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JTBC 금토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 JTBC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건, 무엇일까. 고민해도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애초부터 아름다운 게 뭔지, 기준을 잘 모른다. 살고싶은 대로만 살면 바로 아름다운 것인지, 다른 무언가를 위해 살면 아름다운 것인지, 고민해 볼 여유도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저 약간의 여유와 자존감을 지키는 것, 괴롭지 않은 것, 그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 JT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을 봤다. 여러 캐릭터가 나오지만 크게 보면 두 집단으로 나뉜다. 아이와 어른 집단. 중학생 집단과 그들의 교사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이 등장한다.

학생 한 명이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혼수상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한다. 첫 회부터 극은 어두운 배경이 주를 이루고 그 아이의 추락사고가 어떤 경위에 의한 것이었는지 추적하는 내용이 극을 끌고 간다. 화목한 가정의 아이여서 그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추측을 부모는 받아들일 수 없다. 자살이었어도 가정이 아닌 학교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이고, 그마저도 자살이 아닌 타살에 노출된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물들의 행보는 모두 다 독특하다. 특히나 사고를 당한 아이의 아버지 박무진(박희순 분)은 극의 초반부, 모든 일을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넘기려고 했다. 그는 내성적이고 원만한 성격으로 갈등상황이나 두려운 것들을 마주하는 것을 피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자식의 '사고' 앞에서는 그런 무진도 반드시 마주해야 할 상황들이 생긴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약했던 무진의 성향에 힘을 불어 넣어준 것은 다름 아닌 '자식의 사고'였다. 무진은 이후, 조금씩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름다운 세상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 아름다운 세상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 JTBC

 
특히나 무진에게는 사고당한 아들 '선호'(남다름 분)말고도 지켜야 할 아이들이 더 있다. 극 중 교사인 무진의 제자였던 '동수'(서영주 분)는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동생을 돌보느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학생이었다. 부모가 사라졌고 의지할 데라곤 자신보다 어린 동생뿐이었던 동수에게 무진은 학교를 가라고 다그치는 어른이었다. 동수의 고단한 삶을 알게 된 무진은 누군가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 없이 바른 이야기만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어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진은 아르바이트비를 주지 않으려 동수에게 누명까지 씌운 사장을 찾아간다. 무진은 그에게 찾아가 떼인 돈을 받아내며 소리친다.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믿어주는 사람도 없는데 걔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누가 깡패고 누가 도둑이야. 어른? 웃기지 마. 당신 어른 아니야. 당신보다 동수가 훨씬 더 어른이고 인간이야."
 
그 후 무진은 동수에게 "버티고 살아내는 것만도 숨차 죽겠는데 너더러 뭘 어쩌라고, 그치?" 라며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어설픈 위로보다 동수의 상황을 알아주는 담담한 말이 오히려 세상과 어른에 대해 경계했던 동수의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이후 무진은 동수의 동생 동희가 당한 학교폭력에 대해서도 자신이 책임지기로 한다. 좋은 인격을 앞세워 어려운 상황을 피하기만 했던 무진이 아이들을 통해서 조금씩 어른으로 성장하는 대목이다.

무진의 아내 인하(추자현 분)는 당당하고 대범한 성격의 캐릭터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줄 알고 화를 내야 할 때는 화를 낼 줄도 아는 성격이다. 하지만 인하에게도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 늘 좋은 웃음만 보이는 것이 좋은 어른은 아니라는 것. 아들이 병상에 누워있으면 아무리 추한 진실이라도 맞서 싸울 줄 알아야 함을 주장한다. 또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어른에겐 더 차가운 말로 그들을 도려낼 줄도 알아야 함을 몸소 보여준다. 하지만 인하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지점들이 많다. 어떤 것이 옳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극 중 무진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성격으로, 인하에겐 성급함이라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인하는 무진과 아들 '선호'의 사고를 슬퍼하며 이야기하는 중에 한층 더 어른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아름다운 세상>의 한 장면

<아름다운 세상>의 한 장면 ⓒ JTBC

 
"진짜 어른이 어떤 건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피하지 않고 부딪히고 깨지면서 내 감정에 솔직하게 수호한테도, 선호한테도, 그리고 당신한테도 충실하게 살아보고 싶어. 그러다 보면 정말 나도 괜찮은 어른이 되는구나. 쪽팔린 어른은 아니구나. 그렇게 생각되는 날이 올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우리 행복하자, 잘 버티자 여보."
 
무진과 인하는 드라마가 보여줘야 할 어른이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사회에서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모습을 반추하며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진과 인하가 진정한 인격을 갖춘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기까지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의 연약함이 힘을 보탰다. 가해 학생들은 그들의 그릇됨을 알려주지 않는 사회에 노출이 된 상태로 자랐다. 무진과 인하는 그들을 보며 어른들의 제대로 된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동시에 인간이 되길 주저하며 회피만 하는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 또한 무진과 인하를 성장시키는 나쁜 전형이 된다.

아이가 자라면 어른이 된다. 더이상 생각을 바꾸기 힘든, 살아온 대로 사는 것을 즐기는 어른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자란 어른은 아이를 교육한다. 살아온 것들을 나열하고 경험한 것들을 우쭐대며. 그런 어른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또 다른 어른이 된다. 하나하나의 인간이 모인 사회는 인류 즉, 역사 라고 통칭된다.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아이였을 때는 좋은 아이보단 어설프지 않은 아이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당당하고 유쾌한, 다른 아이들이 좋아 할만한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같은. 생각해보면, 어른 같은 아이를 바랐던 것 같다.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어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반대로, 어른이 제대로 된 어른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계속해서 아이였던 모습을 돌아보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른과 아이, 여자와 남자, 사장과 직원, 어떤 관계든 서로의 자리를 돌아보지 않고서는 어떤 성장도 있을 수 없다. 자신이 있는 위치가 전부인 것으로 아는 것, 그 세상만이 절대적이라 믿는 착각에서 괴물은 탄생한다. 하나의 인격을 만드는 데 여러 가지 변수들이 기여한다. 하지만 인격을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은 또 다른 인격이 아닐까.

어떤 인간이 되겠느냐 선택하는 것, 그 기로에 놓일 때면 우리는 주저한다. 그렇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부끄럽지 않게 살려는 노력과 같은 것들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인류와 역사의 성장은, 그런 인간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바로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과정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아름다운 세상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 아름다운 세상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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