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받는 인사라기보다는 건네는 인사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어떤 인사를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팔을 힘차게 흔들어 주는 반가운 인사면 아무래도 좋겠죠?(웃음) 말 그대로 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하는 첫 인사가 될 수도 있겠고요. 한자 풀이대로라면 사람들이 겪는 일들, 주변에서 있을 만한 소소한 일들에 대한 서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타이틀곡 '인사'에 대한 여러 의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싱어송라이터 이푸른솔이 4월, 첫 정규앨범 <인사>를 발표했다. 더블 타이틀곡 '봄이 오면', '인사 등 피아노와 기타, 첼로 선율에 이푸른솔이 이십 대에 느낀 소소한 삶을 노래한 열 곡을 담았다.

"'봄이 오면'은 사실 봄이 지나갈 때 즈음, 사오월에 만들었던 노래예요. 벚꽃도 다 지는데 혼자 기숙사에 앉아서 그때 좋아하던 사람과 그럴 수 없었던 기억을 조작하며 만들었던 노래네요. 어머니께서 장범준처럼 신나게 봄 노래를 만들 수는 없었냐고 말씀하셨지만, 슬플 수밖에 없는 노래였답니다. '인사'는 담담하고 상투적인 이별 노래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만든 노래예요. 그때 이별을 겪은 지 시간이 좀 흐른 뒤였는데, 그래서인지 노래가 원근감을 가지고 있어요. 멀리서 다가오는 두 사람, 가까이 와서 얼굴을 보니 아직도 마음은 와르르 무너져버릴 것 같지만, 결국 다시 멀어져서 인사를 하고 떠나가는 서로에 대한 노래예요."

그는 이번 앨범을 이푸른솔이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그림들을 모아 놓은 '모음집'이라고 했다.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포트폴리오죠. 많은 분들이 즐겨들으면 좋겠어요."

지난 4월 18일, 싱어송라이터 이푸른솔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싱어송라이터 이푸른솔

싱어송라이터 이푸른솔ⓒ 엔디자이너스

  
- 안녕하세요? 이푸른솔 씨. 봄날인데, 요즘 기분이 어떤가요?
"추운 걸 잘 못 견디는 편이라, 겨울에는 아침에 이불 걷고 일어나는 것도 엄청 힘들었는데, 봄이 되니 개운해진다고 할까? 그런 기분이 들어요. 몸도 일도 한결 개운해진 기분이요."

- 이푸른솔, 본명인가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본명입니다. 아빠가 지어주셨어요. 아빠가 등산을 좋아하시는데 아마 제가 태어날 때쯤 산에서 푸르고 큰 소나무를 보며 딸 이름을 짓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 첫 앨범, <인사>를 발표했는데, 어떤 마음이세요?
"주변에서 연예인병 걸렸다고 해요. 누군가 제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고 좋다고 하면 기뻐하다가도 앞으로의 가수 생활을 생각하다 보면 우울해지거든요. 괜히 더 좋은 노래 못 만들 것 같고 갑자기 거품처럼 사라져버릴 것 같고요. 그냥 가볍게 생각하고 싶은데, 제 노래에 대한 애착이 가득해서 그러기가 어려워요."

- 음악가의 꿈을 갖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네 살 터울 위에 언니가 있어요. 제가 초등학교 고학년일 때 언니는 고등학생이어서 팝송, 재즈, 샹송 등을 듣더라고요. 좋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해서 따라 듣다 보니 재즈 장르에 빠져들게 됐어요. 중학교 때 저를 좋아했던 남학생이 있는데, 그 친구가 "너는 무슨 음악 들어?"라고 했을 때 "나는 재즈 좋아해"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늘 음악과 가까이 있다가 고등학교 때 디제이가 꿈인 친구를 만났고 서로 자극받으면서 뭔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라 맥라클란의 라이브 영상을 보고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꿈을 갖게 됐고요. 픽사 애니메이션을 보고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었고, 서핑 영화를 보며 서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하고 싶었던 것 중 제일 가까워진 꿈이 가수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웃음)"

- 어떤 음악을 들으며 자랐는지?
"피오나 애플, 오아시스, 사라 맥라클란, 더 크랜베리스, 존 바에즈 등 외국 노래에 주로 심취해있었습니다. 주로 고등학교 때 많이 들었던 음악들이에요. 중학생 때에는 한참 인디음악에 빠져있어서 푸른새벽, 엘리엇 스미스, 한희정 등의 가수를 좋아했어요."

- 음악가 꿈을 꾸면서 첫 앨범을 내기까지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대학생 때 친구가 많지도 않았고,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심심하고 무료했어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공연을 해보는 것이었고요. 마침 학교 근처에 가끔씩 공연을 하는 카페가 있어 공연하고 싶다고 말한 뒤에 친구들 몇 명 초대해서 노래했었어요. 그 이후로 알음알음 음악 하는 친구들 몇 명과 친해지고, 다양한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뒤풀이 자리에선가 어떤 오빠가 '앨범도 없이 음악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간다'고 얘기하는 걸 듣고 자존심이 상했었어요. 그래서 김과리의 이승준 오빠의 도움으로 EP부터 만들 수 있었고, 그로부터 몇 년 후 김유석 씨를 알게 되어 정규앨범까지 만들게 되었습니다."

- 그 시절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노래 '마음처럼'에서 '반짝이는 그날들이 그립기도 해'라는 말이 나오죠. 20대 초반에 방황했던 날들을 말한 것 같아요. 원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술 마시고, 다음 며칠은 후회하고, 우울해하고 찌들어있다가도, 충동적으로 어딘가 찾아 나서고 그런 시간들이요. 그립기도 하지만 결코 돌아가고 싶지도 않은 그 시간들이 가끔 스치듯 생각나면 아름다워 보이고 그렇잖아요. 어쨌든 더 자유로웠던 시절이니까요."
 
 1집 <인사>

1집 <인사>ⓒ 엔디자이너스

 
- 앨범 작업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지점이 있을까요?
"김유석씨가 말하길, 저는 우유부단하고 귀가 얇은데 고집 세서 일 같이하기 힘들다고 했거든요. 대부분은 김유석씨, 도재명씨가 제시한 방향대로 작업했어요. 이런 식이죠. 제가 "이 부분 이렇게 바꿔야 되지 않을까요?" 말했을 때 김유석씨가 "응 아니야" 하시면 안 하고. 도재명씨는 말로 조언을 해주시기보다는 머릿속으로 편곡을 구상한 다음 저와 김유석씨에게 그림 한 폭을 보여주듯 들려주었어요."

- 소소하면서도 누구나 고민했을 법한 일상과 사람 관계에 대해 노랫말로 풀어냈는데, 노랫말 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요?
"제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피아노나 기타를 연주하다가 즉흥적으로 노래와 멜로디를 동시에 만드는 것이에요. 잠재의식에서 튀어나온 가사들이라고 해야 하나, 뇌를 거치지 않았다고 할까요. 그렇게 만들면 '생각'이라는 게 덜 들어있고 진심 가득한 고민들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종종 먼저 멜로디를 만들고 거기에 신박한 가사가 떠오르면 붙이는 경우도 있지만요."

- 곡 '언어장벽'에서 같은 말을 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고 고백하며, 벽 앞에서 멈추어 섰다고 노래하는데요. 이때, 이푸른솔씨는 어떤 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보나요?
"가족, 친구, 연인처럼 가까운 사람일수록 싸우면 크게 싸우잖아요. 내가 화를 크게 내고 무언가를 집어던지면 상대방이 내가 얼마나 화났는지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는데, 오히려 같이 소리 지르고 집어던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두 관계는 끝장나잖아요. 두 관계에 이미 큰 선이 그어져 버리면 드물게 그 선을 같이 밟고 그 다음 단계의 친밀함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요. 당연히 화내면 안 되고, 던지면 안 되죠. 상대방한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비폭력적인 대화 방법을 찾는 것이 답이겠죠. 그렇지만 그게 잘 안 되니 문제죠."

- 곡 '방 치울 때 듣는 노래'는 옛사랑 감정 정리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인가요?
"감정 정리만큼 방 정리도 힘들어요. 둘 다 정말 경중을 모르게 힘듭니다. 저는 집에 도착하면 허물 벗듯이 바지를 벗고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거든요. 쉽게 쌓이지만 치울 때는 어려운 것들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도재명, 홍갑, 김유석 씨 등 많은 뮤지션이 앨범에 참여했는데, 어떤 작업이었는지?
"저에게 과분한, 감지덕지한 작업이었습니다. 편곡을 맡아주신 도재명씨는 작업을 같이하면서 '이런 사람이 천재구나'라고 생각했었고요. 홍갑씨는 기타 연주 솜씨를 보고 정말 놀랐고요. 모든 결정에 있어서는 김유석씨를 크게 의지를 했어요. 제가 옷을 잘 못 입어서, 프로필 사진 찍을 때, 뮤직비디오 찍을 때 입을 옷까지 검사 맡고 입었어요."

- 감사함도 클 것 같은데요?  
"네, 그렇습니다. 남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쓴다는 것이 힘든 일이잖아요. 궂은 말, 궂은 표정 하지 않고 즐겁게 작업에 참여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 앨범을 닫는 곡 '천문학자의 우울'인데요. 왜 천문학자일까요? 
"천문학자들이 자살률이 높다고 본적이 있는 것 같아요. 우주에서 보면 우리는 정말 먼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서 그런 걸까요? 나를 괴롭히는 내 앞의 작은 문제들로 발을 동동 구르고 살지만, 우주는 진짜 크잖아요.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은 우주의 몇 억 개의 별이 움직이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하는데, 그럼 나도 그와 같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가 허무하고 무의미한건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 어떤 앨범으로 존재하길 바라는지.
"좋은 시작과 같은 앨범이었으면 좋겠어요. 시작이 좋으니 그 길대로 더 넓고 깊은 음악들을 하고 싶어요."
 
  “아직도 사랑에 대해서는 배울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소싯적엔 많은 사람을 좋아하고 또 많이 상처를 주고 나도 많이 상처를 받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보약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생각해요.”  싱어송라이터 이푸른솔

“아직도 사랑에 대해서는 배울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소싯적엔 많은 사람을 좋아하고 또 많이 상처를 주고 나도 많이 상처를 받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보약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생각해요.” 싱어송라이터 이푸른솔ⓒ 엔디자이너스

 
- 일상은 어떤가요?
"일상은 늘 그랬듯이 피곤해요. 일어나기 싫은데 일어나서 출근하고, 편두통을 느끼며 퇴근하고, 요새는 기타학원 가서 피아노랑 기타랑 연습해요. 집에 들어가서 엄마랑 한두 시간 저녁에 산책하다가 자고요. 주말에는 요새 준비하고 있는 일들이 많아서 또 쉴 새 없이 보내요. 그럼 다시 월요일!"

- 요즘 특별히 관심을 두는 것이 있을까요?
"며칠 전에 텀블러를 샀어요. 커피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 외에는 작업에 참여해주신 도재명,  홍갑의 음악을 즐겨듣고 있어요. 홍갑의 새로 나온 앨범이 정말 좋더라고요."

- 어떤 노래를 들려주는 음악가로 성장하고 싶은지.
"글쎄요. 정해놓은 건 없고요. 앞으로 성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각해요. 마흔 살이 되어서도 세련된 음악을 하고 싶지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노래들도 아주 세련된 노래들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제가 하고 싶은 음악과 제가 만드는 음악 사이의 괴리가 항상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작은 괴리들 때문에라도 계속 창작을 한다면 그것도 좋지 않을까요? 사라지지 않고 어디엔가 계속해서 존재하는 음악가이고 싶습니다."

- 새 앨범에서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을까요?
"목련이 질 때처럼'이라는 노래입니다. 작업이 모두 끝났을 때, 김유석씨가 제일 마음에 들어 했던 노래이기도하고요. 도재명씨의 편곡이 가장 잘 배어있는 노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곡이 반복 없이 쭉 흘러가고 짧게 끝나는데, 다시 처음부터 들어도 이어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반복은 없지만 원처럼 빙그르르 흘러가다가 다시 끝부분이 다시 앞부분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 5월 이후 계획이 있을까요?
"네, 정기공연도 기획하고 있고요. 서울, 광주, 대구 등 다양한 지역에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 라이브 무대를 찾으면 이푸른솔의 어떤 모습을 볼 수 있나요.
"사투리 잔뜩 섞인 재미없고 장황한 멘트?(웃음) 유머 감각은 없는데 말은 많거든요."

- 독자에게 봄 인사를 전한다면?
"안녕하세요. 봄에 제 노래들을 가지고 찾아뵙게 되어서 기쁩니다. '봄이 오면', '목련이 질 때처럼' 등 봄에 듣기 좋은 노래들을 포함한 앨범이니 많은 관심 기울여주세요."

* 이푸른솔이 직접 전하는 곡 소개
「봄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과 봄이 오면 꽃길을 걷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노래."
「인사」 "이별 후에 다시 만난 연인을 보며 어색한 인사를 나눌 때의 상황을 그린 노래."
「마음처럼」 "마음처럼 되지 않는 감정, 상태, 상황 등을 돌아보며 만든 노래."
「방울토마토」 "방울토마토의 탄생 설화."
「오아시스」 "선인장의 탄생설화."
「방 치울 때 듣는 노래」 "방 치워야겠다 생각하면서 방은 안 치울 때 듣는 노래."
「감기」 "나아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청춘에 대한 노래."
「언어장벽」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에 대한 노래."
「목련이 질 때처럼」 "꽃이 지는 과정을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 비유하여 만든 노래."
「천문학자의 우울」 "나 자신, 앞에 놓인 현실, 고민들조차도 우주에서 봤을 때는 작은 먼지에 불과하다는 노래."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2019년 5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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