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에서 청년들이 정치하는 건 정말 미친 짓이다. 그 정도로 제도적 안전망이 없고 망하기 딱 좋다."

두 차례의 선거에 출마했다가 연거푸 고배를 마신 한 청년 정치인의 푸념 섞인 발언이지만, 어쩌면 이는 현재 2030세대가 겪고 있는 '정치 참여'라는 높은 문턱을 가장 현실감 있게 묘사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2030세대 유권자는 약 1천5백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6%에 이른다. 하지만 현재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030세대에 해당하는 국회의원은 고작 3명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의 36%에 해당하는 민의를 고작 1%의 의원이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2030세대 국회의원의 비율이 지난 17대를 기점으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는 데 있다. 17대 때 2030세대는 전체의 7.7%를 차지하며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계속 낮아지더니 20대에 들어서면서 1%에 그친 것이다.
 
 SBS <뉴스토리> ‘2030에게 왜 국회는 넘사벽인가?’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2030에게 왜 국회는 넘사벽인가?’ 편의 한 장면ⓒ SBS

 
4일 방송된 SBS <뉴스토리> '2030에게 왜 국회는 넘사벽인가?' 편에서는 민의의 전당이라 불리는 국회가 왜 2030세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다가오는지, 아울러 그에 따르는 제도적 문제점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취재했다.

2030세대에겐 너무나 높은 현실 정치의 벽

2014년 보궐선거, 2016년 총선에 연속 출마했다가 낙선하면서 현실 정치의 높은 벽만 실감하고 돌아선 문정은(32)씨는 "도대체 젊은 사람을 보고 정치를 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젊은 사람들이 정치를 할 수 있게 안 만들면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한다. 청년들을 향한 편견도 "넘기 힘든 벽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20대의 젊은 나이에 그토록 힘들다고 하는 선거에 출마했던 것일까? "청년 세대들이 처해 있는 문제는 심각한데, 이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많지 않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신해서 말하려다 보니 그 안에서 오는 간극도 있고 문제의 우선순위도 뒤바뀔 것 같다. 어떤 문제에 처해 있고 그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당사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목소리를 직접 의회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직접 나선 것이라고 주장한다.
 
 SBS <뉴스토리> ‘2030에게 왜 국회는 넘사벽인가?’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2030에게 왜 국회는 넘사벽인가?’ 편의 한 장면ⓒ SBS

 
잘 나가던 벤처기업의 임원이었던 안상현(37)씨는 지난 총선 때 모 정당으로부터 청년비례대표로 출마 제의를 받았으나 끝내 국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경선이 끝난 뒤 지도부가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권에 대해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그분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총리나 대통령들도 이미 30대가 나오고 있고 의원은 20대 초반에도 나오는 것 같다. 우리나라만 세대 지체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분들이 물러나는 것 말고는 더 이상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
 
 SBS <뉴스토리> ‘2030에게 왜 국회는 넘사벽인가?’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2030에게 왜 국회는 넘사벽인가?’ 편의 한 장면ⓒ SBS

 
지난 총선 때 성남시 한 지역구에 출마한 변환봉(42)씨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청년들을 들러리 세우기 내지는 병풍 효과로만 인식하고 있어서 험지라든가 아니면 상징적으로 '이번에 우리 청년, 여성 공천 몇 퍼센트 했다'고 하는 수치를 제시하고 있지만, 사실 그 중 당선 가능권에 든 이들은 많지 않다"라고 말한다.

그는 그러면서 "대의민주주의라는 것은 각계각층 다양한 세대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그런 측면에서는 어쨌든 청년들의 시각에서 청년들의 눈높이에 따르는 정책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고, 3040세대가 고민하는 바가 제대로 국회에 전달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국회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SBS <뉴스토리> ‘2030에게 왜 국회는 넘사벽인가?’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2030에게 왜 국회는 넘사벽인가?’ 편의 한 장면ⓒ SBS

 
그렇다면 청년들에게 국회는 왜 이렇게 넘기 어려운 벽이 되고 있는 걸까? 서강대 정치문제연구소 오세재 교수는 "한국사회에 많은 계층들이 있다. 이들이 다 제대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그런 적절한 정책적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 계층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여성들은 목소리를 내면서 할당제라든가 비례대표 홀짝제 이런 방식을 통해 일정하게 대표성을 확보한다. 그런데 아직 청년 계층은 청년 실업이나 여러 문제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그런 기회를 못 갖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체 국회의원 가운데 1%에 불과하다는 2030세대 의원들은 청년세대에게 유독 높게 다가오는 현실 정치의 벽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대 국회 개원 첫날 청년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자유한국당 청년최고위원 신보라 의원은 "국회 안에서는 상식적인 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른미래당 청년최고위원 김수민 의원은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은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권한을 줄이려면 그들이 보유한 파이를 줄여야 하는데 이것이 싫으니까 청년들을 자꾸 정치적 과정에서 배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국회', '색깔론'... 당위성으로 다가오는 청년세대 정치 참여

그렇다면 세대별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한 여론조사기관이 세계 30개 국을 조사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장노년층의 정치적 영향력이 '과다하다'는 데 38%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하여 입소스코리아 이상일 컨설팅본부장은 "권력의 배분구조에서는 청년세대들을 그냥 어떤 대상처럼 취급하는 게 아닌가, 그들의 실질적인 힘을 잘 인정하지 않고 대상화시켜 바라본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정치적 의사 결정 구조의 편향성은 결과의 편향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청년 정치 운동은 현재 어디까지 와 있을까? '미래당'은 청년 주도를 표방하는 유일한 정당이다. 등록 당원 수는 1만2천여 명에 이르며, 당원의 90%가 2030세대다.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내년 총선에도 청년 후보를 내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SBS <뉴스토리> ‘2030에게 왜 국회는 넘사벽인가?’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2030에게 왜 국회는 넘사벽인가?’ 편의 한 장면ⓒ SBS

 
미래당 오태양 공동대표는 "법과 예산을 제도화하는 건 국회의원들의 권한이다. 국회의원들은 현재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진정성 있게 효과적으로 대변할 수 없으니 이제 우리가 직접 법과 예산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퍼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척박한 토대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세대들의 정치세력화 노력이 뜨겁다.

최근 우리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오로지 자신의 안위와 당리당략에만 매달린 채 민의의 전당 국회를 '동물국회'로 전락시키는 과정을 똑똑히 목도했다. 그 과정에서 '색깔론'이 난무하는 등 정치적 퇴행도 엿볼 수 있었다.

기성 정치인 일색인 작금의 정치 지형으로 인해 이런 일이 발생한 건 아닐까? 현재는 1%에 불과하다는 젊은 세대들이 좀 더 많이 정치권으로 진출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올곧게 대변하게 된다면 국회의 모습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이런 측면에서라도 2030세대의 정치세력화는 당위성으로 다가온다.

국회는 여전히 청년들에게 넘기 어려운 벽이다. 우리 사회가 2030세대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고, 정치 참여의 높은 문턱을 낮추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기성세대, 모든 걸 이 사회에서 결정하는 세대가 청년세대들이 겪는 어려움과 곤란함에 대해 잘 알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지금의 어려운 사회 환경을 겪고 있는 세대들이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도록 해줘야 한다."

"특정 시민들을 힘이 약하다는 이유 때문에 만약에 정당한 권리로부터 배제한다면 그건 민주주의사회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으로서 청년들을 대우해야 된다고 본다. 그 권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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