온 이정후는 서울 지역의 야구 명문 휘문고에 진학했다. 1학년 때는 선배 김주성(LG)에 가려 여러 포지션을 돌았던 이정후는 2학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유격수로 활약했다. 

이정후는 오른손 타자였던 아버지와 달리 우투좌타였지만 날카로운 타격과 빠른 발은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제도가 바뀌기 전이라 타 지역으로 전학을 갔음에도 1차지명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았지만 이정후가 1차 지명으로 뽑힐 거라 예상한 야구팬은 많지 않았다. 뛰어난 타격 재능에 비해 유격수 수비에서 약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후의 상품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히어로즈에서는 과감하게 이정후를 1차 지명으로 선택했다. 

이종범과 함께 역대 최초로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성한 부자선수가 된 이정후는 히어로즈로부터 2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히어로즈은 2016 시즌이 끝난 후 마무리 캠프 명단에 이정후를 포함시키며 차세대 스타로 키우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이정후는 예상대로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유격수 수비에 약점을 보이며 외야수로 변신했다. 그리고 이정후의 외야 변신은 선수에게도, 구단에게도 '신의 한 수'가 됐다.

2017년 시즌 히어로즈의의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며 전 경기에 출전한 이정후는 타율 .324 179안타2홈런47타점111득점12도루를 기록하는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이정후가 세운 179안타와 111득점은 1994년 서용빈(스포TV 해설위원)이 세운 157안타와 같은 해 유지현(LG 수석코치)이 올린 109득점을 뛰어넘는 역대 신인 최고기록이었다. 이정후는 2017년 KBO리그 역대 최초로 순수 고졸 야수 신인왕에 등극했다.

2할대 초반에 허덕이다가 10경기서 17안타 폭발, 타율 .293까지 상승

프로 입단 1년 만에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외야수로 성장한 이정후는 작년 시즌 1억1000만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하며 2년 차 최대연봉 기록을 세웠다(물론 이 기록은 올해 1억2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kt 위즈의 강백호가 1년 만에 갈아 치웠다). 작년 손가락과 어깨 부상으로 전반기 59경기 출전에 그친 이정후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그야말로 무섭게 폭주했다.

이정후는 후반기 50경기에서 타율 .381 2홈런 30타점을 기록하며 히어로즈를 2년 만에 가을야구로 복귀시켰다. 특히 7월 타율 .419에 이어 8월에는 .532의 만화 같은 타율을 기록하며 김현수(LG), 양의지NC다이노스)에 이어 리그 타율 3위(.355)에 올랐다. 하지만 이정후는 작년 10월 20일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하다가 왼쪽 어깨를 다치면서 그대로 시즌 아웃됐다.

이정후가 어깨 수술을 받았을 때만 해도 복귀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정후는 괴물 같은 회복 속도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고 개막 엔트리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빠르게 재활 과정을 거친 만큼 충분히 몸을 만들지 못한 이정후는 4월11일까지 타율 .231에 머무르며 키움의 1번타자로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빠른 복귀를 위해 몸을 급하게 만든 것이 타격 슬럼프로 이어졌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임병욱의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기에 꾸준히 출전한 이정후는 더 많은 땀을 흘리며 스스로 해법을 찾아냈다. 실제로 이정후는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362(47타수17안타)7타점8득점을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293까지 끌어 올렸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이정후가 안타를 때리지 못한 경기는 딱 한 경기(4일 삼성전) 뿐이다. 이정후는 5일 삼성전에서도 2개의 장타를 포함해 3안타를 때렸고 안타로 출루한 모든 타석에서 득점을 기록했다.

키움은 올 시즌 제리 샌즈와 박병호, 장영석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37경기에서 17홈런97타점을 합작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이정후까지 타격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한다면 키움은 작년 시즌은 물론이고 서건창과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박병호, 유한준(kt)이 활약하던 2014년 수준의 위력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무섭게 타율을 끌어 올리는 속도를 보면 이정후가 작년 시즌의 위용을 되찾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