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대체복무 후 배우 정일우는 영조라는 쉽지 않은 역할을 선택해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다사다난했는데 그래도 잘 마무리했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할 정도로 <해치>는 그에게 큰 고난과 성장을 준 작품이다.

"군 복무 이전보다 연기 면에서 성장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는 정일우는 "내가 배우생활을 하면서 이런 역할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 30대의 인생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서 연잉군 이금(영조) 역을 맡은 배우 정일우의 인터뷰가 2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열렸다.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촬영... 영조와 함께 성장
 
정일우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서 연잉군 이금 역을 맡은 배우 정일우의 인터뷰가 2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열렸다.

▲ 정일우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서 연잉군 이금 역을 맡은 배우 정일우의 인터뷰가 2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열렸다. ⓒ J1int?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제가 틀렸던 것도 인정하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새 시도를 많이 했는데 그것들을 제 것으로 만든 것도 많았다."

정일우는 연기적으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사실 이번에 최대한 얼굴을 안 쓰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며 "제가 표정이 과한 면이 있었는데 그런 테크닉적인 것보다는 진정성을 가지고 가슴으로 연기하려 했고 그것이 가장 달라진 부분"이라고 답했다. 

정일우는 "이번 작품이 유난히 힘들었고 특히 체력적으로 너무 고됐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찍었다. 캐릭터 자체가 감정소모가 많고,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면서 촬영하느라 몸이 지쳤는데, 영조도 이런 위기를 극복해나갔으니 나도 죽자 사자 해보자는 생각으로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서 했다"고 말했다. 병원과 촬영장을 왔다갔다하며 링거를 맞고 촬영하길 반복했다면서도 "지나고보니 재밌었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는 개인적인 일화도 이야기했다. "제가 10년 넘게 키우면서 가족처럼 지내던 강아지가 촬영 초반에 갑작스럽게 죽어서 사실 많이 힘들었다"며 "리허설을 할 때도 눈물이 안 멈춰져서 초반에 눈이 부은 채로 나오는데, 프로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감정 컨트롤이 안 되더라"고 했다.

현재를 충실하게
 
정일우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서 연잉군 이금 역을 맡은 배우 정일우의 인터뷰가 2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열렸다.

▲ 정일우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서 연잉군 이금 역을 맡은 배우 정일우 ⓒ J1int?

 
"강아지를 떠나보내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을 했다. 인생이란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 노인요양센터에서 군 대체복무를 하면서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분들을 모시고, 떠나보내기도 하면서 인생무상을 많이 느꼈다. 살아있는 한순간 한순간을 감사히 즐기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때 보면서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좋겠다 싶었다. 저도, 주변 사람도, 언제 떠날지 모르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하기 보다는 현실에 충실하면서 살아가는 게 후회 없고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닌가 싶다."

그는 배우로서도 이와 같은 맥락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저는 감사하게도 데뷔작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큰 사랑을 받았는데 스타라는 건 한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젠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다. 이게 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임해야 이걸 평생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제가 욕심나는 작품이라면 주인공이 아니라 단역이라도 촬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흘러가는대로, 지금 제가 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해나가다보면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인기 신드롬을 재현하고 싶은 욕심은 없을까. 이 질문에 그는 "진짜 1도 없다. 이 작품을 하면서 '어떤 연기를 보여드려야할까'가 중심이고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라며 "차기작하면서 흥행이 안 된 것도 있는데 이제 작품이 시청률로 흥행을 못해도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 것 같다. 거기서 내가 얻는 게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제작사는 안 좋아하겠지만(웃음). 내가 무얼 얻을 수 있을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킥 찍고 나서 (심리적으로) 다운됐다. 작품이 잘 되도 문제고 안 되도 문제더라. 데뷔작이 너무 큰 사랑을 받으니까 감당이 안 되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나의 30대는...

 
정일우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서 연잉군 이금 역을 맡은 배우 정일우의 인터뷰가 2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열렸다.

▲ 정일우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서 연잉군 이금 역을 맡은 배우 정일우 ⓒ J1int?


작품 끝나면 뭘 하고 싶으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는 그는 "저는 술 한 잔 하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고, 트레킹하고 걷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고 밝혔다. 정일우는 "걷는 게 굉장히 생각을 잘 정리하게 해주더라. 이번에도 작품 끝났으니 국내든 해외든 어디든 가서 걷다오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걷는 걸 좋아했다는 그는 슬럼프나 권태기에도 걸으면서 극복하는 편인데 "산티아고 순례길도 몇 번 다녀오고, 해외나갈 때마다 하이킹 코스를 찾아서 걷고 온다"며 "하루에 많이 걸으면 40~50Km를 걷는다. 그럼 온몸이 다 젖고 죽겠다 싶은 생각밖에 안 드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작품하면서 힘들면 또 걸으러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1987년생인 그는 올해 33살이다. 30대 배우 정일우가 갖고 있는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매 순간순간을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걸 많이 느낀다. 30대 때 더 많이 상처받고, 더 많이 아프고. 그게 나에게 더 밝은 40대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도전도 많이 할 거고, 당연히 연기적으로도 고민하면서 힘든 부분에도 부딪힐 거지만 그런 것 또한 더 나은 내일을 줄 것이다. 예전에는 자책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스스로 칭찬도 해가면서 나를 더 다져나가는 시기가 되면 좋겠다."

정일우에게 <해치>에서의 연기 만족도를 물었다. 이에 "저는 하이킥때부터 항상 부족하다고 느껴서 늘 아쉽다"며 "내가 좀 더 잘 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서 항상 차기작을 빨리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답했다. 덧붙여 "작품하고 만족하면 더 이상 일하면 안 되지 않나요?"라고 웃으며 말하며, 만족보다는 성장을 위해 나아가려는 열망을 내비쳤다. 
 
정일우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서 연잉군 이금 역을 맡은 배우 정일우의 인터뷰가 2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열렸다.

▲ 정일우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서 연잉군 이금 역을 맡은 배우 정일우 ⓒ J1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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