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말]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메인포스터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메인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01.

2008년 영화 <아이언 맨>이 개봉하고 나서 정확히 12년이 흘렀다. 마블의 셈법에 따르면, 세 번의 페이즈(Phase)가 지나는 동안 총 21편의 작품이 관객들과 만났고 월드 와이즈 기준 약 185억 6천만 달러(한화 약 21조5000억 원)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물론 이는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중 영화에 국한된 이야기이며, 오늘 이야기할 <어벤져스: 엔드 게임>과 페이즈 3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년 7월 개봉 예정)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의 성적을 더한 값이다.

하나의 시리즈가 벌어들인 수익이라고 하기에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거대한 세계관을 12년의 시간 속에 풀어내는 동안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공개에 앞서 페이즈 1의 첫 작품인 <아이언 맨>을 시작으로 최근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 게임>까지의 총 22편의 작품을 모두 묶어 '인피니티 사가(Infinity Saga)'라고 명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4편의 <어벤져스> 작품을 중심으로 촘촘히 엮여있는 이 모든 이야기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정확히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이전까지는 관객들 사이에서 어렴풋이 예측만 했을 뿐, 페이즈 이상의 개념으로 통칭하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루소 형제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인피니티 사가'가 갖고 있는 세계관은 이전의 시리즈 작품,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해리 포터> 시리즈와 같은 단일 프랜차이즈와 분명히 구별되는 실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언 맨> 시리즈, <토르> 시리즈,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시리즈, <어벤져스> 시리즈 등의 서로 다른 프랜차이즈가 서로 엮이며 <엔드 게임>이라는 마침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이다.

1) Phase 1의 6작품의 총 수익 약 37억 9천만 달러, Phase 2의 6작품의 총 수익 약 52억 6천만 달러, Phase 3의 9작품(엔드 게임 제외)의 총 수익 약 95억 1천만 달러.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틸컷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틸컷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02.

개봉 전부터 이미 많은 소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의 손짓 한번에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사라졌고, 영원히 지구를 지킬 것만 같던 히어로들도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전의 어떤 작품에서도 느낄 수 없는 충격 그 자체였다. 타노스를 죽이기 위한 황당하고도 기발한 방법들이 팬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처럼 돌기 시작했고, 아이언 맨 역을 맡아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축소화된 앤트맨이 타노스의 뱃속으로 들어가 다시 거대화하는 방식이 엔드 게임의 결말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디즈니와 마블 측은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고 모든 정보를 함구하기에 나섰다. 심지어는 계약된 배우들의 계약 및 재계약 정보까지도 새어 나가지 않도록 애를 썼는데, 그들의 계약 정보가 곧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결말과도 직결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이 작품 <어벤져스: 엔드 게임>가 현역 최고의 프랜차이즈 시리즈로 자리매김한 MCU에 방점을 찍는 영화가 될 것이며, 하나의 시대를 저물게 할 결정적인 작품이 되리라는 것을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03.

실제로 마주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은 한 마디로 모든 것들을 수긍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었다. 관객들이 12년이라는 시간을 왜 사랑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벤져스>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이제는 왜 보내야만 하는지, 그리고 왜 누군가는 그렇게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말이다. 영화를 보며 눈물을 훔쳤다는 어느 관객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의 마음을 스크린 너머로 전해 받았다는 평에 지극히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단순히 감성적 환기로 인한 공명이 아니었다. 3시간의 러닝 타임 속에서 지난 12년의 시간, 21편의 작품 속 이야기들이 주마등처럼 흐르는 듯 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단순히 하나의 작품을 그려내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전체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고 스스로의 나약함 및 결핍과 맞서 싸웠다. 이에 대한 극복은 상실한 동료애의 회복과 다음 세대로의 이양으로 표현되었다. 영화는 이제 저물어 가는 시대의 배웅과 더불어 이제 새롭게 시작할 페이즈 4를 위한 준비까지도 완벽히 이끌어낸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틸컷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틸컷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04.

이 작품을 관람하기에 앞서 한 가지 당부할 점이 있다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관람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다. – 물론 모두 정주행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 - 개봉 전부터 어떤 작품을 선행해야 하는지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다른 작품과 <인피니티 워>는 경우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전의 다른 작품들이 이해를 돕기 위해 시청이 필요한 것이라면, <인피니티 워>는 <엔드 게임>과 바로 이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 <엔드 게임>의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짧은 영상이 <인피니티 워>의 마지막과 완전히 붙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영화 <헝거 게임>이 세 번째 이야기인 '더 파이널'을 Part 1과 Part 2로 나누어 제작한 것과 유사한 셈이다.

05.

긴 호흡을 버텨내는 하나의 완성된 시리즈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12년 동안 마블 스튜디오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특정 배우 및 감독에 대한 루머와 스캔들, 재계약과 관련한 복잡한 이슈, 마블 스튜디오의 디즈니 인수, 케빈 파이기의 이탈설 등 하나 같이 모두 쉽지 않은 일들이었다. 그만큼 '인피니티 사가'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그 어떤 시리즈보다 몸집이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해냈다. 이 영화 <엔드 게임>이 주는 감동은 단순히 하나의 잘 만들어진 작품이 주는 것이라기보다 그 길었던 여정을 함께해 온 시간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작품(Piece)이 아니라, 하나의 시리즈(Series), 하나의 시리즈(Series)가 아니라 하나의 전설(Saga, Infinity Saga)이 만들어낸 감동.

이렇게 또 하나의 시절이 저물어 간다. 많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End Game'이 아니라 'And Game'이라고 부르고 싶어하는 것처럼 앞으로도 마블 스튜디오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 이 작품 <엔드 게임>을 떠올리게 된다면, 하나의 시절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배급사의 요청에 따라 영화의 스포일러와 관련한 내용은 배제하였습니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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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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