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어떤 생명체보다도 인류는 고도의 협동 체계를 구축해왔다. 그런 협동은 인류의 손과 발을 통해서뿐 아니라 정신적 단결을 통해서도 이루어져왔다. 인류의 협동이 '마음의 공유'로부터 이루져왔던 것이다.

마음의 공유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은, 왕조시대에는 군주에 대한 충성심을 중심으로 백성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국민국가들에서는 애국심을 중심으로 국민들을 단결시키는 방향으로 그런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유사한 노력이 국가 이외의 단체들에서도 나타난다. 일례로, 기업체에서는 애사심을 중심으로 직원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애국심이나 애사심은 언뜻 보면 이타심 같지만, 사실은 이기심에 속한다. 애국심이나 애타심은 그것이 강조되는 집단 내에서는 이타심이 되지만, 집단의 경계를 벗어나면 곧바로 이기심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국가나 기업이 강조하는 마음의 공유는 거시적 차원에서 보면 인류 상호간 분열과 대결을 조장하는 측면이 강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찍은 <은하계 제국에서 랑데부> 포스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찍은 <은하계 제국에서 랑데부> 포스터.ⓒ 김종성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다

그런데 요즘 새로운 경향이 점점 더 심하게 꿈틀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애국심이나 애사심의 범주를 초월하는 새로운 차원의 '마음의 공유'가 대중의 마음에 서서히 침투하고 있다. 국가나 집단의 범주에 국한되지 않은, 완전한 이타심에 좀더 근접한 '마음의 공유'가 조금씩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파일만 복사하기 및 붙여쓰기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마음들까지 복사·붙여쓰기 하는 현상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경향에 따라 최근에는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안타까운 희생을 당한 일개인에 대한 공감대가 SNS를 통해 지구 전역으로 확산되는 일이 많다. 또 예전 같으면 보도되지 않았을 노동자의 산재사고가 요즘 뉴스에서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계급이나 계층을 넘어서는 마음의 공유가 세계시민 차원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의 공유는 종전에는 주로 종교에서 추구됐다. 인(仁)이나 자비, 사랑은 주로 종교 차원에서 강조되고 실천됐다. 그랬던 것이 이제는 일반대중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의 마음도 다치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심은 공포 드라마 제작진에게서도 나타난다. 일례로, 최근 방영된 OCN 공포물인 <손 the guest>와 <빙의>에서는 '어린이 출연자의 심리적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했다'는 취지의 자막을 방송 전에 내보내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사회적 약자의 마음에 대해 우리 사회가 세심한 배려를 베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양극화로 인해 분열이 심화되고 삶이 각박해지고 묻지마 폭력까지 난무하는 중에도, 우리 사회를 마음 단계에서부터 통합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연극 무대.

연극 무대.ⓒ 김종성

 
치졸했던 기업, 저항했던 직원

이런 사회 흐름을 반영하는 연극 한 편이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무대에서 4차례 공연됐다. 이 학교 연극원이 제작하고, 대학원생인 정성경 씨가 연출한 <은하계 제국에서 랑데부>란 작품이다. 김모은·홍선우·최원재·이만신 네 배우가 관객을 향해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고, 네 배우가 다른 배우의 이야기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연극이다.

그중 이만신 씨는 삼성 SDI에서 26년간 근무하다가 노동조합을 꿈꾸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다. 다른 세 배우만큼의 대사 전달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원직 복직'이라 쓰인 조끼 차림으로 마음속 한을 쏟아낸 그는 해고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대변할 만했다. 저러다가 복직보다 연극 무대에 빠져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혼신을 다해 연기했다.

네 배우는 우리 시대 사람들이 남의 상처를 내 것으로 공유하게 되는 여러 단계를 보여주었다. 어릴 때 자전거를 타다가 부상을 입은 소년은 자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부모를 보면서 부모의 근심을 자기 것으로 공유하게 됐다. 초보적 형태의 '마음의 공유'가 이루어진 것이다.

자기 반에서 가장 힘센 아이가 가장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던 청년은 가장 힘센 애가 없을 때는 다른 애가 그 역할을 대신했던 것을 추억하면서, 그때 그냥 지켜만 봤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기 자신을 질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약자의 아픔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발전했다.

자기가 직접 겪었거나 목격한 것들을 매개로 타인의 아픔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뉴스 등을 통해 간접 접촉한 사건들을 통해서도 마음의 공유를 이루는 사람들을 연극은 보여주었다. 연극이 취급한 '간접 접촉 사건들' 중에 세월호 사건과 더불어 삼성전자서비스 고 염호석 씨 사건 및 삼성 노조탄압 사건이 있다.

작년 5월 크게 보도된 고 염호석 씨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다가 숨진 채 발견된 노동자다. 통신비와 주류비를 자비 부담로 한다는 전제 하에 그가 평소 받은 기본급은 120만원이었다. 하지만, 노조에 가입한 뒤 이상하게 일감이 줄어들었다. 강릉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기 전에 그의 월수입은 40만원에서 70만원 정도였다. 수입이 감소하는 데서 오는 경제적 고통뿐 아니라 노조 탈퇴 압박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그에게 떨어진 몫이었다.

시신으로 발견될 당시 그의 곁에는 '노조가 장례를 주관해달라'는 유서가 있었다. 시신이 되어서라도 노조 탄압에 맞서 싸우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헤어져 살았던 아버지가 삼성으로부터 6억원을 받고 시신 탈취에 동의해주면서 고인의 유언은 무시되고 말았다.

아버지가 "노조원들 때문에 장례식 진행이 안 되니 도와달라"고 신고하자, 파출소 순경 한두 명이 출동한 게 아니라 경찰 3개 중대 240명이 출동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신고 10분 만의 일이다.

이런 일은 화장터에서도 있었다. 이 날도 300명 정도의 경찰 병력이 출동해 조문객들을 제압했다. 염호석 씨의 시신은 물론이고 유해조차도 노조 투쟁에 활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이다. 국가와 기업이 합동으로 노동자의 꿈을 짓밟았던 것이다. <은하계 제국에서 랑데부>는 이 사건의 불합리함에 대한 공감을 배우의 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촉구했다.

 
 관객들에게 배포한 팸플릿에 담긴 이만신 씨의 모습.

관객들에게 배포한 팸플릿에 담긴 이만신 씨의 모습.ⓒ 이만신

 
남의 고통의 나의 고통으로

배우로 출연한 이만신 씨가 당한 고통 역시 고 염호석 씨 못지않다. 그는 생산직 노동자치고는 아주 특이한 탄압을 받았다. 선비 출신 관료들에게 주로 선고되던 '유배형'까지 경험했던 것이다. 연극무대 입구에서 배포된 <삼성은 불법탄압 사죄하고 부당해고 철회하라!>는 팸플릿에 그의 기막힌 사연이 소개돼 있다. 1987년 삼성 SDI 노조설립 투쟁 때 있었던 일이다.

"87년 공장 점거시 행동대장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했던 저는 긴 세월 상상하기 어려운 탄압에 시달렸습니다. 삼성 SDI에서 근무했던 26년 중 17년을 해외에서 보냈습니다. 생산직 노동자에게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입니다.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회사가 저를 유배보낸 것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중국에서 보냈던 그 시간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해외 발령 조치가 실제로는 퇴사권고였음을 모르지 않았겠지만, 그는 아랑곳없이 해외 근무지로 떠났다. 정말로 해외로 떠난버린 그를 두고 뒤에서 얼마나 많은 말들이 있었을지 짐작된다. 그런 고난을 감내하면서도 그는 노조설립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유배지'에서 돌아온 뒤에도 투쟁은 계속됐다.

"제가 근무했던 삼성 SDI에도 이런 노조탄압 문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찰 문건에는 제 이름 이만신이 분명하게 나옵니다. 제가 '조직의 걸림돌'이고 '변화를 거부'한다고 씌여 있습니다. 제가 2012년 2월 삼성 SDI 기흥·천안·울산 공장 노동조합 설립위원회를 조직하여 위원장으로 활동을 하고 회유에도 굴복하지 않자, 4개월 뒤인 6월 27일 마침내 해고를 자행했습니다. <노조 와해 전략> 문건대로 노조 설립에 관심이 있는 사원들을 문제사원·관심사원 등으로 규정하고 24시간 미행·사찰하여 결국 해고까지 자행한 것입니다."

고 염호석 씨나 이만신 씨 등이 당한 고통은 예전 같으면 남 일로 치부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는 그런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승화시키는 마음의 공유가 점점 더 퍼져나가고 있다. 한편에서는 양극화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이 전개되면서도, 또 한편에서는 그런 파국을 막고 새로운 사회를 세우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나 기업이 좋아하는 협소한 애국심·애사심의 범주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인·자비·사랑을 매개로 마음의 공유를 이루려는 대중 차원의 시도가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표다. 인류의 협동 체계가 한 단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은하계 제국에서 랑데부>도 그런 흐름을 반영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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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101.9 (목)11시25분경. (저서) 조선상고사(번역) 2판,나는 세종이다,역사 추리 조선사, 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 못하나,발해고(4권본,역서),패권 쟁탈의 한국사,신라 왕실의 비밀,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 여자,철의제국 가야,최숙빈,한국사 인물통찰 등. www.kimjong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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