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스트 리폼드> 포스터

영화 <퍼스트 리폼드> 포스터ⓒ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톨러(에단 호크)는 퍼스트 리폼드 교회의 목사다. 2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교회를 찾는 일반 신도는 극소수(예배 참석이 열 명을 채 넘지 않으니)에 불과하지만 그의 일상은 예배 준비, 교회 시설 점검, 신도들과의 면담, 게다가 250주년 기념행사 준비까지 쉴 틈 없이 바쁘다. 그 와중에 그는 일 년 동안 매일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그의 몸은 병들어 있고, 그의 마음엔 고통이 가득하다. 그는 자기연민을 경계하면서 흘려 쓰는 일 없이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아 자신의 일과와 생각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옮기려 애쓴다.

어느 날, 신도 메리(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그를 찾아와 자신의 남편 마이클을 만나 달라고 부탁 한다. 극단적 환경 운동으로 얼마 전까지 캐나다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던 마이클은 인간의 탐욕으로 망가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싸워왔지만 점점 더 나빠지는 환경과 신념을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동료들에 대한 생각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의 고통은 삶에 대한 무기력, 더 나아가 인류에 대한 체념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임신한 아내가 아이를 지우기를 바라고 있다. 희망 없는 미래에 새 생명을 탄생시킬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톨러는 마이클이 아이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절망을 이겨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설득하지만 마이클은 절망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영화 <퍼스트 리폼드>의 한 장면

영화 <퍼스트 리폼드>의 한 장면ⓒ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마이클의 유품 정리와 장례절차를 도우면서 톨러는 마이클이 수집해 두었던 자료를 통해 그가 보았던 절망, 망가지는 지구의 모습을 보게 된다. 환경 파괴의 주범 중 하나인 에너지 기업들이 해가 다르게 성장하고, 그가 몸담고 있는 교회가 그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에게서 후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또한 알게 된다.

이제 더 이상 회복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 마이클의 분노와 무기력은 이제 톨러의 것이 된다. 그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에겐 "환경을 보호합시다"라고 설파할 신도들도 없고, 대기업의 후원을 거절할 만큼의 힘도 없다. 톨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종교가 가지는 한계. 목사는 종교인인 동시에 경영인이자 정치인이어야 하는 오늘, 교회가 가지는 한계와 관념과 실천 사이의 괴리에서 톨러는 방황한다.

집안 대대로 목사라는 직업을 이어온 톨러는 자신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아들은 이라크에서 목숨을 잃는다. 아들을 잃은 슬픔은 자신이 아들을 명분 없는 전쟁으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을 더해 그를 병들게 한다. 그리고 그 개인의 절망은 (마이클과의 만남 이후) 더 큰 절망으로 확대되고, 그의 몸과 마음의 고통 또한 깊어진다. 
 
 영화 <퍼스트 리폼드>의 한 장면

영화 <퍼스트 리폼드>의 한 장면ⓒ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톨러 목사가 일기를 쓰는 방식처럼, 이 영화가 이미지를 담는 방식은 단정하고 정확하다. 4:3 화면 비율은 관객이 인물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고, 비어있는 공간조차 인물의 근심과 고통으로 채우고 있다. 에단 호크의 연기가 단연 압권이다. 그의 얼굴에서 우리는 톨러의 깊은 고뇌를 느낄 수 있다.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정제된 그의 진한 연기는 차갑고 느린 화면에서 뜨거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폴 슈레이더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퍼스트 리폼드>는 여러모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1976)를 연상시킨다.(<택시 드라이버>의 각본 또한 이 폴 슈레이더 감독이 썼다.) 사회가 마주한 문제에 둔감하지 못하고, 온 몸으로 고뇌하는 인간의 -결국 과격한 행동(<택시 드라이버>의 로버트 드니로는 어린 매춘부의 포주를 살해하고, <퍼스트 리폼드>의 에단 호크는 자살테러를 검색한다.)으로 이어지는- 절망과 집착을 두 영화 모두 담고 있다.   

<퍼스트 리폼드>는 톨러 목사 개인의 절망을 통해 현재 우리가 직면한 인류의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과연 신이 우리를 용서 하실까요?" 마이클이 톨러에게 던진 이 질문을 톨러는 다시 우리에게 던진다. 이 무거운 질문에 우리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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