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9일 MBC스포츠플러스가 방송한 2019 프로야구 NC-한화의 경기 중계 화면

지난 3월 29일 MBC스포츠플러스가 방송한 2019 프로야구 NC-한화의 경기 중계 화면 ⓒ MBC스포츠플러스

 
MBC스포츠플러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다. 

4월 24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제31차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는 MBC스포츠플러스 중계진의 치어리더에 대한 발언 관련 민원이 안건으로 올랐다. 지난 2일 공개된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회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0조(양성평등) 제3항을 적용해 MBC스포츠플러스에 전원 일치 의견으로 '권고'를 의결했다.

문제가 된 내용은 지난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시즌 첫 시리즈 중계방송에 포함돼 있었다. 
 
29일 중계에서는 한화 이글스의 프랑스 출신 치어리더를 주목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한명재 캐스터가 카메라에 잡힌 치어리더 도리스 롤랑을 보며 "프랑스 출신의 치어리더"라고 소개하자, 양준혁 해설위원은 "이것도 어떻게 보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한명재 캐스터는 양준혁 위원에게 "프랑스어 아는 게 있냐"고 넌지시 물었다.

이어 문제의 발언이 등장했다. 양준혁 위원은 이날 미국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호투를 펼친 류현진 선수를 언급하며 "여자를 잘 만나면 좋은 투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한 캐스터는 "아시는 분이 왜 (결혼을) 하지 않냐"며 "프랑스어를 말씀드린 건 (여성을) 넓게 보시라는 의미였다"고 치어리더를 다시 언급했다. 양 위원 역시 "알겠다. 동남아도 알아보고 프랑스도 알아보겠다"고 화답했다.

"야구 해설할 때 치어리더에 집중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
 
 지난 3월 30일 MBC스포츠플러스가 방송한 2019 프로야구 NC-한화의 경기 중계 화면

지난 3월 30일 MBC스포츠플러스가 방송한 2019 프로야구 NC-한화의 경기 중계 화면 ⓒ MBC스포츠플러스

 
30일 중계방송에서도 해당 치어리더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다. MBC스포츠플러스는 그래픽 화면을 통해 '예쁘다 한화 시즌 외국인 선수'라는 제목으로 서폴드, 채드벨, 호잉 선수와 함께 치어리더 도리스 롤랑을 소개했다.

도리스 롤랑의 사진 아래에는 '실질적 슈퍼 에이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한명재 캐스터는 "한화 외국인 선수가 네 명이라는 얘기냐. '예쁘다'가 핵심이다"라며 양준혁 위원에게 다시 한번 "프랑스어 공부해보시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다. 

31일에도 MBC스포츠플러스는 한화 이글스 치어리더들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카메라에 담았다. 치어리더 공연을 보며 한 캐스터는 "치어리더들이 추위를 뜨겁게 녹여주고 있다"고 말했고 양준혁 위원 역시 "세계에서 대한민국만 할 수 있는 공연 문화"라며 "(치어리더는) 야구장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이러한 발언들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윤정주 위원은 "캐스터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양준혁씨에게 지금 이 분(치어리더)과 사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냐. 야구 해설을 할 때 치어리더에 집중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질 낮은 해설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상수 위원은 "특정 치어리더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표현을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심영섭 위원 역시 "과도하게 (치어리더의) 외모를 평가해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준 것은 맞다. 이러한 중계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MBC스포츠플러스가 받은 '권고'는 방송심의규정을 경미하게 위반했을 때 내려지는 행정지도다. 과징금이나 법정 제재와 달리 법적 효력은 없지만 상습적이거나 변화를 위한 노력이 전혀 없을 경우 향후 법정제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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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스포츠플러스 한명재 양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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