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말]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메인포스터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메인포스터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메인포스터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메인포스터ⓒ NEW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01.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 속에서 서로의 눈과 다리가 되어준 형제의 이야기를 만난 적이 있었다. 앞은 보이지만 걸을 수 없는 형과 걸을 수는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동생이 서로 협심하여 세상을 헤쳐나간다는 이야기였다. 혼자 떨어져 있으면 해내기 어려운 일도 함께함으로써 극복해낼 수 있다는 교훈을 일러주기 위한 동화였을 것이다.

여기 그런 비슷한 상황에 놓인 형제가 있다. 머리는 좀 쓰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형 세하(신하균 역)와 몸을 움직일 수는 있지만 어린아이의 지능에 머물러 있는 동생 동우(이광수 역) 형제다. 각각 세상을 먼저 떠난 부모의 사연으로 또,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부모로부터 버려진 까닭으로 책임의 집에서 인연을 맺게 된 두 사람은 서로의 짝이 되어 2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하게 된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이야기다.

이 작품을 연출한 육상효 감독은 영화 <달마야 서울 가자!>, <방가? 방가!>,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을 통해 경력을 이어왔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실제 인물 최승규씨와 박종렬씨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감독은 소재를 접하자마자 <언터쳐블 : 1%의 우정>과 같은 휴먼 드라마를 떠올렸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두 사람을 직접 만난 현장에서는 서로를 도와주는 두 사람의 모습이 밝고 긍정적으로 느껴져 코미디 장르로의 각색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인 데다 실화를 모티브로 하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던 제작진은 시나리오에만 3년을 매달렸고, 총 6년의 개발 과정을 거쳐 프로젝트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 NEW


02.
이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지탱하고 있는 가장 큰 소재는 '가족'이다. 세하와 동우 두 형제가 만나게 되는 공간 '책임의 집'은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나올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머무는 곳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찍 부모를 여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친척이 있지만 그들의 가정으로부터 일생의 동행을 거절당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 형제 이외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을 보호하는 박신부(권해효 역)를 중심으로 다른 모습의 가족을 형성하며 생활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다루어지는 '가족'은 속성은 울타리 내부의 감정적인 것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울타리 자체에 존재한다. 문명 속에 관념적으로 정착되어 있는, 혈연을 중심으로 한 가족의 형태만이 유일한 것이라 여길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이다.

앞으로 형제가 되어 살아가게 될 두 사람, 세하와 동우의 만남이 영화의 초반부에서 설명되는 것은 그래서 필연적이다. 동우가 어려움에 놓여있을 때 호기롭게 나서는 세하와 세하가 위기에 빠져있을 때 거침없이 그를 향해 다가가는 동우가 '특별한 형제'가 되어가는 과정.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 지점에서부터 나아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타이틀이 <나의 특별한 형제>인 것이 참 마음에 든다. '형제'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첫 번째 의미, 형과 아우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해석한다면, 이 영화는 서로의 결핍에 보완적 존재가 되는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지체 장애자와 지적 장애자의 동행으로도 보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나는 '혈연'이 아닌 '시간'으로 쌓아 올린 또 다른 모습의 가족으로 바라보고 싶어진다.

03.
형제가 된 두 사람이 아버지와 같던 박 신부를 떠나 보내고 세상과 직접 마주하게 되는 시점으로부터 영화는 두 가지 갈래로 나뉘게 된다. 먼저 등장하는 것은 사회로부터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 소외된 이들에 대한 내러티브다.

이 지점에서 미현(이솜 역)이 등장한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제대로 앉기도 힘든 좁은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그녀. 끊임없이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히는 미현은 박 신부가 떠난 이후 어떻게든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세하, 동우 형제와 함께 장애인과 취업 준비생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겪게 되는 현실적 어려움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물론 세 사람은 수영을 매개로 하여 관계를 쌓아가고 현실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어려움을 겪어 본 일이 있는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도울 수 있게 되고, 서로의 관심과 보호 아래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는 뜻에 가장 부합하는 관계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타까운 상황들, 가령 동우 하나라도 지키기 위해서는 '책임의 집'의 다른 아이들을 떠나 보낼 수밖에 없다거나 그 충분하지 못한 삶이라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하는 물리적인 무력함 앞에서는 아픔을 느끼게 된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 NEW


04.
한편, 보호자인 박 신부가 세상을 떠난 뒤 두 사람의 집과도 다름없는 '책임의 집'으로부터 쫓겨날 처지가 되면서 동우의 과거와 관련한 내러티브가 본격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생활과 관련해서는 송주사(박철민 역)가 등장하며 어느 정도 해결이 되지만, 엄마 정순(길해연 역)으로부터 버림받은 동우의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순이 동우의 앞에 직접 등장하면서부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20년을 넘게 떨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가족은 '핏줄'이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과 핏줄보다는 20년이라는 공백, 진짜 가족이 메워주지 못한 '시간'이 가족의 자격을 말할 수 있다는 입장이 부딪히기 때문이다.

엄마 정순이 내놓는 세하에 대한 시각은 이 입장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갈라놓는다. 세하와 동우가 서로의 자발적 동기로 곁에 머문 것이 아니라, 머리가 좋은 세하가 지적 장애자인 동우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관계의 외부에 있는 사람들의 그럴듯한 논리로 인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관계의 모습은 종종 영화 속에서 그려지곤 한다. 특히, 관계의 한 쪽이 현 상황을 증명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에는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지고 만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 관계는 가족의 정의에 있어 '혈연'과 '시간'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느냐이기도 하지만 아이를 버리는 일과 아이를 이용하는 일 가운데 무엇이 덜 비윤리적인가 하는 것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물론, 세하와 동우가 함께 걸어온 시간이 '이용'이라는 단어와 연결될 수 있다면 말이다.

05.
어린 시절 버림을 받았지만 새로운 사랑에 기대어 삶을 일으켜 세우고, 자신의 행복보다는 자신을 지켜주던 이의 행복을 더욱 바라고. 어린 시절을 보낸 '책임의 집'이 가진 뜻, '사람은 일단 태어나면 끝까지 살아야 할 책임이 있다'를 지키며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속뜻을 가장 진하게 품고 있는 이는 역시 동우다.

어수룩해 보이지만 그의 그런 행동들 속에는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모두 담겨 있다. '사랑'도 '가족'도 끝까지 곁을 지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결승선에서 기다린다던 엄마의 약속을 위해 수영을 했던 동우의 믿음이 다음에는 잘하겠노라 다짐했던 형과의 약속으로 변하는 과정이야 말로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 NEW


06.
전형적이지 않다고 이야기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코미디 장르 속의 형제의 모습, 브로맨스를 차용한 휴먼 드라마의 요소, 정확히 따르는 기승전결의 구조 등이 이 영화에서 비쳐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요소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코믹함과 관계의 갈등적 구조는 이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드러낸다.

특히, 감독의 전작이었던 <방가? 방가!>,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를 통해 다소 아쉬움을 느낀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장애를 유희적으로 소비하지 않고도 충분한 웃음을 전달하는 육상효 감독의 연출로부터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게 될 것도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족의 형태나 사랑의 모습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사랑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랑의 곁에서 행복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기 때문에 서로를 위해 안타까울 수도 있는 선택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도 마음이 젖어오는 감동을 느낀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서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 과거의 내가 아니라 지금의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있으면 신나고 재밌는 사람. 이 영화가 가족을 정의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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