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간 국내 유일의 넌버벌(비언어적 소통을 활용해 이야기를 꾸미는 무대 콘텐츠) 코미디 팀으로 전 세계를 누빈 옹알스. 제 20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시네마스케이프 부문에 이들의 다큐가 초청됐다. 이들의 존재와 함께 관객의 눈길을 끈 건 배우 차인표였다. 대중에 널리 알려진 톱배우가 소소한 단편을 연출해오다 이번에 장편 다큐멘터리까지 도전하게 된 것.

그의 확장만큼 그가 주목한 옹알스 이야기까지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3일 영화 상영을 앞두고 다큐멘터리 <옹알스>를 연출한 차인표, 전혜림 감독을 전주 시내 모처에서 만날 수 있었다. "연예인이기에 영화를 취미로 만든다는 시선이 있을 수 있는 게 당연하다"며 차인표는 "그런데 이번 영화로 연예인이 아닌 영화인으로 받아주시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든다"는 소감부터 전했다. 
 
 제 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다큐멘터리 <옹알스>를 연출한 배우 차인표, 전혜림 감독.

전혜림 감독과 다큐멘터리 <옹알스>를 연출한 배우 차인표 감독. ⓒ 전주국제영화제

 
호기심, 그리고 추진력

영화는 한창 7명으로 공연을 이어가던 옹알스 팀에게 배우 차인표가 제 8의 멤버를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국 웨스트엔드 국내 예술의 전당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마친 옹알스의 또다른 목표는 바로 라스베이거스 진출이다. 이를 위해 차인표가 미국인 배우 타일러를 소개했고, 그와 호흡을 맞추면서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지는 모습이 영화에 담겼다. 

"옹알스와의 인연은 2009년 봉사를 갔을 때 시작됐다. 보육원 아이들 앞에서 즐거워 하는 모습에 이런저런 얘길 했다. 이후 몇 번 더 만나다가 2017년인가 근황이 궁금해서 봤는데 영국에서도 공연한다고 하더라. 다음 목표는 라스베이거스라고 하는데 그때까진 다큐를 찍을 생각 안 하다가 헤어질 때 쯤 멤버 중 한 명이 암 투병 중이라는 얘길 들었다. 

집에 와서 생각했다. 이 사람들이 언제까지 공연할지 모르겠지만 10년 넘게 해온 일들에 대한 이야기에 다른 사람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옹알스가 기분 나빠할 수도 있지만... 옹알스의 큰 매력 중 하나가 일반인 시각에서 보면 루저들로 보일 수 있다는 거잖나.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자기 코너를 갖지 못하고 공중파에서 어찌 보면 밀려났는데 낙담하지 않고 다른 길을 모색했다." (차인표)


차인표는 옹알스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고 고백했다. "1996년 처음 영화를 시작한 이후 10여 편을 찍었는데 몇 년 전부터 상업영화 대본이 안 들어온다"며 그는 "그러다 영화사를 차렸고, 작은 규모라도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옹알스>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옹알스>의 한 장면. ⓒ 전주국제영화제

 
옹알스를 이루는 조수원, 채경선, 조준우, 최기섭, 하박, 이경섭, 최진영씨. 차인표는 카메라 뒤에서 이들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 개입했다. 이 과정에서 멤버들과 차인표, 그리고 전혜림 감독 간 크고 작은 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전혜림 감독은 타운 3부작, <무게> 등으로 국내외 평단의 인정을 받은 전규환 감독의 딸이다. 차인표는 "제가 성격이 급해서 서툴게 하는 부분을 전 감독이 잡아 줬다"며 전혜림 감독의 공을 언급했다. 전혜림 감독이 연출하고 차인표, 류수영이 출연한 단편 <샤또 몬테>도 전주영화제 초청돼 관객과 만나고 있다. 

"2013년에 영화 <마이보이>에 잠깐 출연했는데 그때 아버지를 돕는 모습에 <샤또 몬테> 각본을 주면서 연출 제안을 했다. 그 인연으로 <옹알스>까지 했지. 사실 <옹알스>는 감독이 따로 있었다. 전 제작자였고 미국인 감독이었는데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 감독이 하차했다. 내가 책임져야 할 상황인데 혼자 할 자신이 없어 전혜림 감독에게 제안한 거지."

신구의 조화

<옹알스> 이후 또 다른 영화를 연출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차인표는 분명 전과는 다르게 능동적으로 영화계에 참여하고 싶은 목표를 갖고 있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들며 그는 "그 분처럼 제가 역량은 없지만 젊은 영화인들과 계속 일하기 위해 그 분 길을 따라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작 '젊은 영화인'인 전혜림 감독은 어떨까. 영화 작업 전까지 옹알스를 전혀 몰랐다던 전혜림 감독은 "저 같은 신인 영화인에게 절실한 기회를 주신 감사한 선배"라며 차인표에게 새삼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차인표 선배 덕에) 기획하면서 찾아봤고, 그 분들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옹알스가 각 개인이 아니라 같이 있는 모습에 반했다. 그런데 영화를 찍으면서 미워지는 순간이 있었다. 왜 아무 것도 안하지? 나중에 최종본을 보고 나서 나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되더라. 제가 꾸고 있던 내 꿈을 과연 어떻게 지켰는가 생각하게 됐다. 꿈을 지켜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담으며 나 자신에 대해 반성했다. 지금은 스스로 제 꿈을 응원하고 있다." (전혜림) 

"초반엔 내가 이걸 왜하고 있나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다. 엎어버리면 투자배급사에 돈을 얼마 줘야 하고 그런 걸 떠올리는데 문득 (투병 중인) 조수원씨가 생각나더라. 다큐를 찍는다 했을 때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다. 암환자가 웃을 일이 별로 없거든. 근데 촬영하면서 '우리같은 사람들 찍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 모습을 배반할 수 없었다. 얼마전 저도 제 동생을 잃기도 했고. 내가 그냥 해야겠다 결심했다. 그렇게 찍다가 전혜림 감독을 만났는데 '이런 식으로 촬영하면 영화가 안 될 것 같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더라(웃음)." (차인표) 
 
 다큐멘터리 <옹알스>를 공동 연출한 배우 차인표, 전혜림 감독.

다큐멘터리 <옹알스>를 공동 연출한 배우 차인표(우), 전혜림(좌) 감독. ⓒ 전주국제영화제

 
꿈을 바라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의기투합 해 위기를 넘었고,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차인표는 "우리나라 보통의 성인이 다 그렇듯 옹알스 역시 먹고사는 게 가장 큰 문제더라"며 "5년 뒤에도 옹알스가 있을지, 우린 알 수 없지만 지속가능하게 공연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 영화가 그들 활동에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별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 한 사람과 또 다른 성공하지 못한 한 사람이 있으면 그냥 두 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옹알스는 그런 사람 7명이 모였다. 근데 그 힘이 엄청나다. 꼭 1등을 하지 않아도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걸 그들이 보이고 있다. 초반엔 제가 그들을 다그쳤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으로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정말 라스 베가스에 진출하는 게 맞는 건지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태양의서커스 단에서 20년 일한 분과 밥을 같이 먹은 적이 있다. 카메라를 끄고 물었다. 솔직히 얼마 받냐고, 처음엔 한달에 3000불을 받는다더라. 옹알스처럼 처음에 광대로 계약하면 먹고 살만큼은 벌겠지.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게 그들 꿈일까. 옹알스 사이에서도 지향점이 다르다. 하지만 그런 다른 생각에서도 하나 일치하는 건 함께 같이 무대에 서고 싶어한다는 사실이다." 


차인표와 전혜림 감독 역시 본인의 꿈을 바라보며 계속 달릴 예정이다. 차인표는 오는 8월 단편 영화에 배우로 참여한다. 동시에 제작하는 작품 또한 박차를 가할 예정. 전혜림 감독도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다큐멘터리 <옹알스>를 공동 연출한 배우 차인표, 전혜림 감독.

다큐멘터리 <옹알스>를 공동 연출한 배우 차인표, 전혜림 감독. ⓒ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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