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삽질> 중 한 장면

영화 <삽질> 중 한 장면 ⓒ 전주국제영화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 <삽질>은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가 4대강의 진실을 찾기 위해 쫓아온 12년간의 기록이다. 또한 '금강 요정'이라는 귀여운 별명을 갖게 된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가 온 몸으로 쓴 기록이기도 하다.

아니다. 단순히 기록이라 표현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숨기려는 자, 은폐하려는 집단에 맞서 그 진실을 추적해온 집요함의 결과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삽질>은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운하 사업'이 어떻게 절묘하게 4대강 사업으로 탈바꿈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촛불시위를 하며 대운하사업을 반대하자, 부족한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수질을 맑게 만든다는 명분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전환한다.

일부 국민들은 여전히 우려를 표했지만 대다수 국민은 강을 살린다는 데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아니, 의심할 생각조차 못했을 수도 있다. 설마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하고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국민을 속이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테니까. 당시 우리는 그런 대통령에 익숙해있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은 MB 혼자만의 '삽질'이 아니었다

다큐 <삽질>은 당시 4대강 사업의 실체를 드러내는 청와대의 문서들을 추적한다. 보안 유지를 요구하는 그 비밀문서들은 겉으로는 '4대강 사업'이지만 엄연히 '대운하사업'의 연장임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단지 이름만 바뀌었다는 것을 선량한 국민들만 몰랐을 뿐이다.

<삽질>을 보고 나면 한 가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몰랐다기 보다는 새삼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라는 4대강 살리기라는 거대한 '삽질'에 가담한 자가 비단 MB와 '영포라인'뿐만이 아니라는 것.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했던 기업들과 사건을 은폐하고 왜곡해버린 언론, 알고도 모르는 척 진실을 외면해 버린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이 비단 MB 혼자만의 '삽질'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국정원, 기무사까지 대대적으로 나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사찰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는 모습은 박정희 군부독재 때와 다를 것도 없었다.

<삽질> 감독이기도 한 김병기 기자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환경이 망가진 것도 문제지만, 민주주의가 훼손되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거품이 보글거리는 시궁창에 곤죽처럼 고여있는 녹조. 그것을 보며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피와 눈물로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시체를 떠올렸다 해도 그리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 같다.

달리던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의 한 마디
 
 영화 <삽질> 중 한 장면

영화 <삽질> 중 한 장면 ⓒ 전주국제영화제

 
2017년 중동 방문을 마치고 이명박 대통령의 귀국하는 날. 이명박 대통령은 검정 승용차에 올라타고 유유히 사라져 버리고 기자들은 MB의 최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을 인터뷰하기 위해 몰려든다. 그리고 '런닝맨' 촬영을 방불케하는 한바탕 뜀뛰기가 이뤄진다. 그때 차 타기 직전 이동관 전 대변인이 내뱉은 한마디가 걸작이다.

"이건 정치 보복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보복'이라는 단어를 굳이 써서 표현하자면, 보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치 보복이 아닌 환경과 국민의 보복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환경의 보복·역습을 당해야 되는 당사자가 애꿎은 국민들이라는 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영화 한 편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영화 <삽질>이 세상에 나왔다고 해서, 4대강을 예전처럼 되돌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가 상영된 뒤, 실제로 관객 중 한 명은 그런 질문을 던졌다. 영화를 본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 속에서 아주 어렵게 만난 4대강 부역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기억상실증 코스프레를 보인다. 대답도 한결 같다. '4대강 사업은 이미 10년 일이다. 기억이 안 난다.' 이 영화가 꼭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그들을 위해서라도 이 '삽질'은 멈출 수 없는 것이다.

12년간 치열하게 취재한 기록이 영화로 상영되고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이런 행위가 비록 강에 모래 한 줌을 던지는 행위 정도라고 해도, 이 역시 누군가는 삽질에 불과하다고 해도, 이 삽질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한 줌의 모래가 자꾸 쌓이다보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상영된 날 자유한국당의 김무성 의원은 "4대강 보를 해체하면 다이너마이트로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날렸다. 자신도 4대강 부역자라는 사실을 셀프 인정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장외투쟁도 하려면 목마를 텐데, 이제 날도 더워질 텐데... 그들에게 격려(?)의 의미로 '녹조 라떼' 한 잔 선사하고 싶다. 큰빗이끼벌레는 사이드 메뉴로.
#제20회전주국제영화제 #4대강의진실 #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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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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